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클럽-금리정책 급변과 부동산 사이클

2007-09-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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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부동산’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다는 말이 들리기 시작한다. 1년 전만 해도 부동산으로 돈을 좀 만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찬 사람들이 주변에 꽤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썰렁하다. 지난 1999년 뜨거웠던 주식의 열기가 1년도 채 못돼 얼음덩어리가 되어 버렸던 기억과 흡사하다.
하버드대학 출신 헤지펀드 매니저, 제임스 크레이머가 두달 전에 했던 말이 인상에 남는다. 금융 분석가이기 때문에 그랬겠지만 주택도 주식과 마찬가지로 투자가치가 떨어지면 과감하게 던지라는 조언이다. 주식투자에서도 ‘내가 산 주식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라는 말이 있듯이 부동산 투자에서도 내가 선택한 집에 너무 집착하다보면 올바른 재정적 결단을 내릴 수 없다는 경고의 뜻에서 그런 말을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하지만 집이라는 자산은 사람들에게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주식과 근본적인 차이점인 것 같다. 주식은 가지고 있지 않아도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 집은 우리의 삶에 필요한 것이고 감정과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자산이다. 내가 사는 집이 아니라 렌트를 받는 투자용 콘도를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그 콘도에서 렌트를 내면서 살고 있는 한 가정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주택이기 때문에 주식처럼 쉽게 던져 버릴 수가 없는 것 같다. 어쩌면 그러한 감상적인 요소보다 더 실질적인 문제는 우리 개인의 크레딧에 흠집이 나는 것이라고 본다. 투자한 주택들을 은행에 돌려주면서 수만 달러의 손해를 피할 수 있다 하더라도 향후 그 이상의 투자기회를 또 잡을 수 있는데도 그때 가서 개인 신용문제 때문에 기회를 놓치는 일이 생긴다면 더 큰 손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주 워싱턴 공식석상에서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최근 미 주택금융 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1987년 주식 폭락과 1998년에 있었던 자금난 문제와 흡사하다고 말했다. 우연이었겠지만 대형 금융사태는 대략 10년에 한번 씩 미 경제를 긴장시킨 셈이 된다.
그 때마다 긴장은 완화되었고 완화정책은 또 다시 부동산을 부추기게 되고 부동산이 일어나면 은행들은 대출경쟁을 하게 되고 대출경쟁은 다시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하게 됨으로써 부동산 시세는 상승과 냉각의 사이클을 반복하게 된다. 이미 연방준비은행은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손실이 1,000억달러에 달할 수 있는 대형 문제이기 때문에 그들이 금리를 내려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고백했다. 완화정책은 이미 시작되었고 그 완화정책이 경제시스템에 스며들어 효과를 발생하는 시기를 기다리면서 준비하는 자세를 가지는 사람들이 부동산 투자에 성공하게 된다.
오는 18일에는 연방 공개시장위원회에서 단기금리(Federal Funds Rate)를 인하시킬 것이다. 한 달 전만해도 상상하기 힘든 정책의 변화다. 월스트릿의 유명 분석가들은 지난 달 만 해도 단기금리 인하는 내년에나 되어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 자료를 제시했고 연방은행 자체에서도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것은 지금까지 미국 경제가 양호했던 이유도 있었지만 악화되고 있는 달러의 약세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자율을 내릴 계획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연방은행은 지금까지 보여주었듯이 위기에 대한 대처를 과감하게 해왔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70년대에서 80년대로 이어졌던 인플레이션 문제와 경기침체의 병행을 치유하기 위해 과감한 금리인상을 단행해서 물가 안정을 되찾은 바 있다.
87년에 있었던 주식폭락 시기에는 발 빠른 금리인하 정책을 실시하여 증권가의 긴장을 해소해 주었다. 결국 주식시장은 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었고 낮은 금리에 힘입은 부동산시세도 89년 말까지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90년대 초반에 무너진 부동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방은행은 역시 금리인하 정책을 단행했고 부동산과 증권은 더 이상의 하락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7년 전 인터넷 버블이 터지며 세계 경제가 위협을 받았을 때도 연방은행은 초 공격적인 금리인하 정책을 펼침으로써 미궁에 빠질 뻔했던 세계 경제를 일으킨 바 있다.
부동산 시세가 이처럼 부풀어 오른 이유도 그 때 실시했던 공격형 금리인하 정책이 가장 큰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요즘 급격히 냉각된 부동산은 미 경제에 쇼크를 줄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연방은행은 그 가능성을 미리 막고자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하는데 그래야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침몰지경에 있는 부동산에 구조의 손을 내밀기 위해서라고 본다.
(800)429-0014
토마스 박
<시너지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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