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군중 이용해 전력 얻는다

2007-08-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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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서나 압력에 의한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사실에 착안한 미국 학생들이 운동경기장이나 콘서트장, 지하철역, 쇼핑몰 등에 모이는 군중을 무공해 에너지원으로 이용한다는 아이디어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MSNBC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건축대학원 학생인 제임스 그레이엄과 타데우스 저시크는 최근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리는 곳에서 군중의 무게를 이용해 기차를 움직일 정도의 전력을 얻는 `군중 발전소’(Crowd Farm) 계획을 발표했다. `피에조 전기(piezoelectricity)’라고도 불리는 압전기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들은 방 안에서 왔다갔다 하는 동작만으로도 비록 순간이나마 60와트 전구에 불을 켤 수 있다면서 힘차게 2만8천527보를 걸으면 역시 잠깐이지만 기차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8천400만 걸음을 걸으면 우주선 발사에 필요한 에너지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구상하는 `군중 발전소’의 원리는 기계적 운동이 전기로 전환될 수 있다는 원리를 확대해 많은 사람이 지나가는 장소에 푹신푹신한 바닥재를 깔아 놓고 그 속에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는 전기전환장치를 설치해 놓는다는 것이다. 이 장치는 회전코일과 전자석을 이용, 사람들의 움직임을 전류로 전환하게 된다.

연구진은 장차 사람들의 몸을 주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도시를 구상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길 가는 행인들의 힘을 이용한 엘리베이터보다는 주민들이 직접 걸어 올라가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아파트가 더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공공건물 사용자들에게 걸어다니게 해 통로를 밝히도록 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을 일깨우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이들은 토로했다.

이들은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관람객이 의자에 앉기만 하면 4개의 LED(발광다이오드) 등에 불이 들어오도록 하는 발명품을 전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때 사람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용기를 얻은 이들은 아이디어를 한 걸음 더 발전시켜 오는 2050년까지 이탈리아 토리노시의 운동경기장과 기차역, 지하철역에 사람들의 압력으로 가동되는 소형 발전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에너지 발생량이 많은 곳의 바닥이나 계단에 특수 매트를 깔거나 아예 바닥 밑에 다양한 크기의 발전기를 설치한다는 이들의 구상은 지난 4월 스위스의 홀킴 지속가능건설재단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지속 가능하고 환경 오염이 없는 에너지란 점에서 이들의 아이디어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토머스 에디슨은 자신의 여름 거처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생긴 회전문을 지나가도록 부탁한 뒤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방금 회전문을 돌려 우리 집 우물에서 물탱크로 몇 갤런의 물을 길어 올렸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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