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늙은이들의 땅이 아니다’ ★★★

2007-11-09 (금)
크게 작게
‘늙은이들의 땅이 아니다’(No Country for Old Men) ★★★★

쫓고 쫓기는 세사람
끔찍한 살인 범죄물

불길하고 어둡고 폭력적이요 또 사납고 불타는 듯이 맹렬한 탐욕과 그것의 유혈낭자한 후유증을 긴장감 팽팽하게 그린 뛰어난 범죄영화다. 범죄영화를 잘 만드는 조엘과 이산 코엔 형제가 쓰고 감독한 복고조의 범죄자들과 법집행자의 쫓기고 쫓는 고양이와 쥐의 게임인데 살인폭력이 판을 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황천으로 간다.
살벌하게 아름다운 서부 텍사스 광야를 무대로 주운 마약자금을 들고튀는 보통 서민과 그를 쫓는 킬러 그리고 이 둘의 뒤를 쫓는 셰리프의 살인윤무가 피와 살육의 족적을 남기면서 보는 사람의 호흡을 멈추게 한다. 영화 사상 가장 잔인하고 겁나는 살인자 중 하나를 배출한 이 영화는 이런 잔혹성 속에 콜타르처럼 새카만 유머를 틈틈이 삽입, 긴장과 이완을 조율하고 있다.
1980년. 처음부터 빠르게 영화의 줄거리를 구성하는 두 사건이 일어난다. 경찰차로 호송되던 범죄혐의자 안톤(하비엘 바르뎀)이 손에 찬 수갑으로 경찰을 목 졸라 죽인 뒤 지나가는 차의 운전사를 산소탱크에 부착된 도살용총으로 쏴죽이고 차를 탈취한다. 이어 사냥꾼 르웰린(조쉬 브롤린)이 광야 한복판에서 멈춰 선 5대의 트럭과 여러 구의 사체 그리고 마약과 가방에 든 200만달러의 현찰을 발견한다. 르웰린은 현찰을 갖고 튄다.
여기서부터 끝까지 영화는 숨이 턱에 차도록 헐떡이며 계속해 도주하는 르웰린과 무표정한 얼굴로 집요하게 르웰린을 추적하는 안톤의 어두운 그림자 그리고 이들을 뒤쫓는 산전수전 다 겪은 동네 셰리프 에드(타미 리 존스)의 피곤한 행적으로 이어진다.
특히 부각되는 자가 중세 시동식 단발머리를 한 황소 눈알의 들짐승 같은 안톤. 과묵한 안톤은 자기 일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을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죽이는데 유머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가 가끔 툭툭 내던지는 말이 터무니없이 우습다. 그와 함께 인간 살해용 도살총은 오래 얘기될 화젯거리다. 영화가 상당히 애매모호하게 끝나는 것도 또 다른 매력. 뛰어난 촬영과 함께 세 배우의 연기가 압도적인데 특히 바르뎀의 연기는 오스카상 감. R. Miramax. 일부 지역.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