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의 행복-Thanks가 Giving을 만났을 때

2007-11-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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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1월 마지막 목요일은 크리스마스 다음 가는 축제의 날인 ‘추수감사절’입니다.
비록 제2의 명절이지만 크리스마스와는 달리 샤핑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고 그날부터 미식축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어른, 특히 남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명절로 알려져 있습니다.
추수감사절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1620년 메이플라워(Mayflower)호에 몸을 싣고 무작정 종교의 자유를 찾아 신대륙을 향해 떠났던 청교도이 시작한 감사의 축제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미국에 도착한 102명의 청교도들 중에 47명은 그 해 겨울을 나지 못하고 사망하게 됩니다. 익숙하지 않은 신대륙의 혹독한 기후와 풍토병을 겪고 토양에 맞는 농사법을 익히지 못한 탓에 질병과 기근으로 죽었던 것입니다. 그들을 위해 도움의 손을 내민 이웃들이 바로 인디언들이었습니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 옥수수, 콩, 보리 등 신대륙에 적합한 농사를 지은 결과 이듬해에는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었고, 이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첫 추수감사절을 지내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단지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끝난 것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도움을 준 이웃인 인디언들을 초대해서 수확을 나누고 식사를 하며 함께 축제를 즐겼습니다.
그래서인지 추수감사절을 영어로 ‘Thanksgiving Day’라고 합니다.
우리네 미주 한인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이상하리만치 청교도들의 신대륙 정착의 역사와 닮은 점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청교도들의 미국 도착한 지 약 280여년이 지난 1902년 12월22일, 102명의 이민자가 첫 이민선인 갤릭(S.S. Gaelic)호를 타고 제물포를 떠나 1903년 1월 23일 아침 호놀룰루 항에 도착하게 됩니다.
비록 청교도들과는 달리 사탕수수밭에 고용되어 중노동으로 첫날을 시작하게 되지만, 그 정착을 위한 고통스러운 나날들, 102명이라는 첫 이민자의 숫자, 그들 대부분이 기독교인이었다는 사실이 닮아 있습니다. 또한 종교 박해로 조국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청교도들처럼, 가난과 기근으로 조국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우리 이민선조들의 절박함 또한 기이하게도 비슷합니다.
청교도들의 근면함과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엄격한 삶의 자세는 신대륙을 세계 최강의 나라로 일구어 냈습니다. 우리 한민족도 성실함과 근면함으로 이민 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그 신대륙 내에서도 가장 성공한 소수 민족의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아직까지 남아있는 한 가지 과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청교도들이 행했던 진정한 추수감사절의 모습입니다. 단순한 감사를 넘어 가진 것을 이웃과 공유하는 나눔의 모습입니다.
단순히 풍요로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만, 나눔이 동반되지 않는 감사는 또 하나의 감추어진 우리의 이기적인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추수감사절은 Thanks와 Giving이 만나는 날입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이 명절의 진정한 의미는 살아납니다.
다가오는 올 추수감사절은 여러분의 감사를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사랑 넘치는 날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박 준 서
(월드비전 코리아데스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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