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우족을 아시나요?

2007-11-0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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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족의 라이프 스타일은

무슨‘ ~족’들이 그렇게 많은지, 요즘은 자고 나면 신조어들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이다. 그중 요즘 가장 눈길을 끄는 족은 단연 ‘나우족’. 40, 50대에도 여전히 젊고 건강하며 경제력이 있어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여성들, 나우족(NOW, New Old Women)으로 불리는 이들이 각 분야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약자인 나우족은 말 그대로 자신의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현재를 젊게 사는 여성들을 말한다. 나우족의 가장 큰 특징은 ‘오늘의 내가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과 자신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다. 따라서 늦게라도 자신의 삶을 위해 독립을 선언하거나 성형수술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젊고 당당한 자신을 찾기 위해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기도 한다. 또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찾기 위해 전업주부든 직장여성이든 자녀들 키우느라 하지 못한 취미생활과 여가생활에 적극적이기도 하다. 21세기 현재를 살아가는 나우족의 라이프 스타일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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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또는 출산 후에도 20대 못지 않은 몸매와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황신혜>


40~50대 중년 여성들 자신에 투자 열풍 거세
성형에 재테크까지 20대 못지 않은 젊음 발산

■‘나를 사랑하기’에서 출발

과거 40, 50대 여성들은 아내나 어머니 역할에만 충실했고 출산이 이른 이들은 손자를 돌보는 할머니였다. 뽀글뽀글한 파마 머리, 기미와 주름살로 대변되며 여성도 남성도 아닌 제3의 성으로 불리던 그들. 드라마에서도 중년 여성은 이모나 작은어머니 등의 조연으로 머물며 “쥐약 먹은 것은 숨겨도 나이 먹은 것은 못 속인다”고 한숨 지었다.
21세기의 중년 여성들은 이런 규범과 편견에 반기를 들기 시작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며, 아내와 엄마로만 살기보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다. 성형수술과 각종 상품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젊고 섹시해지려고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자신에게 투자한다.
나우족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오늘의 내가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과 자신에 대한 아낌 없는 투자’. 과거엔 오로지 자식과 남편, 그리고 내일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고 주름진 얼굴과 까칠해진 손을 훈장처럼 여기고 살았던 중년 여성들, 자신을 위해선 양말 한 켤레 사는 것조차 죄책감을 느꼈던 어머니 세대와는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심리학자들은 “외모를 중시하는 ‘루키즘’과 젊음예찬시대’에 중년 여성들 역시 자신에게 투자해 정체성을 찾으려는 욕망, 인터넷과 매스컴을 통한 정보 획득으로 개개인의 의식의 지평이 넓어져 자신들도 세상의 중심에 서려는 욕구가 나우족의 탄생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나우족들은 20대의 상징인 긴 생머리에 청바지나 미니스커트를 당당히 입고, 훌라후프 돌리기나 동네 약수터 산책 대신 헬스센터나 재즈댄스클럽에서 몸매를 가다듬는다. 또 뜨개질 대신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고 주식투자 등 재테크로 남편에게 용돈을 주기도 한다.
이처럼 현재를 사는 ‘나우족’ 주부들의 젊었을 때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되찾고자 하는 욕구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단지 억눌려 있던 욕구가 변화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드러난 것일 뿐,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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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론 디아즈. 30대 후반과 40대 중반임에도 철저한 자기관리로 나우족들이 닮고 싶어하는 배우들이다.>

얼굴서 마음까지 리모델링 붐

아내·엄마로만 산 중년여성들 규범과 편견에 반기
일부선 성형·과소비 풍토 조장 우려해 비판 시각도

■40~50대 성형 열풍


<1면서 계속> 이민 와 비즈니스 하랴, 자녀들 공부시키랴 결혼 후 20년이 넘게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는 47세의 박모씨.
1~2달러를 아끼기 위해 마켓 세일쿠폰도 꼼꼼히 쓸 만큼 알뜰파인 그가 지난 여름 ‘대형 사고’(?)를 쳤다. 이름하여 ‘성형수술 휴가’를 가족들에게 선포한 것이다.
이미 두 남매도 박씨의 손을 필요로 하지 않는 대학생들이라 지난여름 한국으로 원정 성형휴가를 단행한 것이다.
그는 성형외과 전문의와 상담을 거쳐 얼굴 주름제거술, 이마·볼 등 나이 들어 꺼진 부분을 자기 몸의 지방을 빼서 채워 줘 팽팽한 얼굴로 젊어 보이게 만드는 자가지방흡입술 등을 받았다.
“결혼생활 20년만에 내 자신에게 주는 첫 휴가이며 포상이라고 생각했어요. 일종의 얼굴 리모델링인 셈이죠. 게다가 요즘은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늙고 우울한 외모로는 승부하기가 힘들거든요. 더 늙기 전엔 이렇게 투자를 해야 효과도 있고 자신감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고민 끝에 결심했어요.”
올해 막내아들까지 취업해 시간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주부 장미옥(49)씨 역시 가슴 확대 수술을 받았다.
장씨는 “외국영화 배우처럼 섹시한 가슴을 원하는 건 아니었지만 이제는 나이가 먹고 젊은 날의 내가 어디론가 사라진 것 같아 속상했다”며 “3명의 아이를 키우느라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주부들 사이에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져 친구나 동료와 자신을 비교할 기회가 많아졌다”며 “가슴성형을 비롯한 성형 환자의 대부분은 20~30대 젊은 여성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40대의 여성 비율도 이에 못지 않게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몸짱 열풍도 거세  
성형만큼이나 40~50대 나우족들에게 뜨거운 화두는 바로 ‘몸짱’이다.
운동으로 뚱보 아줌마에서 20대보다 더 멋진 몸매로 변신, 아줌마들 사이에 몸짱 열풍을 일으킨 ‘원조 몸짱 아줌마’ 정다연씨(44)는 중년 여성들에게 문화적 충격을 안겨줬다.
40대에도 20대 못지 않은 아름다운 몸매를 가질 수 있음을 정씨가 보여준 것이다. 물론 정씨 전에 황신혜, 변정수 등 자녀를 둔 30~40대 유부녀 탤런트들도 결혼과 출산 후에도 여전히 20대 못지 않은 몸매와 얼굴로 나우족들의 ‘질투심’(?)을 자극했다.
출산 후에도 꾸준한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20대 모델보다 더 멋진 몸매를 가진 이들로 인해 나우족들에게 운동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버렸다.
평균수명이 60대 전후이던 시대가 아닌 평균 수명 100세 시대가 코앞인 요즘, 요즘 중년여성들은 50대 이후에도 여전히 젊고 아름답게 남은 30~40년을 살려는 욕구와 투자는 정당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나우족이니 무슨 족이니 하면서 성형과 샤핑 등 과소비를 오히려 조장하는 것 같다”며 “나이에 맞게 외모도 늙고 그에 걸맞는 풍요로운 마음을 가꿔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냐”며 세태를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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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타운 한 벨리댄스 클래스에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가꾸고 싶은 여성들이 벨리 댄스를 배우고 있다.>

중년 여성들 둘러싼 신조어 살펴봤더니…
요즘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중년여성들이 패션계는 물론 소비 전반에 걸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집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전과 달리 교육수준이 높고 왕성한 사회활동에 경제력까지 있다보니 이들을 둘러싼 수없이 많은 신조어들이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나이든 여성들이란 나우족 외에도 아줌마면서도 신데렐라의 꿈을 꾼다고 ‘줌마렐라’, 그리고 영원한 젊음을 추구한다는 뜻에서 ‘샹그릴라족’, 또 와인처럼 숙성되어야 은은한 향기와 제맛이 난다는 ‘와인맘족’등이 그것이다. 또 즐겁게 나이들며 건강하고 매력적이란 하하족(HAHA족, Happy Aging Healthy & Attractive), 젊고 유능한 여성을 뜻하는 알파걸들의 어머니란 뜻의 ‘오메가족’, 주부(Housewives)면서 고등교육(Educated)을 받고 인생 제2기를 재설정(Reengaging)하는, 진취적인(Active) 여성의 이니셜을 딴 헤라(HERA)족까지 끝도 없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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