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2007-11-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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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동서 북한을 바라보며

저는 중국 단동에 와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는 미주 재림교우들이 십시일반으로 지원해 준 자금으로 지난 여름 수해를 당한 북한 주민들이 겨울철을 넘기는 데 필요한 담요를 중국에서 구입해 보내기 위해 이곳에 있습니다. 겨울을 넘겨야 하는 전체 수재민들을 생각하면 미미한 수량이지만,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해 일부 주민들에게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민간기구들이 이렇게 저마다 조금씩 힘을 보태면 북한 주민들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진보주의자도, 친북인사도 아닙니다. 북한 동족들을 위해 대단한 역할을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다만 미주지역 재림 교우들의 동족에 대한 사랑을 모아 전달하는 일을 하면서 자연이 우리 민족의 처지를 여러모로 생각하게 됩니다. 이번에 중국 연길을 거쳐 현지 직원과 함께 심양으로 내려와 담요를 구입하고 다시 단동까지 수송하여서 신의주 국경을 통해 담요를 보내면서 중국을 보게 되고, 우리 조선족들을 보게 되고, 또 북한 동족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필자가 지난 봄에 다녀본 연길, 심양, 단동을 이번에 다시 보면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중국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고유가 시대에도 중국은 발전의 스피드를 늦추지 않고 있었습니다. 특히 단동으로 내려가면서 더욱 심란했습니다. 바다에 다다른 물길이 완만해진 압록강변에 도열해 있는 단동의 고층 건물들은 화려하고 깨끗한데, 강 건너 우리의 땅, 신의주 연안은 예전과 다름없이 조용한 농촌이었고, 오래된 건물들이 한층 우중충해 보였습니다.
우리 민족이 어떤 형편에 있는지 주변 국가들을 다녀보면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지금 북한을 둘러싼 중국, 일본, 미국 등 주변국들의 속셈은 한결같이 먹이를 노리는 맹수들과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변화되고 개방되어야 한다는 커다란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런 때, 통일이라는 과제를 앞두고 우리 민족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서로 이해하고, 도우주고, 붙잡아 주려는 마음이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민족이라면 누구나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민족의 과제를 성취하는 일이나 가정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족이 서로 격려하고, 힘을 실어주고, 결속한다면, 아무리 혹독한 시련이라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민족 통일이라는 과제를 이루어 나가는 것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우리는 주변 국가들의 이해관계에 대처하는 북한의 태도가 어이없다고 불만스러워합니다. 필자도 그런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처지가 그럴 수밖에 없다고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고 훨씬 나은 처지에 있는 우리가 희생과 이해와 아량으로 그들을 껴안으려고 노력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나 한 사람의 생각이 무슨 힘이 있으며 무슨 도움이 되랴 하고 시큰둥하게 여기시는 분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 한 사람의 생각과 이해가 무서운 것입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사랑이 지금 우리 민족에게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야기를 드리다 보니까, 제가 무슨 민족주의자나 되는 것 같습니다. 부끄럽습니다. 더구나 지금 한국은 대통령 선거에 온 국민의 초미의 관심이 쏠려있는 이 때, 무슨 이빨 안 맞는 소리냐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중국 단동에 와서 내 나라 북한을 건너다보는 마음이 이렇습니다.

송 순 태 (해외동포 원호기구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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