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각하는 삶 - 정치참여와 투표

2007-10-13 (토)
크게 작게
집안마다 가장의 직업을 물려받는 자식이 대게 한 둘 있게 마련이다. 어렸을 적 가정환경의 영향은 크게 마련이어서, 아버지나 어머니의 직업에 따라 자녀의 감성과 지적 호기심의 발달, 그리고 가치관이 성립이 좌우됨이기 때문이다. 의사 집안에 의사가 많고, 변호사 집안에 변호사, 교수 집안에 교수가 많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것이다.
정치도 예외는 아니어서, 일본, 미국, 영국 등을 돌아볼 때 정치인 집안에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자손들이 많음을 보게 된다.
일본은 지금 계속되는 세습 정치의 여파로 일본 정치의 ‘후진성’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하원인 중의원 중 자민당 소속의 세습의원은 그 수가 30%를 넘고, 야당인 민주당의 경우 15%에 육박한다. 일본의 경우, 예전부터 직업의 되 물림, 또는 도제(수습)제도를 통한 후진 양성의 전통이 강한 나라로, 세습 정치를 자연스럽게 여기며 받아들이는 풍조로 인해 세습 정치가 더 만연해져왔다. 일본에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는 관계로 가문의 명성과 자금동원력 등이 우세한 세습의 정치인들을 신출내기 정치 지망자가 무너뜨리고 당선되기는 역부족인 것이다.
영국은 군주제의 나라로 아시다시피 왕실과 귀족이 존재한다. 상원은 1,000명이 넘는데, 이 중 62%가 세습 귀족이며 35%가 당대에 끝나는 종신 귀족이다.
근대 민주주의의 꽃으로 여겨지는 미국에서도 세습정치가 예외는 아니다. 제 2대 존 아담스 대통령, 그 아들 6대 존 퀸시 아담스 대통령, 케네디 가문, 부시가문, 이제는 클링턴 부부까지 세습정치에 합세할 전망이다.
무엇인가 하고자 하고, 되고자 하는 열망이나 야망은 성공한 인생을 사는데 필수의 조건이다.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야망은 정치인 가문에 태어났던,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가정에 태어났던 관계없이 나무랄 수도 없고, 오히려 칭찬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와 같이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여, 선거권자를 충족시키기에는 너무나 힘든 환경과, 세계의 질서와 산업 발전이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서는 과정에 정치인이 지녀야 되는 소양과 지식에 대한 요구와 기대는 높다. 제대로 된 역사관과 세계관, 그리고 신념과 소신이 뚜렷한 윤리관과 더불어 만들어진 훌륭한 인격체를 국민들은 원하는 것이다. 세습 정치의 결과로 선출 되어도 그러한 정치인이라면 문제가 적을 것이다. 그러나 가문의 배경과 기득권세습, 정·재계의 유착으로 인한 이권의 세습화와 권력의 안착화 등은 세습 정치로 선출된 개인이 아무리 탈범주를 하여 ‘statesman’으로 서고자해도 어렵게 마련이다.
미국의 경우, 세습 정치를 견제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임기제한’(term limit)의 동일적용 등을 들 수 있다. 현재는 가주의 경우 로스앤젤레스 시의원과 주·상 하 양원 등이 이에 적용 받고 있고, 아직 LA 카운티는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 이것을 연방 상·하원 등도 적용을 받도록 법을 바꾸어 봄이 어떤가 한다. 그러나 이 또한 만능법안은 아니다.
애초 이 제도가 종신토록 한 자리나, 자리를 바꾸어가며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이들을 견제코자 했으나, 정작 소수 민족이나 여성들이 그 빈자리들을 차지했을 때도 똑같이 3번이면 물러나야 하니, 약자들에게 결과적으로 힘을 모을 수 있는 기회를 주지는 못하고 있다. 정치 입문은 허용한 셈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세습 정치 견제의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국민의 적극적 정치 참여이다. 국민의 견제 없이는 세습 정치는 안착화 되어 부패되어지기 마련이다. 미국에서는 투표를 통해서, 시민 발의를 통해서, 단체 활동을 통해서, 로비활동을 통해서, 지역 활동을 통해서, 소환(recall)을 통해서 등, 원한다면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화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정치인이 그 주인격인 국민을 기만치 않도록 하려면 국민의 정치 참여 밖에는 답이 없다고 본다. 투표권이 있는 사람이라면 11월 투표부터 꼭 참석하자.

로라 전 <전 건강정보센터 소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