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각하는 삶 - 나는 행복한가

2007-12-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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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 전
<전 건강정보센터 소장>


영화 세트장이다.
거기에 흰머리 숭숭 날리는 crew들이 16세짜리 틴에이저 감독의 지시를 따라 카메라를 움직이는 것을 한번 상상해 보라. 더구나 그 틴에이저는 불과 14세에 그 영화의 각본을 썼는데 자금조달을 해줄 제작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원본을 간추린 짧은 편(short version)을 만들어 노력한 결과, 섭외가 성사되고 결국에는 혼자 힘으로 100여만달러 예산의 영화를 만들며 주연까지 맡았다면? 그리고 16세가 되는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내년부터는 샌타모니카 시티 칼리지에서 공부하고 장차는 스탠포드에서 영상학 대신 심리학을 전공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그 틴에이저의 이름은 스위스 태생의 지휘자 촬스 듀토잇의 손녀딸 앤 소피 듀토잇이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 나이라는 것은 한낱 삶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나이에 관계없이 어떤 나이에서든 어떤 삶이라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하고 싶은지 정확히 알고 또한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과 열정 또한 갖추고 있다. 그런가하면 어떤 이들이 몇 살에 무엇을 하고 언제 어떻게 살지 평생계획을 세워 놓고 사는 이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평범하게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얻고, 결혼을 하고 우연을 필연으로 믿으며 또는 필연을 우연으로 돌리며 살아간다. 그런 인생이 하찮다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그것이 우리 보통사람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보통’의 그것에서 탈피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꼭 앤 소피처럼 조숙한 영재들만 그렇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우선은 타인들과 비교하여 직업의 귀천이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정말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여겨진다. 구태여 직업으로 연결되는 맥락에서가 아니더라도 하고 싶은 것, 하면 즐거운 것, 잘 하는 것 등을 찾아보아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탐구와 세상에 가득 차 있는 온갖 가지에 대한 호기심이 우선이다. 때로는 호기심도, 탐구심도, 의욕도 없는 사람도 보게 되는데 그런 경우 아이들이건 성인이건 계속 옆에서 격려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리라 본다. 자신에 대한 탐구로 자신을 좀 더 발견한 다음 그에 따른 계획을 세우고 자기훈련과 자제력을 통한 실행 능력을 키워 자신이 원하는 무엇인가를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세상이 평이하지 않아서 원한다고 또 능력이 있다고 모든 게 다 순조롭게 되는 것은 아닌 줄 안다. 그러나 적어도 할 수 있는데 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짓은 하지 말아야 되고, 해보고도 안 되면 차선을 택하여서 원했던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가면서 만족할 줄 아는 지혜를 지녀야 될 것이다.
과연 나는 지금 행복한가? 더 행복해 지고 싶은가? 그렇다면 내년에는 조그만 취미생활이라도 시작해 봄이 어떨지. 그러나 일단 시작했으면 꼭 끝까지 해 볼이다. 사는 방법에 조그만 발전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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