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니 가고 롱스커트 시대 오나

2007-11-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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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 올라갈 곳 없는 짧은 치마의 돌파구로
유명 디자이너들 앞다퉈 긴 스커트·드레스 선보여

요 몇년새 치마 길이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짧아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설마 이렇게 짧은 걸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건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던 아이템들이 현실 세계 백화점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는 데다 이젠 웬만큼 짧아선 미니 스커트라는 명함조차 내밀 수 없게 된 지경이다. 그래서 일까. 더 이상 올라갈 곳 없는 미니의 돌파구로 유명 디자이너들이 앞다퉈 롱스커트를 선보이고 있다. 그래서 내년 봄 패션 경향을 볼 수 있는 뉴욕 패션 위크에서 디자이너들이 치마 길이가 발목까지 오는 롱스커트와 드레스를 잇따라 선보여 미니스커트 대신 롱스커트 시대가 올 것을 예언하고 있다.

패션 전문가들 역시 올 여름까지만 해도 몸에 달라붙던 ‘수퍼 스키니진’이 가을을 넘어 겨울이 이르러선 넓게 퍼지는 와이드 팬츠 스타일로 바뀌는 등 요즘 들어 패션 경향이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이제 가장 극적으로 치마 길이가 길어지지 않겠냐고 내다보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최근 뉴욕 패션위크에서 가장 큰 변화와 주목할만한 점중 하나는 종아리 중간이나 길게는 발목까지 올 정도로 길이가 전보다 길어진 드레스와 치마이다.
빌 블라스가 내년 봄을 위한 롱 드레스와 스커트를 선보인데 이어 마이클 코어스, 도나 카란, 트레이시 리즈 등도 일상 복으로 입을 수 있는 롱 드레스들을 선보였다.
길어진 드레스와 치마는 최근 몇 시즌간 의류업계와 패션 무대를 장악했던 초미니나 베이비 돌 드레스 스타일에서 커다란 변화가 온 것으로, 디자이너들은 이런 변화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잡기 위한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치마 길이가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을 정도까지 짧아진 것도 길이가 길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
뉴욕의 패션 인스티튜트 오브 테크놀로지(FIT)의 발레리 스틸 박물관장은 “치마 길이가 한 방향으로 갈 만큼 가면 결국에는 반대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한다.
이 같은 치마 길이의 극단적인 변화는 여성들이 최소한 유행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결국 새로운 의류 샤핑에 나서도록 만들어 내년 봄 의류 업체들의 매출을 늘어나게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디자이너들은 아주 짧거나 길지도 않은 적당한 길이의 치마를 내놓고 있지만 의류 판매업체들은 벌써부터 롱스커트의 판매가 잘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패션계의 오랜 속설처럼 내년 봄부터는 경기가 좋아지는 걸까.
여성들의 치마길이에 따라 경기를 예측 혹은 판단하는 것은 너무 오래된 고전이다. 즉 미니가 유행하면 불경기고 맥시가 유행하면 경기가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패션 전문가들은 1929년 대공황 전의 몇 년간 치마 길이가 길어졌다는 것을 예로 들면서 치마 길이와 증시의 관계는 전적으로 미신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내년 봄 경기가 어떨진 모르겠지만 분명 내년 봄 거리엔 소비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미니 스커트로 톡톡히 재미를 본, 그리고 더이상 미니를 팔 수 없게 된 디자이너들이 일제히 긴 스커트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내년 봄엔 거리마다 긴 스커트가 물결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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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봄엔, 아니 벌써부터도 고급 소재의 롱스커트의 유행을 예고하고 있다. 바이오네트(Vionnet)의 새틴 롱 스커트와 같은 소재의 화이트 탑이 고급스러우면서도 여성미가 물씬 풍긴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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