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은퇴의 기로에 서서…

2007-12-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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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하나 있는것 팔아버려?

은퇴했을 때 손에 남는 가장 큰 재산은 대부분의 경우 집이다. 대다수 생활인들이 사느라 바빠 별로 모은 것도 없고 약간의 은퇴플랜에 적립된 자금과 집하나 달랑 쥐게 된다. 앞으로 살아갈 해는 긴데 이 재산으로 살아가야 한다. 따라서 주택은 은퇴가 가까워오면 어떤 식으로든 방향을 정해야 할 대상이 된다. 그냥 살든지 아니면 팔고 다른 곳으로 옮기든지 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현명한 운용이 될까?
쉬운 문제는 아니다. 다각도로 살펴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내게 어떤 가치 있는지 돌아보고 처분할거면 일찌감치 처분
은퇴자금 계산할 땐 먼저 집은 제외해 놓는 게 바람직
‘역 모기지’등 살면서 집 이용해 수입 마련하는 것도 생각을


다행히 집값은 최근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10년 전보다는 두 배 이상 올라 있다. 90년대 중반에 중간 가격대의 집을 사서 살고 있다면 지금은 상당한 ‘재산’이 된다. 은퇴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풍부한 자금원이다. 팔고 작은 거처로 옮기는 것도 좋은 방안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집은 팔려고 마음먹었다고 해서 쉽게 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금방 팔기가 어렵다. 판매비용이 적지 않게 들고 요즘처럼 하락하는 시장에서는 팔기도 어렵다. 또 애들을 키우며 살아온 삶의 흔적과 추억이 어려 있어 마음을 정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팔고 난 다음에도 또 다른 거처가 마련돼야 한다.
은퇴했거나 임박했을 연령인 55~65세인 경우 재산목록 1호인 집 처리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점들을 짚어봐야 한다.

▶집은 나에게 어떤 가치를 갖는가
어떤 이에게는 집은 자신의 분신이기도 하다.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는 상징물이며 애들을 키운 추억이 어린 곳이다.
재정적으로야 집을 팔고 작은 거처로 옮기는 것이 현명할지 모르지만 쉽게 팔 수 있는 성질이 아닐 수 있다. 이런 홈 오너라면 어떤 값을 치르고라도 현재의 집을 그대로 갖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팔기로 작정했다면 먼저 앞으로 살 곳과 집을 찾아내는 것이 순서다. 앞으로 살 집을 정하고 나면 정든 옛집을 처분하기가 좀 더 쉬워진다. 잃는 것 대신에 한편으론 새로 얻는 기쁨도 있을 터이니.
▶집을 꼭 팔아야 하나 계산해 본다
조만간 은퇴할 예정이라면 은퇴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 계산을 해봤을 것이다. 충분히 저축해두지 못했다면 집도 은퇴자금 계획에 포함시켜서 계산했을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은퇴 자금 계산시 가능한 집은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집을 포함시켜야 은퇴 생활비가 마련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은퇴해도 어차피 살아야 할 집은 하나 있어야 하니까 일단 제외시키고 계획을 세우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이왕 줄일 량이면 일찌감치
지금 갖고 있는 집이 재산가치도 크고 또 은퇴하면 작은 집으로 옮길 계획이라면 미리부터 작은 집으로 옮기는 것도 좋다. 미리 다운사이징 함으로써 많은 돈이 절약되고 이 돈은 더 많은 은퇴자금으로 쌓이게 된다. 지금부터 집도 줄이고 생활의 규모도 줄여서 살아가는 연습을 하면 더 자연스럽게 은퇴 생활에 접어들 수 있다.
다운사이징을 하겠다 마음먹었으면 미루지 말고 가능한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 집을 팔아 생긴 자금을 먼저 쓰고 은퇴플랜에 적립된 자금은 나중에 쓰면 그 사이 은퇴플랜 자금은 더 증식되고 세금도 더 줄일 수 있게 된다. 단 집을 판매함으로써 생긴 양도 소득에 대한 세금이 다운사이징에 따른 이익을 상쇄시키지는 않도록 회계사의 자문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에 편중되면 안 된다
투자의 기본 원리는 분산. 여러 가지 투자자산에 분산하여 투자함으로써 위험도 줄이고 안정적인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은퇴 자산의 3분의1 이상을 부동산에 배분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재정계획사 레베카 프레스턴는 조언한다.
더욱이 부동산은 유동성이 낮다. 팔 때 비용이 많이 들고 쉽지가 않다.
빈 집인 채로 팔리지 않고 있다면 나가는 비용은 물론이고 마음고생도 심하게 된다.
그리고 장기로 볼 때 부동산의 투자 수익은 다른 투자 자산에 비해 생각만큼 그리 크지가 않다. 최근 10년을 돌아보면 많이 올랐다고 생각하겠지만 90년대 그랬던 것처럼 장기간 전혀 오르지 않고 그냥 그대로인 경우도 많다. 90년부터 2000년 사이 주택가치는 연간 3% 정도 올랐지만 S&P 500 기업의 주식은 연간 15%씩 올랐었다.

▶세컨드 홈을 살 때는 더 신중해야 한다
은퇴가 가까워오면 많은 이들은 거주지 이동을 생각한다. 비치나 산속, 따뜻한 곳, 또는 다운타운 인접 지역을 생각하는데, 이런 곳에 일단 한 번 살아보고 정하겠다는 생각으로 세컨드 홈을 매입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값을 아주 비싸게 치르는 운용”이라고 주의를 당부한다. 졸지에 주거비를 두 배로 늘려놓아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될 위험이 크다는 것.
세컨드 홈을 매입한 곳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또다시 처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세컨드 홈을 매입하는 것보다 길게 휴가를 가봐서 찬찬히 알아보는 편이 현명하다 할 것이다.

▶그냥 살면서 집을 이용하는 방법
집을 팔지 않고 그냥 살면서 집을 이용해 은퇴 수입을 얻는 방법도 있다. 집을 담보로 홈 에퀴티 론을 얻어서 주식 등 다른 곳에 투자하여 은퇴 생활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인데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만약 보합장이나 하락장에서 투자한다면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 전략은 만류한다.
역 모기지(reverse mortgages)를 얻는 것도 한 방편이 된다.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에퀴티를 빼먹는 방법인데 최근 제법 인기가 높다. 비교적 새로운 방식이며 수수료가 비교적 높다는 점이 흠. 고령의 노인에게 더 알맞다. 55~65세 라면 앞으로 25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역 모기지를 썼다간 나중에 자식에게 남길 에퀴티가 거의 없을 수 있다.

▶시장이 안 좋아도 마음먹었으면 파는 편이 낫다
최근 가격이 떨어져 팔려고 작정했지만 선뜻 내키지 않는다. 비쌀 때 팔아서 절 반 값에 오리건이나 네바다, 아이다호에서 좋은 집을 살 거라고 꿈 꿔 왔다면 요즘 LA, 오렌지카운티의 집값이 크게 하락해 선뜻 매각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팔 수 있는 기회를 놓친 비용이라 생각하고 이왕 팔려면 낮은 가격이라도 팔고 옮기는 편이 낫다. 안 팔리는 집을 쥐고 있어본들 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가고 마음고생도 심하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또 내린 가격에 팔고 새 곳에서 낮은 가격에 산다고 생각하면 마음을 정하기 쉬울 것이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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