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흑꼬리도요, 1주 만에 1만1천500㎞ 논스톱 주파

2007-09-12 (수)
크게 작게
암컷 흑꼬리도요 한 마리가 알래스카로부터 뉴질랜드까지 1만1천500㎞를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1주일 만에 날아간 것이 확인돼 이 분야의 신기록을 세웠다고 BBC 뉴스 인터넷판이 11일 보도했다.

E7라는 이름이 붙은 이 도요새는 지난 3월 뉴질랜드로부터 압록강까지 1만200㎞를 쉬지 않고 날아간 바로 그 새여서 더욱 더 경탄을 자아내고 있다. 당시 압록강에서 발견됐던 E7은 몇 주간 쉰 뒤 5천㎞를 더 날아가 최종 목적지인 알래스카의 서식지에 안착했다.

뉴질랜드 매시대학의 필 배틀리 교수 등 연구진은 올해 초 E7을 비롯한 13마리의 흑꼬리도요의 몸 속에 위성추적 장치를 내장한 뒤 이들의 경로와 움직임을 관찰했는데 이 새들은 다른 바닷새들처럼 중간에서 쉬면서 먹거나 칼새처럼 날면서 먹지도 않고 오로지 날갯짓만을 계속한 것으로 밝혀졌다.


배틀리 교수는 지난 봄 E7이 북쪽으로 단숨에 1만200㎞를 날아가서 크게 놀랐는데 몇 달 만에 다시 1만1천500㎞를 비행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흑꼬리도요의 지속비행 거리를 5천~6천㎞로 잡는 것조차 극단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E7은 그 두 배나 되는 거리를 단번에 날았다고 놀라워했다.

한편 연구진은 E7의 비행경로를 두 번 씩이나 추적할 수 있었던 것은 새의 비행기록 뿐 아니라 위성추적장치의 성능 면에서도 기대 수명을 훨씬 넘는 것이었다며 기뻐했다.

배틀리 교수는 새들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또 이들이 중간에 쉬어 가는지 알 수 있게 된 것은 추적장치를 극소화할 수 있게 된 지금에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배틀리 교수는 내년에는 수컷 흑꼬리도요들의 몸에 위성추적장치를 내장해 이들도 암컷들과 같은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지 추적할 계획이다. 올해 수컷들에게는 외부 추적장치만 부착됐다.

한편 E7이 알래스카에서 머무르는 두 달 동안 낳았을 새끼들도 앞으로 몇 주 안에 알래스카의 유콘 삼각주를 떠나 뉴질랜드로 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흑꼬리도요 새끼들은 보통 10월 초에 뉴질랜드에 도착한다.

배틀리 교수는 흑꼬리도요 새끼들 가운데 일부는 어른들과 함께 이동하지만 어른의 도움 없이 자기들끼리만 이동하는 것들도 있다면서 생후 두 달 밖에 안 된 어린 새끼들이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날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흑꼬리도요 추적 연구는 미국 지질학탐사단과 미국 PRBO(포인트 레이즈 조류관측소) 보존과학단의 공동사업인 태평양연안조류이동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