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 속의 부처 - 세계는 한 송이 꽃

2007-12-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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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재 욱
(로메리카 불교대학 교수)


‘…마음으로 그려봐요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삶을 살아가는 것을… 소유가 없다면 탐욕도 굶주림도 없고/ 사람들은 모두 한 형제가 될 텐데/ 상상해 보세요. 모든 사람들이 이 세상을 공유하는 것을…’(‘이매진’ 중에서)
달콤하고 몽롱한 그러나 자신감 있는 속삭임이, 깔끔하고 담백한 피아노 선율을 타고 흐르는 존 레넌의 ‘이매진’은, 전 세계 평화의 노래가 되어 반전론자들이 가장 많이 부른 노래, 비틀즈의 나라 영국이 가장 사랑하는 노래라고 합니다.
그의 아내 오노 요꼬에 의해 발아된 이 철학적인 메시지와 ‘이매진’이라는 모티브를, 존이 1970년 뉴욕에서 런던으로 비행 도중, 노랫말로 완성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존이 ‘이매진’을 작곡할 때 사용했다는 피아노는, 그가 피격 사망한 뒤 평화의 상징이 되어, 2007년 4월부터 미국의 테러 참사 현장들인 오클라호마 연방 청사를 비롯해서,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 등에 순회 전시된 바도 있습니다.
존 레넌(1940-1980). 전 세기 록 음악계의 아이콘. 그는 이미 전설이 되었으되, 언제나 우리들과 함께 숨쉬고 있는 전설이기도 합니다.
그는 끊임없이 자유와 평화 그리고 사랑을 노래한 위대한 음유시인이요, 진실로 ‘행동하는 양심’이었습니다. 무소유의 가치를 꿰뚫어본 그는 탐욕은 증오를, 증오는 폭력을 불러옴으로써, 세계를 혼란에 휩싸이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어서 그는 이렇게 단언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탐욕과 분노 때문에 그들 스스로도 다스리지 못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마음의 집착에서 벗어나게 되면 누가 굳이 정하지 않아도, 세상은 자연스레 ‘이매진’에 나온 모습처럼 갖추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인간 또한 우주와 자연 만물의 일부로서 그에 순응하고 조화를 이루며 살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그것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그리고 자연과 자연의 조화와 균형이 깨어질 때 종국에는 공멸하고 말 것임을 경고 한 것입니다.
그는 결국 세계는 ‘하나’이고 그래서 ‘함께’ 가야 한다고 노래합니다.
불가에서는 세계는 한 송이 꽃, 즉 ‘세계일화’임을 주창합니다. 그것은 인간을 포함한 우주는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서로의 다함없는 관계 속에 있음으로 공존 아니면 공멸임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는 개인을 포함한 모든 공동체들은 만가지 악의 뿌리가 되는 탐욕에서 벗어나도록 일깨워 줍니다.
존 레넌, 말년에 그는 ‘불교의 선(禪)과 맑스의 결합’을 그의 이념으로 표방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설명은 유보된 채, 그는 이 세상을 떠나고야 맙니다.
샤카무니 붓다께서는 어느 날 대중들이 모인 자리에서 설법을 대신해, 앞에 놓인 꽃 한 송이를 조용히 집어드셨다고 합니다. 아무도 그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으나, 제자 까싸파만이 미소로 답했다고 합니다. 그 이심전심의 전설을 선가에서는 ‘염화미소’(拈花微笑)라고 합니다.
‘대영제국의 국보를 훔친 마녀’ ‘존의 영혼의 동반자’ ‘가장 유명한 무명의 예술가’ 등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는 오노 요꼬.
오늘날 세인들이 존 레넌의 그 ‘유보된 설명’에 대해 궁금해 한다면, 그녀는 아마도 그를 대신해 꽃 한 송이를 집어 수줍은 미소에 담을지도 모릅니다.
세계는 한 송이 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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