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쏟아지는 차압 주택… 경매장 ‘북적’

2007-06-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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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가격보다 훨씬 싸게 한 채 건지자“
실수요 바이어들·투자자들 ‘구미당겨’
대폭 할인이지만 손 볼 곳 많은 경우 조심

최근 리버사이드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한 차압 주택경매 행사에는 1,200여명의 인파가 몰려 큰 혼잡을 빚었다. 시장 가격보다 크게 싼 가격으로 집을 한 채 건지기 위해서였다. 이 중에는 자신이 거주할 집을 마련하기 위한 실수요 바이어들이 있는가 하면 싸게 사서 한몫 챙기겠다는 투자자들도 많았다. 이들이 차압주택을 사기 위해 품속에 지녀온 현금과 캐시어스 체크를 합치면 아마 수천만달러는 될 것이다.


택 경기 하강으로 차압 주택들이 쏟아지면서 캘리포니아에서는 십여년만에 다시 대규모의 차압주택 경매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리버사이드에서 열린 경매에서는 2개 융자기관이 100여채의 주택을 내 놓았는데 이중 93채가 팔렸다. 이날 나온 매물의 대부분은 급개발지역으로 투기 붐이 들끓었던 LA동쪽 리버사이드, 샌버나디노에서 나온 것들이다.
이날 경매를 주최한 어바인 소재 리얼에스테이트 디스포지션사의 회장 로버트 프리드먼은 “그동안은 휴면기였지만 이제 우리가 다시 돌아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동산을 사야 할 때는 바로 시장이 좋지 않을 때,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이번 경매서 집을 사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호객성 멘트도 이어졌다. 그의 말 대로 캘리포니아의 경매회사들은 지난 10여년간 거의 비즈니스를 접고 있었지만 최근 수개월은 정신없이 바쁜 호시절을 보내고 있다. 모기지 연체가 늘고 차압 주택들이 몇 배로 늘면서 차압주택 경매 비즈니스가 붐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마지막 2주 동안 샌디에고와 LA, 리버사이드에서 265채 이상의 부동산을 팔았으며 이에 고무되어 올 여름 중으로 새크라멘토와 모데스토,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 애틀랜타에서도 경매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차압 주택이 쌓이면서 모기지 대출을 해준 융자 기관들은 밀린 채무액 보다 덜 받고도 집을 내주고 있다. 더 기다리기 보다는 작은 손해를 보고라도 빨리 처분하려 든다. 손해보고 주택을 경매에 내 놓는 융자기관들이 즐거울 리 없지만 경매회사들은 요즘 신이 났다.
경매장 입구에는 턱시도를 차려 입은 주차요원을 배치해 밀려드는 차량을 정리하고 경매장 안에는 경매인은 물론, 론 오피서와 에스크로 직원을 대거 배치해 두고 거래를 일사천리로 진행시킨다.
남가주에서 차압은 지난해 극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외곽지역은 차압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남가주 7개 카운티에서 주요 융자기관들이 차압한 부동산은 2007년 1분기중 6,007채로 급증했는데 일년전 동기 721채에 불과했던데 비하면 극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리버사이드와 샌버나디노의 경우 2006년 1분기중 차압 주택이 255채였는데 올해 첫 분기중에는 2,369채에 이른다. 집을 엄청나게 지은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차압주택의 통상적인 경매절차는 상당히 복잡하다. 전문투자자들의 게임이지 일반인들은 엄두를 내기 어렵다. 법적으로 채무불이행으로 공식화되면 융자은행들은 주로 카운티 법원 계단에서 경매에 부치며, 바이어들은 부동산을 조사해볼 기회를 갖지 못하며 전액 현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또 셀러는 명의(title)가 저당(lien) 잡히지 않았음을 보증할 필요도 없다. 위험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리버사이드에서 열린 이 경매에서는 이런 문제점들을 제거했다. 모든 매물을 경매전 3일 동안 조사해 보도록 허용했고 타이틀 보험도 보장했다. 또 렌더들로 하여금 거래를 융자할 수 있도록 알선해 바이어들은 전액 현금으로 매입하지 않아도 됐다.
바이어는 경매회사에 첫 주택 매입가의 5%를 수수료로 주면 되고, 추가 주택에 대해서는 15%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다. 이렇게 하면 비교적 안전해 일반인이라도 어렵지 않게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행운이 수중에 떨어질지는 경매가 끝나기 전에는 알 수 없다. 부부가 부동산 에이전트와 인스펙터인 빌레가스 부부는 멀리 샌디에고서 찾아와 뮤리에타(LA 동남쪽 80마일 거리)의 4베드룸 하우스를 조사한 뒤 점찍어 두고 30만달러선이면 잡을 생각이었는데 40만 달러에 낙찰되자 김이 샜다. 그는 “바닥도 갈아야 하고 벽에도 문제가 있어 그 정도의 가치는 없다”고 시원섭섭해 했다.
좋은 집을 싸게 건지는 이도 있다. 샌디에고서 온 주티 서터는 무리에타서 멀지 않은 메니피 소재 2,500스퀘어피트 4베드룸 신축 주택을 32만5,000달러에 매입했는데 이전 시장가격보다 거의 10만 달러는 싼 가격이다.
그러나 경매서 사는 주택 가격이 최고가보다는 20% 내지 30%는 싸지만 아직도 너무 비싸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부동산 에이전트를 대동하고 이곳을 찾은 치노 거주 한 부부는 점찍어 둔 집이 30만달러 가치로 봤는데 낙찰가가 결국 55만달러까지 올라가자 어림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수리하고 경매 수수료 내고 클로징 코스트 내면 결코 남는 장사가 못된다. 오늘 많이 배웠다. 여기보다 시장에서 더 싸게 살 수도 있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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