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개역 개정판’성경 나온지 9년 지났건만…

2007-12-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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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보급은 지지부진

일부 교회 교체 속
대형교회 사용 외면

한국 교회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개역 한글’ 성경(이하 개역)의 번역상의 부족함을 보완하고 오늘날 쓰지 않는 어려운 표현들을 쉽게 바꾼 ‘개역 개정’성경(이하 개역 개정)이 출간된 지 9년여가 흘렀으나 미주 한인 교계에서는 보급이 매우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성경 판매의 5~10%
찬송가 채택관련 복잡

현재 남가주 한인교계에서는 나성열린문교회, 생수의강 선교교회, 다우니제일교회, 충현선교교회 등이 교회 차원에서 새 성경을 도입했거나 교체를 위해 교인들의 구입 주문을 받는 등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성열린문교회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대형 교회들도 아직 지난 1961년 결정판이 나온 개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기독교 서점들에 따르면 아직까지 개역 개정판(성경찬송 합본 포함)의 판매량은 전체 성경의 5~10%선에 지나지 않는 실정이다.
한 서점 관계자는 “그나마 일부는 교회 주일예배 등에서 이 성경을 공식 사용하기 때문이 아니라 여러 번역을 비교해 성경의 뜻을 더 쉽게 깨닫기 원하는 이들이 개인적 필요에서 사가는 경우”라고 말했다.
조이 기독백화점의 박순태 대표는 “1.5세들도 있어 쉬운 번역이 미주 한인들에게는 더욱 절실하지만 새 성경의 보급은 미미하다”며 “한국에서 일부 교단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고, 앞으로 10년 내로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고 말했다.
복음사의 주정옥 대표도 “미주 한인교계에서 보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경책의 뒤편에 합본으로 붙는 찬송가의 종류가 2가지라는 점도 개역 개정판으로의 교체를 늦추는 또 하나의 요인. 한국에서는 645곡을 수록한 ‘21세기 찬송가’가 지난 해 새로 나와, 교단별로 제각기 사용되던 개편, 합동, 새 찬송가 등 3가지를 대신하는 찬송가책으로 23여년 전 나온 ‘통일찬송가’(558장 찬송가로도 불림)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따라서 교회에 따라 제각기 21세기 찬송가 혹은 통일찬송가를 예배시간에 사용하고 있다. 기독서점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21세기 찬송가보다는 통일찬송가와 하나로 묶여 있는 성경이 더 많이 팔리고 있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성경을 바꾸기 원하는 교회는 동시에 어떤 찬송가를 쓸 것인가도 결정해야 한다. 실제로 LA 일원의 한 교회는 개역 개정+21세기 찬송가를, 다른 한 교회는 개역 개정+통일찬송가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주 한인들은 영한 성경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 이들 성경이 나올 때에는 사태는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교회가 속해 있는 교단들이 공인 성경과 관련한 결정을 내리고 있으나 이는 권장사항에 불과하기 때문에 최종 결정은 각 교회의 몫이다.
이같이 어정쩡한 상황은 많은 한인 크리스천들의 새 성경 구입을 망설이게 해 기독교 서점들의 매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개신교의 한글 성경은 1882년 신약의 일부인 누가복음 번역으로 처음 시작돼 1900과 1911년 신약과 구약이 각각 최초로 완역됐다. 그후 1936년과 1938년 신약과 구약이 개정되고 한글맞춤법통일안에 따른 개역 초판이 1952년 나왔으며, 뒤를 이어 70~90년대에 가톨릭과 함께 작업한 공동번역, 현대인의 성경(영어 ‘The Living Bible’을 번역한 의역 성경), 표준새번역, 현대어성경 등이 출간됐다.

<글·사진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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