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클럽-분석가들도 오리무중

2007-12-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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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얘기는 이제 그만하죠.”
몇 일전 단체모임에 잠시 참석했다가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의 대화중에 툭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럴 만도 하다. 시티그룹의 한 부동산 분석가는 주택개발 회사들의 주식가격이 바닥에 다다른 것 같다고 하면서 재정상태가 그런대로 괜찮은 주식들 몇 개에 대한 투자의견을 상향조정한 적이 있었다. 그때가 10월 초순이었으니까 대략 두 달 전의 일이었다. 그는 경제전문 케이블 방송인 CNBC에 초대되어 그의 투자의견을 상향조정한 이유에 대한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그는 KB홈, DR호튼과 같은 회사들의 최악은 넘어선 것 같다고 하면서 그 회사들의 주식가격이 70% 이상 떨어진 현실을 지적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주에는 높였던 투자평점을 다시 내리면서 향후 부동산 동향을 지켜보자는 자세를 취했던 것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놓인 홈오너들에겐 그의 태도변화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최근에 나오는 데이터들이 그의 전망과 멀어지고 있다는데 어떡하랴.
분석가들의 일은 주로 자신이 담당한 산업에 대해서 늘 리서치하면서 변화를 추적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들이 생명처럼 여기고 있는 정보는 주로 산업선두주자회사들의 중역진들과의 대화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제점은 분석가들에게 전달되는 정보가 각 회사들의 중역진들의 입에서 비롯되다보니 객관성이 결여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점이다. 개발사들의 경영진은 영향력 있는 월스트릿 분석가에게 현실보다 긍정적인 분위기를 전달함으로 자사의 주식가격을 보호하려한다.
분석자료 자체가 선입견을 담고 있다 보면 시티그룹의 그 분석가가 지난주에 자신의 투자평점을 번복해야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말에 의하면 “증권가에 발표되는 나쁜 뉴스의 심도가 낮아지고 있다 해서 부동산 산업의 미래를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털어 놓았다.
부동산 산업 회복에 대한 기대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나쁜 뉴스의 정도가 약해지는 걸 토대로 하는 대신 실질적인 회복을 알려주는 데이터를 토대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두 달 전에 미국 주류방송을 통해 보도됐던 그의 낙관론이 성급했다고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 스타급 분석가들도 향후 부동산 침체의 깊이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일반 홈오너들은 오죽할까. 그 모임에서 들린 “부동산 얘기 그만하죠”라는 퉁명스러운 말투가 의아하지 않았던 이유도 바로 그런데 있지 않았나 싶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향후 금리정책을 추가로 완화할 수 있다고 시사했던 이유가 결국 시티그룹의 그 분석가가 부동산 산업에 대한 투자평점을 제자리로 내려놓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와 직결된다고 본다. 불경기에 대한 불안감은 이미 소비자 신뢰지수(Consumer Confidence Index)를 3개월 연속 하락시켰고 소비자들의 위축은 주택경기를 더욱 메마르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페이먼트 상향조정(reset)으로 주택차압이 급증한다하더라도 차압당하는 건수를 주택시장 전체의 페센티지로 봤을 때는 불과 1%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실질적인 경제적 여파보다도 문제가 현실보다 크게 보는 사람들의 심리자체가 더 큰 악영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문제화 될 수 있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버냉키 의장이 아닌가 생각된다.
12월에 또 한번의 금리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근거 있는 기대치에 힘입어 증시가 다시 폭등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내년에도 또 금리인하가 있을 것이다. 지속적인 금리인하 정책은 부동산 경기를 다시 활성화 시킬 것이라는 걸 소비자들은 확신하고 있으면서도 주택매입을 꺼려할 것이다. 그것은 소비자들의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중의 심리는 올라갈 때도 내려갈 때도 지나치게 스윙을 한다.
주류 분석가들이 어려워하는 분야가 바로 대중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일 것이다. 시티그룹 그의 경제적 측면의 전망은 틀리지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그가 채 두달도 안돼서 그의 투자의견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것은 대중이라는 예측하기 힘든 변수가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버냉키 의장이 이자율 낮출 계획을 언론을 통해 미리 흘리는 이유도 그 대중의 심리를 원하는 쪽으로 이끌어가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만약에 그가 바라는 대로 대중이 함께 동참해 준다면 부동산 시장도 생각보다 빠른 시일내로 회복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800)429-0014
토마스 박
<시너지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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