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을 팔려면 여심을 잡아라

2007-08-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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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팔려면 여심을 잡아라

여성들의 바잉 파워가 막강해지면서 부동산 업계는 주택 판매에 여성의 마음 잡기에 부심하고 있다.

주택구입 결정에
남편보다 강한 바잉파워
거래 70%가 ‘여성의 결정’
주택업체들 홍보 부심

‘여성들이 무엇을 원하는가?’
최근 부쩍 부동산업계에서 회자되는 물음이다. 주택 구매를 결정하는 데 있어 여성들의 발언권이 커진데다 경제력 향상으로 여성들의 바잉파워가 막강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업계는 여성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여심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커지는 우먼파워
‘여성들은 감정에 더 많이 의존하고 남성은 팩트로 판단하려고 한다’. 남녀를 구분 짓는 이 같은 분석은 주택 구매 때도 적용된다.
한 전문가는 “주택 샤핑에 나서면 남성들은 컴퓨터 엑셀 프로그램의 스프레드시트를 선호한다. 물론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정보를 저장한다. 다만 여기에 나름대로의 질문들을 던지고 탐색한다. 구매 전 직감에 의존한다”고 말한다.
주택 구매시 여성들의 ‘입김’이 더 큰 작용을 한다는 것은 오래된 이야기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베벌리힐스 ‘콜드웰뱅커’의 베테런 에이전트인 코니 디 그룻은 “세일즈 포인트의 더 많은 포커스를 여성들에게 맞춘다”며 “예전보다 더 많은 여성들이 재정적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벨플라워 ‘프루덴셜 캘리포니아 리얼티’의 폴 브리턴도 “주택구입 결정의 키는 여성들이 쥐고 있다”며 “내 경우 거래의 70%는 여성들의 결정에 남편들은 따라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여성들은 ‘결정권자’로 뿐 아니라 바이어로서도 남성들을 능가하고 있다. 2003년의 경우 독신여성들은 기혼부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주택구매 계층으로 자리 잡았다. 또 지난 2005년 7월~2006년 6월 1년간 거래된 주택 중 22%는 독신 여성들이 사들였다. 반면 같은 기간 독신 남성들이 산 집은 9%에 불과했다. 독신남과 독신녀의 주택구입 비율이 각각 전체의 10%로 비슷한 수준이었던 80년대와 비교하면 20년 사이 독신남의 구매력이 제자리를 유지하는 동안 독신녀의 구매력은 괄목할 만큼 성장한 것이다.
싱글 여성들의 주택 소유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여성 특유의 ‘실질적 구매’ 경향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싱글 여성들의 경우 집을 소유함으로써 성공을 이뤘다고 생각하거나 남성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남성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으려했던 예전의 여성과 달리 경제력을 갖춘 요즘 여성들은 주택구입 등을 통해 성취감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또 남성들은 집을 구입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않는 반면에 여성들은 자신의 집을 갖게 되면서 안정감을 얻는다.
또한 중년이상의 독신 여성들이 ‘관리’의 어려움으로 부동산 투자에 소극적인 반면 X, Y세대로 불리는 젊은 싱글 여성들의 경우 적극적인 부동산 투자에 나서고 있어 향후 시장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성이 ‘집 살피는 관점’ 남성과 달라

남성 “거실에 빅스크린 TV면 OK”
여성 “널찍한 클로짓·근사한 부엌 인테리어”

정책적 지원도 여성들의 바잉파워를 성장시켰다. 연방의회는 1974년 주택구입에 있어 남녀의 차별을 엄격히 금지하는 법규를 제정했다. 그 전에는 독신여성들은 주택융자는 물론 크레딧카드마저 자신의 이름으로 받기가 어려웠다. 여성들은 출산과 함께 직장을 그만둔다는 인식이 강해 여성의 소득은 융자신청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혼여성도 ‘첫 주택구입자’로 인정돼 유리한 융자를 받을 수 있다. 이혼여성은 크레딧 조사에서도 혜택을 받는다.

■여심을 잡아라
부동산 업계는 시장의 주체가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의 경우 여심 잡기에 적극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남성들은 거실에 빅스크린 TV를 설치해놓으면 되지만 여성들에게는 널찍한 클로짓과 근사한 부엌 인테리어를 더 중시한다”고 말한다. 그는 “콘도의 경우 게이트 커뮤니티에 가로등이 환하게 비추고 관리가 쉬운 경우 여성들이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남성들의 경우 야드, 거라지 등 대부분 사이즈를 중시하는 반면 여성들은 매스터베드룸의 분위기, 뷰와 구조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개발업체들의 홍보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 남성들에게는 광고 전단이면 충분했지만 보다 감각적이고 실제적인 면을 중시하는 여성들의 경우 이 정도로는 안 된다. 주택의 이모저모를 촬영한 비디오라던가 지역 커뮤니티에 관한 설문 등 구체적 자료가 있어야 여성 바이어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하지만 여성들의 경우 남성에 비해 ‘만만한’ 고객은 아니다. 부동산 거래에 있어 여성들은 ‘장기간의 관계’를 찾는다는 것이다. 개발업자들은 “여성의 경우 거래가 끝난 이후에도 질문 사항이 굉장히 많다”며 이런 점에서 보다 확실한 애프터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갈수록 커지는 여성 파워

▲ 2010년까지 미국 전체 부의 절반 이상인 약 14조달러를 여성들이 움직이게 된다.
▲ 2020년에는 이 같은 액수가 22조달러로 치솟게 된다.
▲ 500만달러가 넘는 부동산의 약 48%를 여성들이 소유하고 있다.
▲ 기혼여성 30.7%가 남편보다 높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가구 장만의 94%, 주택 구입의 91%, 자동차 구입의 60%의 중심에는 여성이 있다.

<이해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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