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독교계 2007년 결산

2007-12-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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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계 2007년 결산

지난 한 해 남가주 교협의 회계, 회장, 부서기를 각각 맡아 수고한 박영빈(왼쪽부터) 박종대, 이정우 목사. 이들은 “교회들이 개교회주의에서 탈피, 함께 힘을 모아 이웃과 세상을 섬기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프간 인질석방’한마음 기도 뿌듯

사흘만을 남겨 놓고 있는 기독교계의 2007년은 고통과 보람이 함께 들어 있는 상자였다. 화합과 일치를 모토로 많은 사업을 착실하게 진행한 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의 임원을 맡아 교계 발전의 밀알 역할을 했던 전직 임원들을 27일 만나 기독교계가 지나온 한 해를 좌담으로 정리했다. 참가자는 박종대 전 회장(행전선교교회 담임목사), 박영빈 전 회계(거리선교회 대표), 이정우 전 부서기(아케디아목양교회 담임목사) 등이다.
<편집자 주>

버지니아텍 유족돕기 성금 모금도 보람
노숙자 사역·커뮤니티 동참 크게 늘어
새해엔 교회연합 사업 더 활발해졌으면


-올해 교협 활동을 돌아볼 때 보람 있었던 일은.
▲박종대 목사(이하 박종): 37대 임기를 회상하면 하나님의 은혜였다는 고백을 하게 된다. 아프간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한 일이 특히 보람이 컸다. 한국에서 한민족 복지재단의 김형석 대표, 박은조 이사장을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돌아온 지 1개월만에 재단이 관련된 엄청난 사태가 발생했다. 때문에 재단측과 즉각 연락, 몇 시간만에 피랍자 석방을 기원하는 촛불예배를 갖고 미 정부에 문제해결을 위한 지원을 촉구하는 서신을 보내는 등 발빠른 대처를 했다. 또 봉사자들이 다 풀려날 때까지 매주 수요일 대형교회에서 돌아가면서 모여 지속적으로 기도했다.
▲박영빈 목사(이하 박영): 가정형편이 어려운 목사 및 선교사 자녀 37명에게 모국방문 기회를 준 것, 한인이 가해자였던 버지니아텍 총격사건 때 유족돕기 성금 5만달러를 모금해 전달한 것 등이 좋았다. 한인축제 때 PPP 십자가 대행진과 기도회를 개최한 것도 커뮤니티에 적극 참여하는 교협의 위상을 새롭게 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정우 목사(이하 이정): 교협이 신선해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정도’를 걷는다는 뜻일 게다. 지난 1년간 큰 소리 나는 법 없이, 회장님 이하 모든 임원들이 화기애애하게 일했다는 점이 감사하다. 형식주의와 권위주의를 배제한 덕분이다. 임원수양회도 갖고 매주 화요일이면 임원들이 모여 현안을 논의하고 기도했다. 지난 4월에 30여 목회자들이 방한, 논산훈련소에서 3,000여명의 장병들을 대상으로 진중세례식을 가진 일과 교협 사상 처음으로 연말에 ‘목회자 위로의 밤’을 개최한 일 또한 기억에 남는다.
-아프간 피랍사태는 기독교계에 많은 교훈을 남겼다. 그 일을 통해 배웠거나 느낀 점은.
▲박정: 좀 잘 하지 하는, 걱정도 많이 들었지만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테러를 자행하는 나라의 국민들에게도, 한국은 미국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선교사를 파송하는 나라이고,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면서까지 봉사활동을 펼치고 복음을 전하는 나라라는 사실을 알린 것이다.
▲이정: 선교는 교회의 존재 목적이다. 2명이 희생된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좀 더 이해하고 그들을 인정하는 가운데 지혜로운 선교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교훈도 얻었다. 하지만 결국은 이 일이 선교와 교회 성장에 도움을 줄 것이다. 돌아가신 분들의 피값이 헛되지 않도록 남은 사람들이 복음 사역을 감당해야 한다. 가슴 아팠던 것은 기독교 내부에서도 피랍자들을 비난하는 소리가 있었다는 점이다.
-요즘 교계에서는 주변의 교회들을 돌아보고 커뮤니티 일에 동참하려는 노력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박종: 대형 교회들이 작은 교회들을 도우려는 노력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정말 좋은 일이다. 모든 교회들이 같은 목적으로 존재하므로, 멍에를 함께 져야 한다.
▲박영: 제 경우 노숙자들을 위한 긍휼사역을 하고 있는데 교회들의 기금전달이 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단체들도 송년모임에 자선단체를 초청, 기금을 전달하는 분위기다. 교회와 한인사회가 점차 사랑을 실천하는 일에 눈 뜨고 있어 사역하는 우리에게도 큰 힘이 된다.
▲이정: 교회가 제자훈련과 성령운동에만 집중하면 세상과 동떨어지게 된다. 사회에 적극 참여해 섬기는 것이 성경적이다. 예수님께서는 크리스천들을 ‘세상의 빛’이라고 칭하셨다. 다시 말해 교회는 세상과 분리될 수 없는 존재다. 나성영락교회가 커뮤니티 단체들에 30만달러를 지원하고 청소년 재소자들을 위해 도서관을 지어주는 사업을 펼치는 것은 좋은 본보기다.
-남가주 한인교회들이 새해에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면.
▲박종: 개교회주의를 탈피, 연합사업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네트웍을 형성해 효율적으로 일하지 않으면 시간과 재정, 에너지가 중복 투자돼 낭비를 낳는다. 수많은 무임 목회자 문제도 주요 현안이다. 신승훈 회장 등 교협 새 임원진이 매달 기도회 및 세미나를 갖고 목회자들을 지속적으로 돕기로 한 것은 정말 잘한 결정이다. 또 교회가 교인들에게 화합, 정직성, 상도의 등에 대해서도 가르치는 등 이제 커뮤니티의 주축 역할을 해야 한다.
▲박영: 약 7년 전 LA에 왔을 때 교회들이 연합하는 모습이 부족함을 실감했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개선이 필요하다. 모두 함께 모여 일치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또 교회가 주머니 속 쌈짓돈을 모아 노숙자 등에게 희망과 도움을 주는 부담을 함께 져야 한다. 그들은 교회가 등 돌리면 정말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정: 함께 웃고 함께 우는 크리스천의 자세가 절실하다. 다른 교회가 잘못할 때 ‘우리 교회는 안 그런데’ 라고 생각하며 팔짱 끼고 구경하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이민 목회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목회자도 어렵고 교인들도 어렵다. 하지만 황금만능주의와 물량주의를 버리고 서로 보듬어주는 자세를 우리 모두가 가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해질 수 있다.
-2008년 새해를 맞는 한인들에게 하고 싶은 인사는.
▲박종: 새해에는 자신만 앞세우지 말고 타인의 의견도 경청하는 가운데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교계와 한인사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무엇보다 교계는 남가주 교협과 지역 교협들이 힘을 합해 주님의 선한 일을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박영: 경기가 좋지 않은 한 해였지만, 맡고 있는 긍휼사역에서 풍성함을 누렸다. 어려운 중에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새해에도 힘들어 하는 이웃들을 격려하고 축복하는 한 해를 맞으시길 기도한다.
▲이정: 다들 힘들다고 하는 데, 힘들수록 소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하나님의 복은 ‘검은 보자기’ 속에 싸여 있는 법이다. 기도와 인내로 두세 겹의 검은 보자기를 풀고 복을 받기를 바란다.
-지난 한 해 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좌담회에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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