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베오울프’(Beowulf)★★★½(5개 만점)

2007-11-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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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울프’(Beowulf)★★★½(5개 만점)

베오울프(왼쪽)는 권력과 욕정의 제물이 돼 그렌델의 어머니(오른쪽)와 육적 계약을 맺는다.

‘금빛 전라’요녀에 넘어간 전사

피튀는 살육-욕정있는 고대 영국 서사시
실제영화와 분간 힘든 애니메이션 영상

스칸디나비아 전설을 노래한 고대 영국의 서사시를 바탕으로 만든 피와 폭력과 살육과 섹스가 뒤엉켜 아우성을 치는 통 크고 강건한 작품이다.
야만적인 시대와 땅의 욕정과 칼부림과 권력 그리고 복수와 용맹과 비극적 결말 등 전설이 갖고 있는 내용을 모두 갖춘 근육질형의 시각 스타일 멋있는 영화로 폭력과 성적 자극성과 야하고 상스러운 유머를 뽐내고 있다.
이 영화는 배우들의 표정과 연기를 컴퓨터로 포착해 실물처럼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같은 방법으로 만든 탐 행스 주연의 ‘북극행 특급열차’(Polar Express)를 감독한 로버트 즈메키스가 역시 감독했는데 이번 것이 훨씬 생동감 있고 사실적이다.
기술이 매우 정교해 거의 배우들의 실제 연기를 보는 듯 한데 애니메이션과 실제 액션의 중간치형. 이 피범벅 영화를 실제 액션영화로 만들었더라면 장관이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극장에서는 2-D와 3-D 및 Imax 3-D로 상영되는데 3-D로 보면 좋을 것이다.
6세기 덴마크. 호탕하고 늙은 왕 로트가(앤소니 합킨스)와 그의 젊으나 남편에게서 제대로 대접을 못 받아 괴로워하는 왕비(로빈 라이트 펜)가 참석한 가운데 술과 춤과 욕정의 파티가 벌어지고 있다. 이때 파티장에 온 몸의 피부를 벗겨낸 듯한 끔찍한 모습의 거대한 괴물 그렌델(크리스핀 글로버)이 나타나 파티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렌델은 사람을 손으로 잡은 뒤 닭다리 찢듯 찢어 입으로 아작 아작 씹어 먹는다.
이어 덴마크 해변에 잘 생기고 신체 건강하고 으스대는 베오울프(레이 윈스턴)가 자기 오른팔 부하 위그래프(브렌단 글리슨)와 졸개들을 대동하고 상륙한다. 그리고 베오울프는 완전 나체로 왕궁을 유린하는 그렌델과 장시간 한판 붙어 그렌델을 처치한다(이 액션신은 마치 곡예와도 같은데 장관이다). 이어 베어울프는 아들의 죽음을 슬피 한탄하면서 복수심에 불타는 그렌델의 어머니(앤젤리나 졸리)를 처치하기 위해 이 괴물요부가 사는 동굴을 찾아온다. 꼬리처럼 길게 머리를 땋고 터질 듯한 젖가슴을 한 도금한 나체에 칼날처럼 가늘고 날카로운 뾰족구두 발을 한 요염한 파충류종 마녀 모습의 졸리가 아찔하게 매혹적이다. 그리고 베오울프는 이 괴물여신의 차기 왕권보장이라는 유혹에 넘어가 그와 동침을 하면서 그렌델의 혈통이 이어진다.
배우들이 모두 호탕한 연기를 하는데 “나는 베오울프다”라고 고함을 질러대는 윈스턴과 주지육림을 즐기는 아이 같은 로트가 및 글리슨의 연기가 훌륭하다. 존 말코비치가 베오울프의 궁중 라이벌로 나온다. 흥미진진한 영화이나 애니메이션이어서 아무래도 실제 영화보다 감정과 혼이 모자란다. 등급은 PG-13이지만 매우 폭력적이어서 어린 자녀 관람 때 부모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Paramount.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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