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수의 계절에 맛보는 웰빙식

2007-09-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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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 퍼지는‘가을의 향기’

100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한풀 꺾이고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찾아왔다.
천고마비라는 말이 있듯, 가을은 잘 먹어야 하는 때다.
일교차가 심해 감기에 걸리기 쉽기도 하고, 여름 내내 더위에
지친 몸을 추슬러 체력을 회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가을은 오곡백과가 무르익고 생선이 오동통하게
살이 오르는 등 먹거리가 가장 풍성한 시기다.
여름 동안 더위에 탈진해 영양이 부족해진 몸에 기운을
보충하라는 조물주의 사려 깊음에 고개가 숙여진다.
예부터 우리 조상은 추석을, 서양에서는 추수감사절을 기리며
가을의 수확을 감사하고 또 다른 풍년을 기원했다. 전통 차례상에
오르는 햇곡식과 햇과일만 봐도 기를 보충하고 저항력을 높이는
웰빙 음식이 가득하다.
체력을 회복시켜 주는 가을 음식으로는 비만과 당뇨 예방은 물론
항암효과도 뛰어난 버섯, 원기 회복에 좋은 등 푸른 생선, 장을
튼튼하게 하고 기력을 회복시키는 더덕, 위장과 대장·피부에 좋은 우엉, 호흡기 질환에 좋은 도라지와 장을 편하게 하는 단호박 등이 있다. 이 밖에도 밤은 원기를 회복시켜 주고 대추, 모과, 유자, 귤 등 가을 과일에는 비타민 C가 많아 감기를 예방한다.
우리 조상이 예부터 즐겨온 가을 먹거리 이야기와 함께 올 가을
우리 가족 체력 회복을 도울 가을 요리 레서피를 소개한다.

단 호 박


▲왜 좋은가: 달콤하면서 부드러운 맛의 단호박은 전분과 미네랄, 비타민 B, C의 함량이 풍부한 대표적 가을 웰빙 음식이다. 단호박의 황금빛은 폐암 발병을 억제하는 ‘루테인’이라는 색소를 포함하고 있고, 베타캐로틴도 풍부해서 감기 저항력도 높여준다. 최근에는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여성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한방에서는: 단호박은 ‘동의보감’에 “성분이 고르고 맛이 달며 오장을 편하게 하고 혼백을 맑게 한다”고 소개됐다. 옛말에도 “동지에 호박을 먹으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고 전해진다고 한다. 이는 노란색을 내는 루테인이 암 예방에 효과가 있고 시력을 보호하는 영양제가 되기 때문. 단호박은 또한 출산 뒤 부기를 빼주고, 당뇨와 불면증에도 효과가 있다.
▲반찬으로 활용하기: 단호박은 쪄서 고구마처럼 먹어도 맛있다. 찹쌀과 견과류로 속을 채운 뒤 쪄 내면 든든한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다.

■단호박 찰밥
▲재료: 단호박 1개, 찹쌀 1 1/2컵, 인삼 1뿌리, 대추 5알, 은행 10알, 잣 1큰술, 소금 1/4작은술, 식용유 적당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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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 찹쌀은 하루 전 찬물에 담가 충분히 불린다. 단호박은 세로로 반 갈라 속을 파낸다. 인삼은 솔로 씻어 송송 썰고 대추는 씨를 빼고 곱게 채 썬다. 은행은 식용유를 두른 팬에 살짝 볶아 종이 타월에 비벼 껍질을 벗긴다. 그릇에 불린 찹쌀을 담고 인삼과 대추, 은행, 잣을 넣어 섞은 뒤 소금으로 간해 단호박에 채워 넣고 자른 면을 한지로 덮은 뒤 김 오른 찜통에서 20분간 찐다. 5분 정도 뜸을 더 들인 뒤 꺼내 한 김 식혔다가 반으로 썰어낸다.

비만·당뇨 예방에 항암효과‘자연의 선물’

표고버섯

▲왜 좋은가: 버섯계의 팔방미인이라 불리는 표고버섯은 독특한 감칠맛으로 요리에 자주 사용된다. 뼈를 튼튼하게 해주고 조혈 작용에 필수적인 영양소가 있어 고혈압과 동맥경화, 심장병 등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다. 신경을 진정시키는 작용도 있어 신경과민 혹은 불면증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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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에서는: 표고버섯은 ‘본초강목’ ‘동의보감’ 등에서 “기를 도와주고, 허기를 막으며 피를 잘 통하게 해 풍을 고치는 작용을 한다”고 기록돼 있다. 즉,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려주는 작용을 한다. 표고버섯은 또한 항암, 항바이러스 물질인 ‘레티난’을 함유하고 있어 암예방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반찬으로 활용하기: 표고버섯 특유의 향기는 돼지고기의 누린내를 없애줘 돼지고기 요리에 많이 사용된다. 탕이나 전골, 찌개, 볶음 요리 등 거의 모든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표고버섯 멸치볶음
▲재료: 표고버섯 10개, 멸치 80g, 굵은 파 1/2대, 마늘 5쪽, 식용유 적당량, 표고버섯 밑간(간장 1 1/2큰술, 들기름 1큰술, 설탕 1작은술, 깨소금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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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 표고버섯은 갓만 얄팍하게 저며 밑간한다. 굵은 파는 1.5인치 길이로 잘라 다시 길게 반 가른다. 마늘도 얄팍하게 저민다.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넉넉하게 두르고 멸치를 볶아낸다. 식용유를 좀 더 넣고 마늘과 굵은 파를 볶는다. 향이 돌기 시작하면 밑간 해놓은 표고버섯을 볶다가 볶은 멸치를 넣어 살짝 볶아준다.

대 추

▲왜 좋은가: 대추는 노화방지 효과가 탁월한 건강식품으로 비타민과 식이성 섬유, 미네럴이 풍부하다. 대추를 먹으면 신경안정에 효과가 있고, 식욕을 촉진시키며, 감기 및 호흡기 질환에 좋다. 혈액순환이 잘 돼 피부미용과 빈혈 예방에 좋으며 보양, 강장제로 기운을 돋운다. 또한 이뇨작용을 촉진해 다이어트에 좋으며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어 관절염이나 류머티즘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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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에서는: ‘동의보감’은 “대추가 장을 튼튼히 하는 힘이 있으며 경맥을 도와 그 부족을 보한다”고 소개했다. 한방 전문서적 ‘한약집성방’에서는 “대추는 속을 편안하게 하며 비장을 보하고 진액과 기운 부족을 낫게 하며 온갖 약의 성질을 조화한다”고 나와 있다. 한약에서는 대추를 강장제로도 사용한다.
▲반찬으로 활용하기: 삼계탕 등 국물 요리에 대추를 넣으면 맛과 영양이 업그레이드된다. 쌀쌀한 날, 목이 칼칼하고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대추 우려낸 국물을 뜨겁게 끓여 마시면 효과가 좋다.


■대추 인삼차
▲재료: 수삼 3뿌리, 대추 5알, 물 5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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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 수삼은 물에 씻어 잔뿌리와 머리 끝부분을 자르고 칼 등으로 껍질을 벗긴다. 대추는 솔로 문질러 씻어 여러 번 헹군다. 손질한 수삼과 대추를 주전자에 넣고 물을 부어 센 불에 한소끔 끓이다가 약한 불에 1시간쯤 더 끓인다.

우 엉

▲왜 좋은가: 씹히는 맛이 일품인 우엉은 신장에 좋고 간을 맑게 하는 이눌린이라는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우엉에는 또한 리구닌이라는 물에 녹지 않는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는데 대장암 예방에 효과가 좋다. 이뇨 효과가 있어 당뇨병, 가슴앓이, 위장, 피부병에 그만이다.
▲한방에서는: 예부터 우엉을 맛깔스러운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라고 전해진다. 중국의 의학서인 ‘본초비요’는 “우엉은 피를 맑게 해주고 열을 내리는 작용이 있다”고 적고 있다. 가래와 기침, 인후병을 다스리고 모든 종기와 독을 제거한다고도 소개한다. ‘동의보감’에도 “우엉 뿌리를 중풍, 종기 등에 사용하고 그 씨앗은 해독, 이뇨 효과가 있다”고 전하고 있다.
▲반찬으로 활용하기: 우엉은 주로 멸치, 다시마를 우려낸 국물에 조미료와 술, 설탕을 넣어 조려서 반찬으로 먹는다. 김밥이나 주먹밥에 넣어도 씹히는 맛이 있어 맛있다.

■우엉다시마 장조림
▲재료: 우엉 1대, 마른 다시다 10인치 길이 조각, 조림장(물 1컵, 간장 3큰술, 설탕 3큰술, 청주 3큰술, 물엿 2작은술, 식초 약간, 소금 약간), 마른고추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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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 우엉은 4인치 길이로 채 썰어 찬물에 검은물을 우려낸다. 2~3번 물을 갈아주면서 우린다. 다시마는 가늘게 채 썰어 찬물에 불리고 우엉은 끓는 물에 식초 1방울을 넣고 데친 다음 찬물에 헹군다. 조림장 재료를 섞은 뒤 냄비에 넣고 팔팔 끓이다 우엉과 다시마를 넣고 약한 불에서 우엉이 반투명이 될 때까지 조린다. 칼칼한 맛을 내려면 마른 고추를 1개 찢어서 넣고 조린다.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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