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은퇴해도 먼곳으로 안간다

2007-06-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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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해도 먼곳으로 안간다

뉴저지주 브릭에 살고 있는 빌·로즈메리 냅 부부는 조만간 은퇴 후 현재의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으로 이주키로 했다.

시니어들 “자녀·이웃·익숙한 것들과 떨어지기 싫어”

60세 이상 75%가
5년전 거주지역과
동일한 곳에서 거주
‘따뜻한 먼 곳 이주’
정설 뒤엎는 새 추세

빌·로즈메리 냅 부부는 머릿속으로 은퇴 후 삶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독립 기념일 연휴에 은퇴 후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조용한 집을 장만, 여생을 보내기로 했다.
이들의 결정은 은퇴한 시니어들은 모든 재산을 정리, 골프 코스가 있고 비치가 있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따뜻한 곳으로 이주하고 있다는 정설을 뒤엎는 것이다.
냅 부부와 마찬가지로 현재 살고 있는 지역 인근에서 남은 인생을 보내기로 결정하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
전국 은퇴자협회가 1990년과 2000년 연방 센서스국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 시니어들의 90%가 조사가 실시되기 5년 전 살고 있던 지역에서 계속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같은 집에서 계속 살고 있는 사람들의 비율이 75%를 넘었다.
뉴저지주 브릭 소재 한 주택에서 29년 동안 살았던 냅 부부는 지역 주민들의 얼굴이 많이 바뀐 것을 느끼고 있다. 빌은 “동네 주민들의 나이가 젊어지고 있다. 우리 부부는 우리 나이와 비슷한 사람들과 마음 편하게 교제하며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이 멀리 이사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자녀 등 자신들이 알고 있고 사랑하는 모든 것과 이별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냅 부부는 조만간 수영장과 클럽하우스 등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어 있는 시니어들만 살고 있는 게이트 커뮤니티로 이주하기로 했다. 이들은 새로 이사할 곳이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 자동차로 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
빌 냅은 “나의 여동생과 그의 남편은 우리 부부의 친구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은퇴 후 그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너무 기쁘다.
그는 “우리는 뉴저지에서 태어나 성장, 지금까지 살고 있다. 우리가 많은 돈을 갖고 있더라도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시니어들은 경제적으로 다른 곳으로 이주할 여력이 없다. 하지만 여유가 있는 시니어들도 가족 혹은 친구들과 가까이 지내고 싶다는 이유로 이주를 꺼려하고 있다.
웨이크 포리스트대학에서 ‘레이놀다 장수학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찰스 롱기노는 “은퇴하는 시니어들의 첫 번째 선택은 현재 있는 곳에 머무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날씨가 추운 중서부 혹은 북부 지역에 살고 있는 시니어들은 가끔 일년 내내 따뜻한 태양이 내리 쬐는 곳으로 이사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유혹은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어려움 때문에 곧 시들해 지게 마련이다.
한편 은퇴 후 현 장소에서 머물기로 결정하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는 것과 비례해 콜로라도에서 필라델피아에 이르기까지 도심 지역에 은퇴자들을 위한 주거 공간을 짓는 건설업체들이 늘고 있다. 건설업체 델 웹은 “90년 중반부터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사실은 은퇴 후 다른 곳으로 이전을 원치 않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시니어 주거 공간으로 비교적 인구가 많은 곳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황동휘 기자>
회사는 지난 2001년 이후 선벨트 지역 뿐만 아니라 펜실베니아, 미시간, 일리노이 등 일부 주에 53개 시니어 주거 공간을 신축했다.

<황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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