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웰빙이야기 - 영화 ‘시코’(SiCKO)

2007-11-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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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사건을 다룬 ‘Bowling for Columbine’ 영화를 만들어 아카데미상을 받은 마이클 무어가 9.11 테러사건의 ‘Fahrenheit 9.11’에 이어, ‘시코’(SiCKO)를 출시했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건강보험이 없는 사람들, 꼬박 꼬박 보험금을 내면서도 보험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들을 들면서 회사 이익에만 목적을 두는 건강보험 회사 또 제약 회사에 초점을 두고 있다.
공장에서 기계에 두 손가락을 잘린 사람이 돈이 없어 잘린 손가락 하나는 그대로 버린 채 결혼반지 끼는 손가락 하나만 수술해 붙인 경우, 벅찬 보험료를 냈는데도 막상 병이 나니 그 병은 치료 대상이 아니라고 거절당하는 모습, 9.11의 영웅적인 구조원들이 정부 실책으로 그때 얻은 질병을 치료받지 못하는 슬픈 미국의 실상을 유머러스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저럴 수가!”라는 말이 나오고 화가 치미는 장면도 많이 있다.
마이클 무어는 미국의 현 건강관리 시스템(non-universal and for-profit US system)과 캐나다, 영국, 프랑스, 쿠바의 일반인을 위한 무료 의료 시스템(the universal and non-profit)을 비교하면서 국력으로는 일등인 미국이 건강보험 시스템에 한해서는 37번째라는 것과, 이로 인해 미국인의 평균 수명은 무료 의료 시스템의 나라들보다 짧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영화는 모두 사실에 근거한 것이며 누구고 아프면 영국, 프랑스, 캐나다처럼 병원비 걱정 없이 병원에 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무어는 강조하면서 다음을 제시한다.
(1)미국에 사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무상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2)모든 건강보험 회사는 완전히 폐지되어야 한다.
(3)제약 회사는 전기, 수도, 개스 회사처럼 공익사업체가 되어야 한다.
야구 캡을 쓴 마이클 무어가 미국에서 치료 받지 못한 환자들을 이끌고, 운동화를 신은 무거운 다리를 끌면서 미국 관할인 관타나모 수용소가 있는 쿠바를 향해 가는 모습은 영화를 보고 나온 나의 심정처럼 무겁고 답답하다. 건강보건 시스템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가의 정책이 바뀌는 길밖에는 없다.
현재 미국과 한국, 양쪽 나라에서는 선거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클린턴 시절, 미국은 이미 일반인을 위한 개정안(Universal Health System)을 낸 적이 있다. 비록 국회를 통과시키지는 못했지만 힐러리가 당선되는 경우, 다시 재생시키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비디오로도 볼 수 있는 ‘시코’는 우리 모두가 걱정하는 건강에 관한 정책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나의 건강을 또 나의 식구들의 건강을 위해 일할 사람이 누구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안목과 우리의 의견을 정치인들에게 반영시킬 좋은 자료를 얻게 될 것이다.

김준자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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