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

2007-12-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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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

로버트(오른쪽)와 좀비.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

로버트가 애견과 함께 버려진 맨해턴을 걷고 있다.

버려진 맨해턴에 홀로 선 최후의 남자

인간-좀비 대결 SF 공포물
주인공 윌 스미스 고군분투

인공 바이러스에 의해 인간들이 산송장이 된 맨해턴에 사는 유일한 면역체계를 지닌 남자의 고독하고 절망적인 삶과 좀비들과의 대결을 그린 공상과학 액션 공포물이다.
리처드 매트슨의 소설이 원작으로 1964년에 빈센트 프라이스 주연의 ‘지구의 마지막 인간’과 1971년에 찰턴 헤스턴 주연의 ‘오메가 맨’으로 두 차례 영화화 됐었다.
인간이 떠난 황량한 맨해턴을 묘사한 디자인과 이미지 그리고 혼자 영화를 짊어지다시피 한 주연 배우 윌 스미스의 연기가 매우 좋지만 결국 좀비 영화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산송장의 밤‘과 ‘28일 후’를 연상케 하는데 관객을 깜짝 깜짝 놀라게 하는 구태의연한 수법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서론으로 암 치료제를 발명한 여의사(에마 탐슨)와의 TV 인터뷰가 있은 뒤 장면은 황무지가 된 맨해턴으로 바뀐다.
아스팔트 사이로 풀과 잡초가 난 황량한 맨해턴의 차도에는 버려진 차들이 만원 폐차장을 연상케 하는데 하늘에는 간혹 새들이 날아다니고 길에는 사슴들이 떼를 지어 달리는데 사자 한 가족이 사슴들을 사냥한다. 그리고 타임스퀘어에는 ‘헤어스프레이’와 ‘렌트’ 등 뮤지컬 광고판이 보인다.
이 버려진 빌딩의 계곡 사이로 애견 셰파드를 태운 채 머스탱을 무서운 속도로 모는 남자가 맨해턴의 유일한 인간 로버트 네빌(스미스). 그는 라이플로 사슴을 겨냥하나 잡지 못하고 타임스퀘어의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는 식량과 다른 필수품들이 잔뜩 저장돼 있다. 밤이 되자 로버트는 창문을 보호하는 철문을 닫고 문마다 쇠 빗장을 채운다.
어둠과 함께 들려오는 괴성과 비명. 공포에 질린 채 애견과 함께 욕조에 몸을 웅크린 채 누워있는 로버트의 회상으로 그와 아내와 어린 딸과의 이별 장면이 묘사된다. 3년 전 인간을 식인 좀비로 만드는 바이러스의 만연으로 맨해턴은 외부세계와 완전 차단되나 군인 과학자인 로버트는 면역체계를 지녀 남는다.
빛에 맥을 못 추는(CGI로 만든 좀비가 ‘해리 포터’ 시리즈의 볼디모트를 닮았다) 좀비들 때문에 로버트는 낮에는 외부 출입을 하면서 좀비 사냥을 한다. 좀비를 생포해 질병 치료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로버트는 초인적 속도와 유연한 동작과 힘을 지닌 좀비들에게 역습을 당한다.
그리고 뜻밖에 역시 감염되지 않은 젊은 여인과 그녀가 돌보는 소년이 로버트 앞에 나타나면서 로버트는 외부 세상에 자신들과 같은 인간들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액션 장면들과 귀기마저 서린 기이하고 슬픈 분위기를 자아내는 버려진 맨해턴의 모습이 훌륭하다. PG-13. WB.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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