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류의 조상, 생각보다 훨씬 다양했다

2007-09-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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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그루지야에서 발견된 177만년 전 선대 인류 화석은 지금까지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 전의 것일 뿐 아니라 놀랍게도 원시인류와 현생인류의 특징이 모두 섞여 있는 것으로 나타나 현생 인류의 일부 특징이 아프리카 밖에서도 진화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루지야 국립박물관의 다비드 로르드키파니제 교수 등 연구진은 수도 트빌리시에서 약 90㎞ 떨어진 드마니시 유적지에서 지난 1990년대부터 발견된 어른 3명과 10대 한 명의 화석에 지금까지 알려진 어떤 진화 과정과도 부합하지 않는 원시ㆍ현생 인류의 특징이 섞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인류의 조상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부터 호모속(屬)으로 진화하는 과정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네이처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지금까지 학자들은 아프리카를 처음으로 떠난 인류가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와 매우 가까운 모습이었을 것으로 추측해 왔다.


그러나 새로 발견된 화석들의 두뇌는 작고 다리는 사람에 가까울만큼 길어 약 200만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과 아시아 대부분 지역에 급속히 확산된 호모 에렉투스와 여러 모로 가까운 모습을 시사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는 아프리카를 떠난 최초의 인류가 생각보다 훨씬 원시적인 상태였으며 인류의 진화가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도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화석들은 두개골이 비교적 작은 반면 가장 큰 개체의 키가 147~161㎝, 체중이 48~50㎏나 됐고 이들의 척추와 다리, 잘 발달된 발등 아치는 현생인류와 매우 비슷해 직립보행과 뛰어난 장거리 이동 능력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남녀간 몸크기 차이가 작은 것도 이들이 호모 에렉투스 및 호모 사피엔스와 같은 족속에 속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팔은 현생인류보다는 400만년 전 아프리카에 처음 등장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 가까웠고 무엇보다도 원시적 형태의 두개골 속에 비교적 작은 두뇌가 들어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원시인류와 현생인류의 특성이 놀라울 정도로 섞인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이들이 현지 환경에 잘 적응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수상(樹上)생활에 적합하게 적응된 손은 가만히 있을 때 다리 쪽으로 손바닥이 향하는 현생인류와 달리 유인원처럼 손바닥이 앞을 향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버드대의 대니얼 리버맨 교수는 네이처지에 함께 실린 논평을 통해 최근 케냐의 투르카나 호수에서 발견된 동시대 화석들과 종합해 볼 때 아프리카와 유라시아에 퍼져 나간 호모속은 생각보다 덜 현대적이며 종류는 훨씬 다양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 두 종류의 유골이 한 종으로부터 나온 것일 가능성이 높으며 그렇다면 초기 호모 에렉투스는 생각만큼 광범위하게 확산되지는 않았던 반면 몸크기와 두뇌 크기는 매우 다양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편 새 연구로 인해 인류 진화 역사상 호모 에렉투스의 자리가 어디인가 하는 의문이 새로 제기되고 있다.

오랫동안 학자들은 호모 에렉투스가 호모 하빌리스로부터 진화한 것으로 생각해 왔으나 이번 연구는 두 종이 같은 조상에게서 퍼져 나와 공존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최근 발견된 155만년전의 호모 에렉투스 두개골과 144만년 전 호모 하빌리스의 턱뼈는 두 종이 공존한 시기가 생각보다 길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들이 공존했다는 것은 호모 에렉투스가 호모 하비리스의 후손이 아니라는 것, 즉 두 종이 각각 고유한 생태적 특성을 갖고 있어 직접 경쟁을 피했음을 입증한다고 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워싱턴.파리 로이터.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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