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값 하락 바닥은 어디 ?

2007-10-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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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어들, 집값 더 떨어질까 두려워 관망만
고용·렌트·건설업체 움직임·판매량 등은
시장 방향 전환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잣대
너무 재면 때 놓치기 쉬워… 오래 산다면 ‘지금’

팔려고 내놓은 집은 널렸고 주택 재고는 기록적으로 쌓였다. 직장을 옮기거나 부득이하게 이사가야 할 사정이 아니고서는 집을 사려고 선뜻 나서는 바이어가 없다. 집 구경 다니는 사람들마저 드물다. 떨어지는 주택 시장에 뛰어들기가 겁나는 것이다. 사고 나서 또 떨어진다면 손해만 본다는 생각에 주택 시장이 바닥에 닿을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자세다.

바닥을 꼭 찍을 때가 돼서야 매입하겠다는 전략은 많은 경우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국 주택건설협회(NAHB)의 시니어경제분석가인 버니 마크스타인은 주택 가격이 언제 바닥을 찍고 위로 방향을 틀지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으므로 오랫동안 살 집이라면 지금이 바로 집을 매입하기 가장 좋은 때라고 조언한다. 언젠가는 회복으로 돌아서 가격이 오를 것이므로 길게 보면 돈을 벌게 돼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바닥이 언제인지 정확히 알 수 없기에 장기적으로 본다면 언제 들어가도 그 보다는 가격이 올라가기는 할 터이지만, 그러나 어디 사람 마음이 그런가. 한사코 바닥을 찍고 상방으로 틀 때까지 기다렸다 뛰어들겠다는 태도가 버려지지 않는다. 대부분 그러다가 때를 놓치고 만다.
과연 언제 주택시장은 바닥에서 벗어날까. 그 때는 언제일까. 만약 그걸 정확히 안다면 모두 다 백만장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방향을 틀고 있다는 감을 잡을 수 있는 예측 지표들은 여럿 있다.
앞날을 가늠해 보는 예측 잣대는 전문가들마다 선호하는 지표가 따로 있다. 전국부동산협회(NAR) 시니어 경제분석가로 활약하고 있는 한인 경제학자 로렌스 윤씨는 고용과 렌트란 두 가지 지표를 가장 중시한다. 고용 증가는 주택 수요를 늘리며 수요는 곧 주택 판매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 또 아파트 렌트가 상승하면 입주자들은 렌트를 지불하는 것이 아까워 집을 사는 쪽으로 궁리를 하게 된다.
건설업자들이 던지는 인센티브가 많고 적음에 따라 주택 경기를 전망하는 경제분석가도 있다. NAHB의 버니 마크스타인은 인센티브야 상당히 신뢰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주장한다. 주택 건설업체들이 고객을 끌기 위해 던지던 사탕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주택 경기가 위쪽으로 방향을 튼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예측 시스템을 개발한 이도 있다. ‘캠벨 부동산 타이밍 레터’란 전문지를 발행하는 로버트 캠벨은 다섯 가지 잣대를 들이대면 시장의 앞날이 확실하게 나온다고 주장한다. 그는 샌디에고 지역 부동산 시장을 진단하기 위해 이 지표를 개발, 이용해 왔는데 지난 24년간 제대로 적중해 왔다고 자랑이다. 그는 이 지표가 다른 지역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한다.

■기존 주택 판매 - 캠벨이 가장 적중력이 높다고 생각하는 지표다. 단 주의해서 이용해야 한다. 특정 월에 판매된 주택 수는 단지 숫자일 뿐이며 이동 평균을 내서 달마다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12개월 이동 평균(지난 12개월간의 판매를 모두 더해서 12로 나누면 됨. 이렇게 함으로써 계절적 요인을 제거할 수 있다)을 내서 주택 판매 사정이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주택시장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감이 온다. 판매 페이스가 빨라지면 셀러는 요구가격을 인하해 주지 않고 버틸 공산이 커져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표는 매물이 시장에 나와 있는 기간과 혼동해서는 안된다. 매물 재고 일수가 시장 진단에 도움이 되는 통계이긴 하지만 너무 쉽게 조작(잠깐 시장에서 뺏다가 다시 넣거나, 에이전트를 교체해도 통계는 달라진다)할 수 있으므로 신빙성이 크게 떨어진다.


■신축 허가-아주 뛰어난 선행 지표라고 캠벨은 주장한다. 건설업자만큼 로컬 시장을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도 그들 보다 정확히 진단하지 못한다. 로컬 시장의 맥박을 손가락을 대고 짚어내는 그들이다. 수요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조절해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맥 짚기가 누구보다 정확하다.
건설업자들이 전달보다 허가를 더 많이 받아내고 그 다음 달은 또 그 전보다 더 많이 받아낸다면 시장이 개선되고 있으며 건설업체들이 이에 대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모기지 디폴트- 모기지 지불 불능이 증가하면 렌더들이 여전히 많은 차압 부동산에 눌려 있다는 것이고, 차압 부동산이 많이 있다면 기존 주택들과 판매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라 과잉 공급이 되고 주택 가격은 오를 수가 없다.

■차압 주택 판매-차압 주택 판매량 추세 역시 좋은 지표가 된다. 렌더들은 차압 부동산은 시가보다 10~20% 가격을 떨어뜨려서라도 빨리 처분해 버리고 싶어 한다. 차압주택 판매가 늘어난다는 것은 방향 전환의 때는 아직도 멀었다는 뜻이다.

■이자율 변화 속도-모기지 이자율 자체보다 그 변화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자율이 상승하면 주택시장을 둔화시키고 떨어지면 시장을 활발하게 만든다.
주택시장은 언젠가는 반드시 회복될 것이다.
다만 몇 개월이 될지 수년이 걸릴지 알 수 없을 뿐이다. 전문가들의 예측도 중구난방이라 쉽게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잣대를 갖고 시장 변화를 주시한다면 바닥을 찍고 위로 트는 때를 누구보다 정확히 먼저 알 수 있을 것이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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