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침입’(The Invasion)★★½(5개 만점)

2007-08-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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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The Invasion)★★½(5개 만점)

캐롤이 외계 바이러스 감염자들을 피해 도주하고 있다.

무차별 신체강탈이 시작된다

잭 피니의 SF소설 원작
50년간 4번째 영화화

연결-구성 허점 투성이

잭 피니의 공상과학 스릴러 소설 ‘육체 탈취자들’(The Body Snatchers)이 원작으로 같은 내용의 네 번째 영화다. 1956년 단 시겔 감독에 이어 1978년 필립 카우프만이 다시 만들었고 1994년에는 아벨 페라라가 만들었다. 이 소설은 매카시즘을 은유적으로 비판했다는 평을 받았는데 공상과학 소설의 형태를 빌린 사회적·정치적 문제의 해부로 간주되고 있다.
요즘 시의에 맞는 아이디어여서 영화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4편의 영화 중 가장 졸작이다. 앞뒤 연결이 안 맞아 중언부언하는 식이요 이야기 서술과 연출 등이 모두 엉망인 결점 투성이의 영화다. 만든 사람들이 영화를 공상과학 스릴러로 만들려고 했는지 아니면 위험에 빠진 어린 아들을 구출하려고 필사의 노력을 하는 어머니와 아들의 멜로드라마로 만들려고 했는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둘을 되는 대로 섞어놓은 것 같다.
2004년에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른 히틀러의 마지막 날들을 그린 ‘몰락’의 독일 감독 올리버 허쉬비겔의 할리웃 진출 영화다.
그런데 끝을 포함해 그가 만든 전체의 30%를 재촬영 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 연결이 잘 안 되는 곳이 여럿 보인다.
우주선 패트리엇이 지구로 귀환하다 폭발, 잔해가 워싱턴 DC에서 달라스까지 떨어진다. 그리고 정부 당국은 이 잔해에 이상한 섬유질 같은 물질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질병통제센터 고위간부인 남편 터커(제레미 노댐)와 이혼하고 초등학생인 아들 올리버를 혼자 키우는 워싱턴 DC의 정신과의 캐롤(니콜 키드만).
캐롤의 환자 중 한 명인 여자가 캐롤에게 자기 남편이 아무리 봐도 자기 남편 같지 않다고 호소한다. 그러나 캐롤은 이 말을 환자의 정신상태 혼란에서 나온 것으로 치부하고 처방전을 써준다. 우주선에 묻어온 이상물질은 사람 몸에 묻으면 그 사람이 잘 때 유전인자를 공격 그 사람과 똑같은 모양이 되는 포자임이 캐롤과 캐롤의 동료의사 벤(대니엘 크레이그-제임스 본드역을 맡기 전)에 의해 밝혀진다. 그리고 이 외계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된 인간은 완전히 감정이 제거된다. 모양만 달랐지 모두 똑같은 무표정의 감정이 말끔히 제거된 이 ‘인간’들은 입에서 뿜어내는 바이러스로 채 감염 안 된 사람들을 자기들과 같은 것으로 만들면서 그것들의 수가 급증한다.
핼로윈에 올리버가 받아온 과자에 이 이상물질이 묻어 올리버가 희생자가 될 위기에 처한다. 그리고 아버지 집에 주말을 보내러 간 올리버가 실종되면서 캐롤은 무표정한 얼굴로 위장하고 좀비 같은 인간들이 점령한 워싱턴 DC를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닌다. 전적으로 캐롤의 입장에서 얘기되는데 끝을 너무나 터무니없게 해피엔딩으로 만들면서 영화는 자폭하는데 요즘 이라크전과 북핵 문제 등을 언급했으나 원체 영화가 엉터리여서 그런 얘기가 설득력이 없다. PG-13. WB.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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