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 ★★★★

2007-06-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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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 ★★★★

에디트 피아프가 클럽서 열창하고 있다.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
처절한 삶다룬 자전 영화

목소리가 파열되고 가슴이 터질 것처럼 영육을 다해 노래 부른 프랑스의 대표적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의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자전적 영화다. 깊이와 정열로써 한 여인의 비극으로 점철된 삶을 묘사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번 예술은 어둡고 춥고 배고프고 또 고통스러운 곳에서 생성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작은 참새’라는 별명을 지녔던 피아프(프랑스 속어로 새라는 뜻)는 작고 가녀린 몸을 지녔었으나 음성은 천둥소리와도 같았다. CD로 그의 대표곡인 ‘아니야, 난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아’(Non, Je ne regrette rien)를 듣노라면 이 절규하는 듯하고 압도적인 음성이 참새 같은 몸의 여인에게서 나왔다고 믿어지질 않는다.
모든 것이 훌륭한 영화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내용 속에 끌려들게 만드는 흡인력을 가졌다. 결점이라면 흐름이 시간대를 무시하고 과거와 현재를 자주 왕래 다소 혼란을 초래하는 것.
피아프의 개인생활과 직업인으로서의 삶을 잘 혼성한 영화는 처음 1959년 2월16일 피아프(마리옹 코티야르-인터뷰 ‘위크엔드’판)가 뉴욕 무대에서 영어로 노래를 부르다가 쓰러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피아프는 이로부터 6년 후 47세로 사망했는데 그의 평생은 약물과 술과 비련으로 점철된 것이었다.
이어 장면은 1918년 파리의 빈민지역 벨르빌르로 돌아간다. 피아프의 어머니 아네타는 거리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남편 루이가 군에 간 사이 피아프를 거의 버리다시피 했다. 군에서 제대한 루이는 역시 길에서 몸을 마음대로 구부리는 곡예사로 밥벌이를 했는데 이때부터 어린 피아프의 노래 실력이 행인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루이는 딸을 노르망디에서 색주가를 경영하는 자기 어머니 루이즈에게 맡긴다. 피아프를 사랑하는 할머니와 창녀들과의 관계가 피아프의 생에 있어 유일한 참된 가정생활이었다. 피아프는 여기서 눈병이 걸려 한 동안 앞을 못 봤다.
성장한 피아프는 파리의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행인의 호의에 기대 살았는데 이 때 피아프를 발견한 사람이 유명 흥행사 루이 르플레(제라르 드파르디외)였다. 피아프는 루이의 후견 하에 가수로 성공한다. 영화는 프랑스와 뉴욕 그리고 캘리포니아를 오락가락하며 진행된다. 피아프의 고통과 상처와 슬픔과 인간 승리의 얘기를 모두 담기에는 시간이 모자라 그의 연인이었던 이브 몽탕이나 장 콕토와의 관계 등은 한 마디로 언급된다.
거의 가공스러울 정도로 뛰어난 것이 코티야(지난해에 러셀 크로우와 함께 ‘풍년’에 나왔다)의 연기. 새카맣게 그린 눈썹과 새빨간 입술을 하고 단순한 검은 드레스를 입은 코티야가 피를 토하듯 노래하는 모습이 가슴을 찢는다. 코티야는 피아프 특유의 쉰 목소리를 내면서 강철 같은 의지와 정열을 지녔던 피아프의 모습을 20세부터 죽을 때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표현한다. 제스처 하나에서 앞으로 쓰러질듯 걷는 동작까지 완벽하게 묘사한다. 오스카상 감이다.
분장(말년의 피아프의 모습이 거의 괴이하게 코믹하다)과 세트와 의상 등도 모두 좋다. 피아프의 대표곡들이 모두 노래되고 이를 담은 CD도 나왔다. 올리비에 다앙 감독. PG-13. Picture house. 로열(310-477-5581), 아크라이트(323-464-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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