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래 가정

2007-06-0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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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이 지나고 한 해의 절반 6월에 접어들었다.
늘 분주하게 사는 미국에서 새삼 가정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잠시 되짚어 보고 싶어진다.
연휴 외에 잠시 쉰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고 때로는 생일조차 다 챙겨 받지 못하는 이 땅의 엄마들에게 Mother’s Day가 있어 살면서 자식 때문에 인내해야 했던 시간들이 그 날만큼은 꽃다발에 묻혀 감동으로 보상받는다.
자식이 부모가 원하는 대로 자라줬으면 일단 성공한 이민가정으로 비춰진다.
한국인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만 있지 부부문화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식에겐 끔찍한 애정을 쏟는다.
부모가 이루지 못한 꿈을, 그 틀이 그대로 자식이 이어 받기를 혹은 대신 이뤄졌으면 하는 실현 희망의 월계관을 두고두고 자식에게 기대하기 때문이다.
아버지, 어머니가 은혼식까지 성대하게 치르고는 그 25년을 이끌어 오는데 큰 버팀목이 된 것이 애틋한 부부의 사랑보다는 자식의 미래를 위해 서로 인내하다 보니 어느 새 인생 황혼에 접어들었다고 회고한다.
달콤한 신혼이 지나고부터 애틋한 부부 사랑보다는 그저 한 지붕 속에 결혼으로 맺어진 가족이 되어 버린다.
연애할 때 가슴 벅찬 설렘으로 만나면서 간 밤의 그 짧은 헤어짐이 싫어 평생 함께 하자던 사랑이란 약속이 세월과 함께 정으로 바뀌어 가면서 남편과 아내는 서로에게 무디어져 간다.
미국에 살다 보니 아내가 수퍼 우먼으로 되면서 모든 것을 의지하다 보니 한국에서처럼 당당했던 가장에서 점점 작아지는 아버지, 남편상으로 보여져 위축감이 들기도 한다.
모처럼의 고국 방문길에 만나는 친구들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멋있게도 들린다.
항상 목소리 높이는 부인의 기세에 눌려 자식에게 야단 한 번 치려고 해도 눈치가 보이고 녀석들도 듣는지 마는지 건성적인 대답뿐이다.
이민 가정에서 아버지의 위상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것도 좋지만 건강한 가정으로 이끌어 지려면 부부간의 깊은 사랑이, 서로를 존중해 주고 아껴 주는 부부문화가 우선 세워져야 한다.
부부간의 사랑은 퇴색돼 그저 미움과 무관심의 앙금만 남았어도 자식들 때문에 할 수 없이 참고 산다는 넋두리 보다는 어차피 내가 선택한 배우자이기에 서로에게 맞추려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사랑이란 변하는 것이기에 흐르는 물처럼 담아둘 수 없다’는 말이 있다.
30대에 느끼는 사랑과 40대, 50대가 되어 다가오는 감정이 다를 수 있음은 세월 때문이다.
사랑이란 딱 정해진 틀 속에 있지 않기에 꽃을 가꾸는 정성만큼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내가 상대방에게 권태감을 느낀다면 그도 나 못지 않은 실망을 갖고 있겠지만 다만 표현만 안 하고 있을 뿐인 것을 참지도 못하면서 가슴 한 켠에 돌담만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음이 안타깝다.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 과감히 독신으로 돌아가지 않을 바엔 함께 사는 동안 예전에 밤잠 못 자고 사랑했던 기억을 더듬어 배우자와는 상관없이 내 사랑을 키우려는 노력을 가졌으면 한다. 자식에게도 부부가 서로 아껴주며 사는 모습에서 더 큰 사랑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Father’s Day에는 그 동안 열심히 살아 온 가장의 허리를 펴주면서 용기와 격려의선물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남편으로 아버지로서 가정에서 큰 자리로 인정받고 그들이 당당할 때 튼실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겉으로 보여지기에 충분히 부러울 듯한 조건을 갖고도 가정불화로 인해 삭막한 모래가정이 되기보다 그저 알토란처럼 매일 사랑과 행복의 꽃밭으로 채워지는 화원 가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보는 6월이 되었으면…
(562)304-3993

카니 정 / 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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