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반갑다‘맛 친구’

2007-12-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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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맛 친구’

이인애씨가 소개한 겨울철 별미 상차림. 볶은 김치가 올려진 메밀묵과 담백하고 구수한 콩나물

라하브라 이인애 요리클래스 회원들

여자들은 친해 진 후에 함께 목욕탕을 가고, 남자들은 목욕탕을 간 후에 친해진다는 말이 있다.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친해지고 나면 알몸을 보여줘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가까워지는 사이. 자식 이야기에서부터 때로는 남편 흉까지 미주알 고주알 모두 나누는 허물없는 사이. 남자들이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여자들만의 끈끈한 우정이다.
미주 한인 여성들의 경우 대부분이 학교 동문회, 혹은 교회 모임 등을 통해 친구를 사귀지만 특이하게도 요리 클래스에서 만난 사람들이 절친한 친구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한다. 이들의 특징은 주로 비슷한 동네 주민으로 함께 요리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오늘은 가족들을 위해 또 어떤 음식을 준비해야 하나”로부터 “우리 아이가 이렇게 하니까 성적이 올랐다” 는 교육이야기까지 무궁무진한 주제의 대화를 통해 다양한 생활 정보를 나눈다.

라하브라에서 열리는 이인애씨 요리 클래스에서 만난 회원들도 친분 관계가 돈독하기로 유명하다. 각 요일마다 다른 멤버들이 한 반이 돼 클래스를 듣는데, 이인애씨 말로는 각 반마다 독특한 분위기가 있고 회원들끼리 똘똘 뭉쳐 웬만한 동문회는 저리가라 할 정도의 우정을 과시한다.
이 중 2년째 한 반으로 클래스를 들어온 ‘목요일 반’의 회원들은 회원 한 명이 다른 회원들을 따라 가까운 동네로 이사까지 왔을 정도로 끈끈한 관계를 자랑한다. 지난 목요일 라하브라 이씨 자택에 모인 이들을 만나 요리를 배우게 된 이야기, ‘히트’친 요리 이야기, 남편과 아이들의 반찬 투정에 대한 변론 등 미주알 고주알 아줌마들의 수다를 들어봤다.


▲요리 클래스와 우정
클래스를 가장 오래 들었다는 장영주씨는 이 반의 ‘반장’격이다. 그는 이 클래스에서 만난 친구들을 따라 풀러튼으로 이사를 왔다. 그야말로 ‘친구 따라 강남 간 셈’이다. 물론 친구들은 자신의 동네로 무기한 원정을 온 이 기특한 친구를 위해 만사를 제쳐놓고 하루 종일 그의 이사를 도왔고, 저녁까지 해 먹이며(?) 돈독한 우정을 과시했다. 장영주씨는 이날도 클래스가 끝난 뒤 함께 먹기 위해 입에서 살살 녹는 초컬릿 쉬퐁 케익을 가져올 정도로 회원들을 챙긴다.
직장을 다니는 회원들도 있다. 직장 다니랴 요리 클래스 다니랴 정신없지만 이 클래스만큼은 꼭 놓치지 않는단다.
“솔직히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요리를 배우고 친구도 사귀며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또 가족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심리 치료사인 린다 이씨는 요리 클래스가 있는 날은 그 전날부터 기대가 된다고 말할 정도다. 이들 회원들은 요리 재료 등을 구입하기 위해 함께 샤핑을 가기도 하고, 특이하거나 좋은 그릇을 발견하면 다른 회원들 것 까지 함께 구입해 나누기도 한다.
이인애씨는 “나이가 지긋하신 회원들로 구성된 반은 자녀들 결혼 문제나 폐백, 혼수 문제에 대해 정보를 나누며 각종 경조사까지 함께 한다”며 “각 반마다 회원들끼리 서로를 챙겨주는 모습이 끔찍하다”고 자랑한다.

▲어른들에게 ‘히트’ 쳤던 영양 버섯밥
자칫 요리는 뒷전이고 친구만 만난다고 오해할 수 있겠지만 천만의 말씀. 이들 회원들은 “요리클래스를 통해 요리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입을 모은다. 손님들을 초대했거나 아니면 특별한 날, 실력 발휘를 해야 할 때 요리클래스에서 배워놓은 ‘비밀병기’를 펼치면 언제나 대 히트다.
제일 히트 쳤던 메뉴는 버섯과 전복, 은행을 듬뿍 넣어 뚝딱뚝딱 지어낸 영양 버섯밥. 구수하면서 씹히는 맛이 일품이라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도 열광했다고 입을 모았다. 회원들은 이날 배운 콩나물 리조또와 돼지갈비, 메밀묵 요리 역시 평범한 날 가족 식사용으로는 물론 손님 맞이 용으로도 활용하겠다며 즐거워한다.
신혜인씨는 “어려서부터 엄마가 해 주는 따뜻한 밥을 먹고 자란 아이들은 탈선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말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면서 가정도 더욱 화목해 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남편과 아이들 이것만은 지켜줬으면
혹시 요리 잘하는 남편 둔 사람 있느냐는 질문에 한 회원은 “정말 못하는 건지 ‘못하는 척’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까르르 웃는다. 어쨌든 재미있게도 이들의 남편 중에는 요리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이 없다. 결과적으로 가족들의 식사는 모두 이들 손에 달린 셈. 이들에게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함께 나누는 것은 언제나 즐겁고 보람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남편과 자녀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고 말한다. 다행스럽게도 이들 남편 중에는 정성껏 음식을 준비했는데 “맛이 별로다”라고 말할 간 큰(?) 남편은 없다. 그러나 주부들의 바람은 정성을 봐서라도 기왕이면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다.
정말 맛이 없다면 직접적인 말보다는 ‘양념 맛이 조금 더 강했으면 더 맛있겠다’라는 식으로 완곡한 표현을 써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메밀묵 무침·콩나물 리조또 “겨울철 별미죠”

●이날의 요리
이인애씨가 선보인 요리는 겨울철하면 생각나는 메밀묵 무침과 콩나물 리조또, 돼지갈비 오븐 구이다. 도라지가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인 콩나물 리조또와 매콤한 양념맛이 일품인 돼지갈비, 매콤한 볶음김치가 올려진 메밀묵 무침은 쌀쌀한 날씨에 딱 어울리는 토속적인 별미로 가족들의 찬사는 떼놓은 당상이다.
이인애씨는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에는 터키와 로스트 비프 등 서양음식 일색인 경우가 많은데,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중간에 깜짝 토속 음식을 준비해 식상함을 탈피해 볼 것”을 제안했다. 이인애씨가 제안한 군침 도는 겨울철 별미 레서피를 소개한다.
요리클래스 문의 (714)510-1589

■돼지갈비 오븐 구이
▲재료: 돼지갈비 4파운드, 간장 2큰술, 다진마늘 2작은술, 생강즙 약간, 청주 약간, 후추 약간, 다마리 간장 6큰술, 설탕 2큰술, 고추장 2큰술, 고춧가루 1~2큰술, 꿀 3큰술, 맛술 3큰술, 마늘 1 1/2큰술, 생강즙 약간, 후추 약간, 깨소금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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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애씨가 오븐의 돼지갈비에 매콤한 양념장을 바르고 있다.
<진천규 기자>


▲만들기: 돼지갈비는 찬물에 2~3시간 담가 핏물을 충분히 뺀다. 여기에 밑간을 한 뒤 30~40분간 재워둔다. 450도로 예열해 놓은 오븐에서 10~15분간 굽는다. 오븐의 온도를 400도로 낮춘다. 미리 만들어 둔 양념장을 돼지갈비에 3~4번에 나누어 발라가며 40여분간 구워낸다.


■콩나물 리조또
▲재료: 쌀 2 1/2컵, 치킨 브로스 3 1/2컵, 콩나물 1/2파운드, 표고버섯 10개, 도라지 2컵, 다진 마늘 약간, 참기름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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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리조또는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만들기: 콩나물은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쳐내 다진 마늘, 국간장, 참기름을 약간 넣고 무쳐 놓는다. 표고버섯은 물에 불려 채썰어 달군 팬에 볶아낸다. 도라지는 소금에 바락바락 주물러 씻은 뒤 찬물에 담가 쓴 맛을 우려낸 뒤 마늘과 국간장으로 밑간을 해 기름 두른 팬에 볶아낸다. 쌀은 씻어 30분 정도 체에 받쳐 불린 후 냄비에 참기름과 다진 마늘을 약간 넣고 볶는다. 여기에 치킨 브로스를 붓고 밥을 짓는다. 밥이 끓으면 미리 준비해 둔 콩나물과 표고버섯, 도라지를 넣고 마저 뜸을 들여 완성한다.

■메밀묵 무침
▲재료: 메밀묵 1모, 채 썬 김치 2컵, 들기름 약간, 통깨 약간, 김 약간, 소금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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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묵 무침

▲만들기: 메밀묵은 손가락 굵기 정도로 채 썰어 소금과 들기름을 넣고 버무려 놓는다. 김치는 채썰어 물기를 약간 짜낸 후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볶는다. 마지막에 들기름으로 향을 내고 통깨를 뿌린다. 김은 잘게 부숴 놓는다. 접시에 메밀묵을 담고 그 위에 볶아 놓은 김치를 얹은 후 김을 올린다.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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