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 들여다보기-명절 스트레스

2007-11-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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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 연말연시로 향한 한 해의 끄트머리에 서면 마음이 부쩍 바빠진다.
각종 파티와 사교모임으로 기쁘고 즐거운 할러데이 시즌이지만, 한편으로 일년 중 가장 스트레스가 많은 때이기도 하다. 체면치레를 위해 신경 써야 하는 사교모임과 선물 샤핑, 명절 가족모임을 위한 청소와 요리, 마무리 지어야 할 직장 일과 방학한 아이들의 스케줄 맞추기 등으로 해야 할 일들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말 시즌에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주로 세 가지 때문이다.
첫째는 가족관계에서 오는 긴장과 갈등이다. 많은 경우 오랜만에 모이는 가족모임에서 어느 한편이 더 많은 노동과 의무 등을 감당하므로 명절이 오히려 반갑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시어머니와 며느리, 올케와 시누이, 동서라는 관계에서 자신이 요구하는 입장보다 자신도 함께 나누며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뒤집어보면 자신도 다 상대방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관계가 좋지 않은 가족들이 함께 모이면서 부딪치게 되는 상황 때문에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하는데, 명절의 가족모임은 함께 사랑을 나누기 위한 것이다.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식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함께 보내는 시간 자체를 의미 있게 생각하여 피차 사랑과 용납으로 대하도록 해야 한다.
한편 함께 할 가족도 없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없는 명절이기에 외로운 사람들도 있다. 어떤 사람에겐 이혼이나 별거, 또 가족의 죽음을 경험한 해의 명절이어서 나빠진 가족관계가 더욱 크게 느껴져 더 많은 외로움과 죄책감으로 명절 스트레스가 깊어질 수 있다.
둘째는 재정 문제에서 오는 스트레스이다.
명절을 축하하기 위한 모임과 여행, 음식과 오락, 또 모든 가족을 기쁘게 하기 위해 선물 등을 구입하다 보면 지나치게 돈을 쓰게 되는 문제다. 의무적이고 체면치레에서 하는 선물을 하기보다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을 하도록 하되, 자신의 있는 그대로, 자신의 형편에 맞는 계획된 지출을 해야 한다. 가족끼리 의논하여 아이들에게만 선물하고 어른들끼리는 하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셋째로 신체적 피로에서 오는 스트레스다.
명절 샤핑과 여러 가지 사교모임 참석, 손님접대 등으로 몸이 과로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러 바쁜 스케줄로 운동과 잠을 뺏겨 몸의 상태가 더 스트레스를 받는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의무에 대해 ‘노’라고 할 수 있는 확고함도 필요하다. 또한 지나치게 상업화된 명절 분위기 때문에 자신도 매스컴에서 보여주는 이상적인 명절을 보내야 할 것 같은 비현실적인 기대감으로, 지나치게 먹고 마시고 사교함으로 자신의 정상적인 삶의 습관을 희생하며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탕진하지 말아야 한다.
명절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명절은 꼭 재미있고 행복하게 보내야 한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213)500-0838
서경화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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