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78%를 차지하는 젊은 세대의 키워드는 문화입니다. 우리 사회의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모두 인정할 때 한국의 제3의 국가 목표인 문화강국이 가능할 것입니다.
한국의 대표적 저항 작가이자 사상가인 김지하 시인은 8일 저녁 조지 워싱턴대 펀거 홀에서 열린 김지하 시 낭송회에서 산업화, 민주화에 이은 문화 입국과 중도(中道)의 가치를 강조했다. 김 시인이 해외에서 개최된 시 낭송회에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내 한국관 개설을 기념하는 문화행사의 하나로 개최된 이날 낭송회에는 250여명이 참석, 김 시인이 쏟아내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 의미를 쫓았다.
행사는 김지하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상영, 한국문학 번역가인 데이빗 맥켄 하버드대 교수의 시인 소개에 이어 김 시인의 대표작 낭송 순으로 진행됐다. 김 시인은 타는 목마름으로 빈산 불귀(不歸) 줄탁 오적(五賊) 등 그의 대표작들을 낭송했고 맥켄 교수는 이를 영어로 번역해 낭송했다. 특히 오적은 판소리 창법으로 낭송해 객석의 흥을 돋웠다.
김 시인은 낭송회 후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서 개인사적 궁금증에 답하고 한국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소견을 밝혔다.
그는 이 시대의 오적을 묻는 질문에 한국에는 5적이 아니라 500의 적이 있다며 국민들이 꾀가 있어야 이 500적에 대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시인은 정치, 경제로 한국사회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며 문화와 정신적으로, 지혜로서 사회적 부패인 이 500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문화 강국으로의 비약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중도의 정신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시인은 박정희 정권을 부패했다고 공격하던 나 같은 많은 사람들은 산업화의 공로를 인정하고 있는 반면 산업화 세대는 민주화의 공적을 지금 인정하고 있다며 경제발전이나 민주주의 투쟁 모두에는 예스와 노의 측면이 있으며 이 긍정과 부정적 측면 모두를 인정할 때 제3의 국가 목표인 문화강국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김 시인은 탄압에 굴하지 않은 용기의 원천을 묻는 질문에 어려 하도 잘 울어 내 별명이 울래미였다며 용기가 안 날 때는 막걸리를 한잔하고 이건 죽어도 해야 돼, 라고 스스로를 다짐하며 한걸음씩 나갔고 그 길이 길어지며 투사가 됐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이어 어떻게 시인이 투사가 됩니까?라고 되묻고는 단지 하나 근거가 있다면 나같이 여린 사람도 말 좀 하자, 그런 세상을 원한 것이라고 저항의 길에 나선 이유를 털어놓았다.
김 시인은 또 노태우 정권 당시 젊은이들의 분신 사태를 비판한 데 대해 권위 정부에 노(NO!)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나와 내 친구 그룹에 대해서도 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시 낭송회는 조지 워싱턴대의 한무숙 기념 한국 인문학 콜로퀴엄(대표 김영기 교수)과 한국문학 번역원이 공동 주최했으며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 한국 국제교류재단, 한국일보, 주미대사관이 후원했다.
<이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