한국일보

나눔의 행복 Are you ready?

2008-01-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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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준 서(월드비전 아시아후원개발 부회장)


무자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겨우 하루에 불과한 시간 차이인데도 작년의 마지막 날인 어제와 새해를 여는 오늘의 아침이 이토록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새로운 계획과 다짐으로 희망의 새해를 맞이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작년을 여는 화두는 ‘600년마다 돌아오는 황금돼지의 해, 정해년’이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이 해에 출산을 하면 큰 복을 타고난다는 소문으로 친구녀석조차 농담반 진담반으로 “늦둥이나 하나 낳아볼까?”라는 말을 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그 속설이 얼마 가지 않아 모 유아용품 업체의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쓴 웃음을 짓게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회사의 전략이 통했던 것은 그만큼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들의 희망과 기대가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겠지요.
작년은 유달리 세계 곳곳에서 재난과 사고가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지진과 태풍이 아시아와 남미를 휩쓸고, 홍수와 가뭄이 아프리카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기도 했습니다.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한 유가 인상은 세계 경제를 압박하고, 미국은 물론이거니와, 우리네 한인 사회 경제활동도 위축시켜 가까운 주변에서 들려오는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우리를 슬프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한인 사회의 나눔의 문화는 꿋꿋하게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사랑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수시로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눈부신 행보가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1만명이 넘는 한인들이 저희 월드비전을 통해 굶주림 속에서 고통 받는 아이들의 수호천사를 자청하고 나섰고, 무려 1,500만달러 이상의 후원금이 세계 곳곳의 소외된 지역과 아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빛을 선사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한 한인 기업은 후원 아동의 수를 500명으로 확대했으며, 뉴저지의 한 한인 개인 후원자는 혼자서 300명의 아동을 도움으로써, 100만명이 넘는 월드비전의 결연 후원자 중에 가장 많은 아이를 돕는 후원자가 되었습니다. 겨우 200만명 남짓한 미국내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우리 한인 중에서 가장 많은 아동을 돕는 후원자가 탄생한 것입니다.
경제가 침체되고, 가계가 위축이 되는 가운데서 어떻게 이런 엄청난 사건들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우리 한인들의 나눔의 문화가 원천적으로 다른 민족의 그것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미 후원자들의 나눔이 어렸을 때부터 받은 교육의 산물이라면, 우리 한인 후원자들의 나눔은 체험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배고프고, 힘들었던 시절의 아픈 기억들이 경제가 침체되고, 가계가 위협 받는 속에서도 그 아름다운 사랑의 실천을 꽃 피우는 동력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새로운 해가 열렸습니다. 새해에는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진정으로 행복할 자격과 권리를 갖춘 우리네 모든 한인들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경제가 살아나고, 집집마다 직장마다 웃음꽃이 활짝 피는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새해 아침, 무자년이라는 100미터 달리기 출발선에 서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희망과 행복이라는 결승선을 응시하면서 이렇게 외쳐봅니다.
“Are you rea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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