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클럽-달러의 약세와 부동산

2007-11-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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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화가 달러당 800원대 시대로 접어든다. 수년간 잠자고 있던 금값도 온스당 700달러를 넘어섰다. 투자가들은 이미 이번에 찾아온 골드러시가 온스당 1,000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기대에 차 있다. 원유가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어가는 것도 이제는 큰 뉴스가 될 것 같지 않다.. 그저 심리적인 저항선이 100달러 선이었을 뿐 경제적인 각도로 본다면 배럴당 100달러는 이미 거대한 항공모함을 출항시킨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선물거래 시장에는 벌써 내년 말 만기의 배럴당 200달러짜리 콜 옵션이 거래될 정도로 원유값 상승에 대한 공포가 극심해지고 있다. 지칠줄 모르는 원화의 강세, 금시장에 엄습해오는 골드버블, 원유가격 배럴당 200달러가 올지도 모른다는 심리적 부담감. 결국 달러가 약하기 때문에 가속되는 현상들이다.
에너지와 귀금속 시세의 버블이 달러의 약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단정한다면 해결책은 간단해 질 것이다. 달러를 강하게 하면 되는게 아닐까. 문제는 그렇게 간단명료한 이슈가 아니라는데 있다. 경제를 이해하려면 경제라는 동물의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 경제는 살아 움직이는 세포와 같다. 수만가지 이유들의 화학작용으로 나타나는 반응이 소위 경제라는 단어 하나로 집약되어 있다. 과학자들은 주로 새로운 물질들의 결합에 대한 논리를 정립하고 임상실험을 통해 결과에 대한 확신을 세우지만 경제학자들에겐 결과에 대한 확신을 세울 수 있는 형편이 안된다. 왜냐하면 인간의 습성과 성격, 취향, 그리고 개개인이 처해 있는 상황과 미래의 계획들이 모두 틀리기 때문에 실험속에 들어갈 화학약품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경제를 전망하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애로점인 것이다. 대화중 대답을 잘 모르거나 예전의 내 주장이 틀렸을때 빠져나가게 해 주는 말이 “나는 경제학자입니다.”라는 말이다. 수만가지의 이유만으로도 복잡한데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인간들의 현상들까지 공식에 넣어야 하는 경제논리가 정확할리가 없다. 따라서 경제학이란 무엇에 대한 정답을 주는 학문이라기 보다는 문제해결에 대한 방안 모색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인생 과외 선생님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필자는 오늘 ‘달러의 약세와 부동산’이라는 거대한 타이틀을 놓고 어떤 정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항공모함이 어디로 행선지를 정하고 있는지 정도의 아이디어를 제공하려는 노력일 뿐이다. 중간중간에 그 배가 어디서 서고 어떤 해협으로 간간이 부딪히는 파도와 풍랑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지는 그때 가봐야 하는 일이라고 본다.
달러를 다시 강세로 돌리면 원유값 폭등문제도 해결되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수입해 오는 물건들이 싸지며 (특히 유럽과 일본에서 들어오는 자동차) 친구네 아들 돌반지도 싸지게 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 일단 올라간 원유값은 달러의 강세가 온다해도 내려오기 힘들 수 있다. 그것은 수입해 가는 국가들이 이미 비싼 원유가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필요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더불어 오일은 필수품이면서 갈수록 고갈되어가는 희귀 제품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금값이 치솟는 것은 달러의 약세를 감안한 비례적 가격상승에 불과한 것일까? 항간에 들리는 분석은 향후 2010년 이후에 찾아오게 될 세계 경제 공황에 대비한 피신처가 더 이상 달러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금값이 뛰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 70년대 오일 쇼크가 있기전에 깔려있던 경제상황들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들과 흡사하다는 우려도 언론을 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달러의 약세가 우리 부동산에 무슨 관계가 있을까? 그것은 밤을 새워도 다 얘기하기 힘든 주제이지만 관계된 원리 몇가지만 간략하게 정리해봐도 방향 제시의 역할은 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첫째 달러의 강약은 현물 (즉 만질 수 있는 자산)의 가격을 움직인다. 부동산도 현물자산에 속하기 때문에 현물의 속성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달러의 약세가 금과 원유값을 올리는 촉진제였다면 그동안 올랐던 부동산 가격도 자연적 경제현상이었던 것이다. 과거 경제 데이타 중에 금값과 부동산 가격을 그래프로 비교분석해 보면 흐름이 거의 비슷해 왔다. 온스당 250달러까지 내렸던 시기가 90년대 중후반이었다면 부동산도 그때 바닥을 치고 있었던 때였다. 요즘 금값이 오른다고 하니까 금으로 돈이 모이고 있다.
달러가 다시 회복해서 세계 통용 화폐로서의 자리를 군림할 것이라는 자신이 생긴다면 미국의 부동산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현재 외국돈이 미국 주택시장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달러가 회복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 미국에 투자를 해 봐야 나중에 찾아갈 때가 되서 달러가 약해 있으면 투자가치가 상실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달러에 다시 자신감이 생기게 되면 요즘 갈데가 없는 외국돈들이 어디로 몰리게 될까.
(800)429-0014
토마스 박
<시너지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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