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KAIST, 세계 물리학계 `20년 숙제’ 풀었다

2007-07-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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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세계 물리학계 `20년 숙제’ 풀었다
신성철.류광수팀 `자구벽 구조의 거듭제곱법칙 영향’ 규명
네이처피직스 게재..스핀트로닉스 기술 획기적 발전 기대

국내 과학자들이 세계 물리학계의 20년 숙제였던 `같은 차원의 자성체에서 거듭제곱법칙(power law) 분포지수가 왜 다양한 값을 갖는지’를 푸는 획기적 연구성과를 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16일 이 대학 물리학과 신성철(申成澈.55) 교수와 류광수(柳光洙.30) 박사팀이 자구벽 미세구조 변화가 거듭제곱법칙에 미치는 영향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의 16일자 인터넷판에 게재됐으며, 물리분야의 획기적 발견을 소개하는 본지 `NEWS & VIEWS’란에 해설기사로 실렸다.


물리학계에서는 지진의 강도와 빈도, 병원에서 기다리는 시간과 빈도 등과 같이 피상적으로 불규칙해 보이는 자연 및 사회현상도 상관관계가 있으며, 나아가 그런 상관관계를 한 가지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음을 1980년대 말 밝혀냈는데 그 것이 바로 `거듭제곱법칙’이다.

쉽게 말해 이 법칙은 지진 강도가 높을수록 발생 확률이 떨어지는 것처럼, 큰 현상이 일어날 확률은 낮은 반면 작은 현상이 일어날 확률은 높다는 것이다.

이런 불규칙한 현상이 자성체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은 1919년 독일의 물리학자 박크하우젠(Barkhausen)이 처음 발견했다.

이 현상을 `박크하우젠 잡음현상’이라고 하는데, 자성체를 이용한 스핀트로닉스 기술 구현시 잡음을 만드는 근원적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그 동안 수많은 물리학자들의 연구로 박크하우젠 잡음현상도 거듭제곱법칙 통계분포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지만 `거듭제곱법칙 분포지수가 같은 차원의 자성체에서 왜 다양한 값을 갖는지’ 하는 의문은 미해결 과제로 남았었다.

이번에 카이스트 연구팀은 특수 기능의 `광자기 현미경’을 제작, 자구역전(자성체의 자화 방향이 반대로 바뀌는 것) 과정을 400nm(나노미터) 분해능(分解能)으로 실시간 관찰한 결과 자구벽의 미세구조 변화가 거듭제곱법칙 분포지수 변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망간아세나이드(MnAs) 자성 박막의 온도를 변화시켜 자구벽(상이한 자화방향의 두 자기구역 사이 경계면) 구조가 변하는 것을 실시간 관찰했다.


실제로 온도가 섭씨 20도에서 35도로 상승하는 과정에서 자구벽 구조가 톱니 모양에서 평평한 모양으로 민감하게 변화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같은 연구 성과는 거듭제곱법칙 분포지수가 자성체 차원(dimension)에만 의존한다는 학계의 기존 학설을 뒤집는 동시에, 지난 20년간 박크하우젠 잡음현상 연구에서 미해결 과제로 남았던 의문점을 확실히 규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자성체 스핀을 이용해 혁신적 신소자를 개발하는 `스핀트로닉스’ 기술구현시 장애가 되는 잡음현상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의 신성철 교수는 자성 분야 최대 학회로 오는 11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자성 및 자성체학회’(MMM)에 초청 연사로 참석, 이번 연구 성과를 직접 소개할 예정이다.

(대전=연합뉴스) 정찬욱 기자 jchu20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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