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레마을 이야기 - 근원으로 돌아가자

2007-11-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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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중순께 살구를 시작으로, 여러 종류의 나무에서 다양한 과일들을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대추는 지난주까지 수확을 끝낸 것들은 따뜻한 태양아래 널어놓았는데 그 빛깔과 모양이 참 보기 좋을 뿐 아니라 보는 이들의 마음을 풍요롭게까지 합니다. 이제는 감과 석류가 끝물로 들어섰고, 가을날의 따사로운 한낮의 햇살이 나무로 하여금 끝까지 열매를 잘 익도록 돕습니다. 자식들을 잘 키워내느라 온갖 정성을 다한 어머니의 모습입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한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겨울이 올 것입니다. 그러면 열매와 잎사귀를 다 내려놓은 나무는 수분마저 뿌리로 내려놓고 보이지 않게 봄을 준비할 것입니다.
늦은 가을 자연의 모습은 근본으로 돌아가려고 준비하는 구도자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나무는 뿌리가 그 존재의 시작입니다. 그래서 늦은 가을에 남아 있는 수분마저 뿌리로 끌어내리는 것입니다(물론 나무의 몸통이 얼지 않기 위해 스스로 그러하다고 하지만). 뿌리가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인생의 계절이 있지만, 그 계절은 마음의 상태에 따라, 현실의 삶의 형태에 따라 오는 것이고, 봄을 맞이하려고 하는 모든 것들은 겨울을 거쳐야 하나 봅니다.
겨울을 거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봄을 맞을 자격이 있다 할 수 있을까요? 또한 가을의 열매를 보기 위해서는 무더운 여름이 있어야 하겠지요.
겨울을 거치지 않고 봄을 맞이하려는 것은 하나님과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욕심입니다.
무엇인가를 성취한 것 같은데, 무엇인가 얻은 것 같은데, 마음 한 구석에 공허함이 생기는 건 거쳐야 할 과정을 소홀히 했거나 과정을 생략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을은 결실을 계절이기도 하지만 겨울을 준비하는 계절입니다. 나무들이 잎사귀조차 남기지 않고 뿌리로 수분을 모으듯이, 그래서 겨울을 참고 지내서 봄을 맞이하듯이, 사람에게도 겨울을 준비하는 스산한 늦가을이 필요한 것입니다.
‘제3회 몸 비우기’가 12월3일부터 8일까지 두레마을에서 있습니다.
내가 어디쯤 왔는지, 내 마음과 몸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모든 것 잠시 내려놓고 근본(뿌리)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고, 한 주간 단식하며, 장을 비우고, 걷고, 호흡기도 하며 우리 자신들을 살피는 모임입니다.
불필요한 사람들은 불필요한 살을 빼는 게 좀 더 편하게 새로운 인생을 갈 수 있을 것이고, 몸의 어느 구석이 망가졌거나 병들었으면 다시 몸과 마음을 본래의 모양으로 되돌려 놓아야 할 것입니다.
가을과 겨울의 경계 즈음에 몸 비우기를 하려는 것은 근원을 들여다봄으로써 인생의 봄을 바라보게 하려는 것이 그 목적입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연락주시면 자세히 안내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661)319-3370, gyubaik@gmail.com

조규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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