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음식 이야기-깻잎 찬미

2007-12-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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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의 허브 깻잎에 열광한다.
허브의 정의는 인간에게 이로운 향기가 나는 모든 식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허브 이름들을 대라 하면 바질, 차이브, 파슬리 등 그 흔한 서양 허브의 이름은 술술 나오며 온갖 서양요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곤 한다.
이렇듯 ‘허브=서양’의 것으로 정의를 내리곤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라고 하고 싶다. 외국에서 도입된 향기가 나는 식물들, 외국 파스타에나 넣는 한인들의 식문화와는 거리가 먼 식물이라는 오해를 풀어주고자 한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우리나라의 박하, 백단향, 인삼, 깻잎들은 다 무엇인가?
이들은 바로 우리나라의 허브들이다. 허브는 음식의 숨은 맛을 불러내고, 허브의 맛과 더불어 새로운 차원이 맛이 탄생되어지곤 한다. 이탈리아의 주부들은 각종 페스토(허브와 잣, 치즈들을 갈아 만든 소스)를 만들어 두고 파스타에 휘휘 섞어 각종의 파스타를 저녁마다 내놓는다.
사실 이보다 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우리네의 허브는 역할은 너무 가치가 절하돼 있다는 느낌이다(순대볶음의 깻잎의 역할을 생각해 보라. 그리고 밥 한 공기에 깻잎 김치 한 장이 하는 역할을 상상해 보길 바란다).
인삼과 깻잎이 허브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몇이나 될까? 허브의 여왕은 라벤더고 허브의 왕은 인삼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깻잎의 그 향긋함과 우아한 모양의 생김새는 라벤더를 밀치고 허브의 여왕 자리를 주고 싶을 정도이며, 서양 요리에서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허브를 바질이라 한다면 우리나라에는 깻잎이라고 하고 싶다.
셰프로서 본인의 깻잎에 대한 사랑은 지극하다. 첫 번째로 깻잎을 외국 요리의 아이디어와 합해서 탄생된 소스가 바로 깻잎치미추리 소스이다. 치미추리 소스는 아르헨티나에서 고기요리와 즐겨먹는 일반적인 소스이다. 여기에 나는 깻잎을 다져서 한국적인 맛을 내는데 성공했다. 즉 깻잎향이 나는 살짝 매운 맛의 소스에 곁들여진 서양식 스테이크를 같이 서브하는데, 어느 국적을 막론하고 사랑받는 대표적인 요리라고 자랑 할 수 있다. 한국적인 재료와 서양적인 평범함이 만나 성공한 예의 하나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사랑스러운 깻잎은 역할을 계속되어 진다. 뭔가 속을 느끼하게 만드는 서양식의 식단에 김치가 잘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물론 자랑스럽게 생각하긴 하지만 포멀한 파티에 김치냄새는 정말 어울리지 않기에). 이렇게 해서 생각해 낸 흰색 김치는 바로 양배추와 깻잎을 순서대로 담아 매콤한 할로피뇨를 넣어 만든 피클(pickle) 비슷한 요리가 바로 흰 김치요리이다. 냄새가 없지만 깻잎이 가진 향긋함이 밋밋한 양배추와 어울려 한국식 피클이 된 것이다.
피클을 싫어하는 미국인들이 있는가? 물론 이것도 한국의 숨은 재료가 가져다준 성공의 한 예이다. 경쟁이 심하며 항상 새로운 요리를 물론 거부감이 없게 선보여야 하는 스트레스(stress)를 항상 해결해 주는 것은 바로 우리의 전통적인 재료들이다.
이 고고하게 생긴 향긋한 푸른 잎이 무엇이냐고 외국인 셰프가 물어볼 때마다 나를 이렇게 대답한다. 이름은 세서미리브, 세서미시드와는 상관이 없으며, 우리 한국만이 가진 자랑스러운 허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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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정
<요리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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