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행복 출발-재혼과 초혼의 경계를 깨라

2007-12-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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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에서 운영하는 재혼클럽 ‘바즐’을 처음 방문했던 날,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넓은 공간에 회원들이 꽉 찼을 뿐 아니라 그 날은 30대가 모이는 날이라 겉만 보고는 초혼자와 전혀 구별이 되지 않았다. 모두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도 놀라운 광경이었다. 긍정적 변화였다.
엄밀히 따져 봐도 초혼과 재혼이 다른 것은 없다. 한두 가지 조건이 달라졌다는 것 외에 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결혼에 이르는 과정은 같은 것이다. 우리 회사에도 만혼 회원들이 많이 있는데 이들을 중매할 때에도 딱 한 가지 조건 즉, 자녀가 없다는 것 빼고는 이혼 회원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만남이 이뤄지고 있다. 혼인 문화의 대폭적 구조조정이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다. 초혼이냐 재혼이냐를 따지는 것은 그야말로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로 전락했다.
초혼과 재혼의 경계. 그 벽을 완벽히 깨고 깨끗이 잊어야 하는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재혼 당사자의 행복을 위해서다.
전직 은행원인 여성 A씨는 이혼 후 아들을 하나 키우고 있었다. 포장 이사업체에 재취업했다가 그 곳의 동갑내기 동료와 결혼했다. 동료는 총각이었고, 그녀는 아이까지 딸린 이혼녀라 주저했지만 남편 될 총각의 사랑은 그녀를 감동시켰다. 결혼생활 동안 위기가 없진 않았겠지만 그녀는 딸 하나를 더 낳고 지금 몹시 행복하다. 그녀가 들려주는 말. “재혼은 실패에 대해 미리 겁먹지 말아야 합니다. 나 자신의 위치에 서서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한다면 초혼 못지않은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재혼이라는 장애물을 당신의 주변에 설치하지 말 것을 당부 드린다. 초혼 때처럼 평이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누군가를 다시 만나지 않더라도 그래야 즐거울 수 있으며, 또 만일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더욱 더 자신에게 떳떳해야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재혼 시 초혼 때와 똑같이 행동해야 더 많이 행복할 수 있고, 반드시 오게 되는 위기를 당해서도 무난히 극복할 수 있게 한다.
재혼이라 해서 모든 걸 쉬쉬하고 자연스럽게 살지 않으면 초혼 때와 같은 위기가 왔을 경우 당사자를 지탱시켜 줄 주변 여건이 존재하질 않는다. 그래서 이혼으로 손쉽게 이어질 확률이 높아지는 것. 재혼이라는 현실을 숨기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사는 당신의 일상은 얼마나 피곤한 삶이겠는가? 이제 당신 의식 속에 재혼은 없다. 오직 결혼만 존재할 뿐이다.

김영란
<탤런트·행복출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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