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슬로마켓, 셀러의 결단은

2007-11-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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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지나도록 안 팔리는 집
던져야 하나, 쥐고있어야 하나

주택 붐 시절 함박웃음을 안겨줬던 집이 가격이 떨어지면서 고민거리로 변했다. 팔리고 있는 가격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인데 다수 전문가들은 더 떨어질 가능성을 논한다. 매물은 재고로 잔뜩 쌓였고 변동 모기지 이자율 조정으로 페이먼트를 못내 재정적으로 파탄을 겪는 가정이 숱하다.
쥐고 있자니 부담만 되고, 던지자니 가격이 마음에 전혀 안 들고…
지금 팔리지 않고 있는 집들도 언젠가는 어떤 가격에서 팔릴 것이다. 그러나 팔려나갈 때까지 그 긴 기간 에 홈 오너는 많은 피를 흘려야 할지 모른다. 많은 경우 가격을 크게 낮춰서 빨리 팔아버리는 편이 낫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어떤 경우에 던져야 하고, 처분하기로 했다면 얼마에 어떻게 내놔야 할까.

일단 처분하려고 마음 먹었다면
가격 과감히 내리고 빨리 손 터는게 ‘최선’
쥐고 있어 봐야 비용은 계속 나가
집값 추가하락 전망 많다는 것도 염두를


◆쥐고 있는데 따르는 비용
미전국을 평균해서 보면 주택 가격은 2006년 4월 피크를 이룬 데서 4.5% 하락해 있다. 눈에 띄게 가격이 하락하지 않은 지역의 경우도 주택 재고는 급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판매 페이스라면 현 재고를 처리하는데는 10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전국 부동산협회는 밝히고 있다.
10개월 이상 포 세일 간판을 내걸고 있는데도 팔리지 않는다면 셀러는 심적으로나 재정적으로 고갈된다. 모기지 페이먼트를 충분히 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모기지가 이미 버겁도록 많은 데다 변동 이자율이 상방 조정돼 집을 쥐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재정난을 가중시킨다.
시장은 극히 나쁘지만 팔아야 할 경우는 반드시 있다. 투자용으로 사 둔 세컨드 홈이 부담이 돼 팔아버리고 싶을 수도 있고 이직이나 이혼 등 급한 사유로 빨리 처분해야 할 경우도 있다.
팔아야 하는데 시장은 팔면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쥐고 있다고 해도 손해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빈집으로 내놓고 팔지 못하고 쥐고 있을 경우에도 주택 가치의 1%에 해당하는 비용이 소요된다. 거주하지 않아도 유틸리티와 보험, 재산세, 유지비는 든다. 모기지 비용이 나가야함은 물론이다.
모기지를 완납해 월 페이먼트가 없는 경우에도 비용이 없지 않다. 집 대신에 다른 곳에 투자했을 경우에 벌 수 있는 이익이 기회비용으로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 예를 들어 공채에 투자를 했을 경우 5%의 이익은 벌 수 있지만 집에 돈이 들어가 있으니 그만큼 못 번다.
설상가상으로 집값은 더 내려갈 공산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렇다면 쥐고 있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주택 가격이 앞으로 일 년 뒤면 지금보다 더 내려가 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적지 않다.
빈집을 내버려두면 화재나 파이프 동파, 절도 등의 위험도 없지 않다.
◆할인 거부 본능을 거역하라
진정 팔고 싶다면 가격을 크게 내려야 한다. 팔리게 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가격 대폭 할인을 선뜻 수용하는 셀러는 드물다. 용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미련을 버리기가 어려운 것이다. ‘2년 전에 얼마 했던 집인데, 이미 많이 내린 가격으로 내놨는데’라는 아쉬움이 결정을 못하게 한다.
재정상담가 버트 화이트헤드는 “그런 감정을 정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팔아야 한다고 정했으면 지금 처분해버리라”고 말한다.
가격은 어떤 선이어야 할까. “진짜 팔기를 원한다면 지금으로서는 가격을 싹 내려야 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마음먹었으면 빨리 팔아라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근처에 나온 집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최근 6개월간 몇 채나 팔렸는지 물어서 현재의 시장 판매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부동산 센터 디렉터인 크리스 메이어는 “만약 2,000채의 집이 시장에 나와 있는데 지난 달 200채가 팔렸다면 집 한 채를 파는데 평균적으로 걸리는 시간은 한달이며, 만약 가격이 다른 사람과 같다면 집을 파는데는 10개월이 걸린다”고 말한다.
10개월이 너무 길다면 다른 사람과 다른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만약 10개월이 걸린다면 그 긴 기간에 내 호주머니에서 얼마나 많은 주택 관련 비용이 지출될 것인가.
일단 파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나고 마음도 정했다면 빨리 처분하는 편이 이익이다.
빨리 팔 방안을 강구하고, 발품도 팔아야 한다. 일요일 동네 오픈하우스에 찾아가 봐서 거래 상황과 시세가 어떤지 감을 잡은 다음 내 집을 지금 팔게 하려면 얼마에 내 놔야 하는지 가늠해 봐야 한다. 집을 쥐고 있을 경우 소요되는 비용과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위험성을 감안하면 그 선을 정할 수 있을 것이다. “가격을 내릴 생각이면 미루지 말고 당장 내리든지 아니면 내년 초까지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메이어 교수는 조언한다. 추수감사절부터 1월 중순까지는 주택 매매가 거의 없다.
주택 가격은 아주 낙관적으로 봐도 내년 봄 까지는 계속 하락하고 그 다음부터 안정을 찾게 된다면 지금이 가장 나은 판매시점일 수 있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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