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2007-06-12 (화)
크게 작게
큰 교회, 작은 교회

나는 현실주의적 사회과학도라 그런지 현실적 시각에서 교회 문제를 본다.
교회는 우선 하나의 조직으로, 조직 이익을 추구한다. 그 이익이란 일차적으로 보다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가 대형화를 추구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대형교회를 규모만으로 비난하지는 않는다. 큰 교회는 큰 교회로서 감당해야 할 사명이 있다. 예컨대 장애인학교 같이 엄청난 예산이 드는 프로젝트는 큰 교회만이 감당할 수가 있다.
요즈음에는 교인의 수평 이동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의 일부 교회들은 다른 교회에서 옮겨오는 교인은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일부 언론이 좋은 반응을 보였다. 요즘 신도들이 믿지 않는 자를 전도하는데 얼마나 게을렀으면, 교회 지도자들이 이런 타교회 신도 영입 금지령을 내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근본 질문은 교회가 찾아오는 교인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냐 하는 것이다. 주님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는 다 내게로 오라고 하셨다. 그런데 다른 교회를 일시 다녔다는 이유로 교회가 특정 신도를 거부한다는 것이 과연 복음적인가 하는 질문이다.
교회를 옮기는 사람은 다 그럴 이유가 있다. 교회를 옮긴다는 어려운 결정을 하기까지 많은 상처와 번민이 있다. 그래서 교회를 옮기려는 자를 정죄하다시피 하면서 받지 않겠다는 발상 자체가 배부른 대형교회와 지도자들의 오만의 결과이고, 상처받은 자들에 대한 배려의 결핍이다. 이러다가는 일류교회와 이류교회가 생길 것이며 일류교회 다닌다는 것이 일종의 기득권이 될 수도 있다.
반면 교회가 성장하지 않는 이유를 큰 교회의 횡포에서만 찾는 것도 온당치 않다. 교회가 크지 않는 이유의 상당한 부분은 교회 내부에 있다. 그 내부 문제를 해결하거나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교회 밖 환경 탓을 하는 것은 자기기만이고 비겁한 일이다. 자질 있는 목회자가 성도를 섬김으로써 감동을 만들면서 최선을 다해 복음을 선포하고 가르친다면 교회는 성장하게 된다고 나는 믿는다. 다시 말해 교회가 작거나 성장하지 않는 것은 칭찬할 것이 아니고, 그 교회가 건강하다는 이야기는 더욱 더 아니다.
문제는 교회가 교회다운가 하는 것이다. 교회가 하나의 조직인 것에는 틀림없지만 그 조직은 신앙공동체라는 특수성이 있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가 구세주라는 바른 복음의 선포가 있어야 하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윤리적인 삶이 가르쳐져야 하고 무엇보다도 교회가 기독교적인 삶의 모습을 스스로 보여 주면서 고통받는 자들을 위로해야 한다.
교회의 양적 성장을 위해 비도덕적 방법을 동원하는 교회의 작태도 이 신앙 공동체의 특성을 망각한 데에서 나왔다. 교회의 적절한 사이즈가 무엇이냐는 표피적인 문제에 매달리지 말고 교회의 본질과 건강을 먼저 생각하자.

박 문 규 (캘리포니아 인터내쇼날 대학 학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