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 감사연습

2007-11-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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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한 나
(세계선교교회 사모)


‘넓은 들에 익은 곡식~황금 물결 뒤치며~’ 매년 이맘때면 입에 달고 다녔던 찬송가 가사가 오늘따라 무척 정겹고 고맙다. 이른 봄에 씨를 뿌리고 사랑과 정성으로 가꾼 곡식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인 들판의 풍경들은 소리 없는 감사의 합창 같아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들고, 동부처럼 불타오르는 단풍은 아니지만 서서히 변하고 있는 가로수의 고운 색채도 한 해의 감사를 표현하고 있다.
과일은 과일 나름대로 최고의 맛으로 감사를 표현하느라 분주하지만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들에겐 감사를 표현하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어느 누가 ‘감사’를 싫어할까?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 ‘감사’인데도 감사보다는 불평을 늘어놓고, 잘잘못을 따져가며 비판을 일삼는 못된 습관들이 서로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기도 한다.
감사가 그렇게 좋은 것이라면 매일 ‘감사연습’을 하고 싶었다. 감사를 하면 풍성한 삶이 된다는 것을 온 몸으로 경험하기 위해 여섯 아이들과 함께 ‘감사연습’을 시작했다. 매달 말에 여덟 식구가 함께 모여 감사할 일들을 적고 나누기 시작했다. 큰 아이들은 조목조목 글로, 아직 어린 자녀들은 그림으로 표현하게 했다. 처음엔 칭찬받고 상 받은 일만 ‘감사’인 줄 알았기에 10가지 감사를 쓰는 데도 시간이 걸렸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감사의 조건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감사하던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수많은 감사가 보이기 시작했고, 감사할 일들이 10배 이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매일 먹고 마시는 맑은 공기와 물, 따사로운 햇볕, 캘리포니아의 좋은 자연환경, 푸른 잔디와 아름다운 꽃에 이르기까지 감사할 것은 수없이 많음을 알게 되었고 글로 적으면서 불평했던 문제가 오히려 감사의 조건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 은혜까지 누리게 되었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더 많은 감사가 있음을 알게 되면서 아이들의 시선이 긍정적으로, 좋은 생각으로 바뀌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때로는 어려웠던 일인데도 곰곰이 생각해보니 오히려 좋은 일보다 더 많은 감사가 그 속에 감춰져 있다는 놀라운 사실도 경험하면서 어떤 일에나 감사가 가능함을 깨닫게 된 것은 생각할수록 복된 일이다.
무엇이든 우리가 생각하고 감사하는 일들은 선순환으로 다시 되돌아오는 기쁨도 누렸고,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라고 말하는 순간 감사할 일들이 여기저기서 몰려와 행복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멋진 그림이 완성되어 가고 있다. 작년 이맘때엔 한 사람당 100가지 이상의 감사를 적는 통에 여덟 식구의 감사가 1,000가지를 넘는 복도 누릴 수 있었다. 감사는 시작만 해도 얼굴에 미소가 전염된다. 감사를 찾다 보면 어느새 행복의 주인공이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바쁜 이민생활이지만 잠시 멈추고 감사목록을 적어보자. 미처 생각지 못한 감사를 발견하게 되고, 훨씬 더 풍성하고 넉넉한 하루를 보내는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은 선택이다. 나의 작은 결단이 행복한 인생을 이어가는 고마운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작은 것에 감사하라 큰 것을 얻으리라./ 부족할 때 감사하라 넘침이 있으리라./ 고통 중에 감사하라 문제가 풀리리라./ 있는 것에 감사하라 누리며 살리로다./ 많을 때에 감사하라 쌓아져 가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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