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동물의 개성 차이는 진화 전략의 일부

2007-05-3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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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종의 동물 사이에서도 어떤 것은 용감하고 어떤 것은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등 개체별로 서로 다른 개성이 나타나는 것은 복잡한 진화 전략의 일부라는 이론이 제기됐다.

오랫동안 인간에게만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개성이 오징어와 거미, 생쥐, 원숭이 등 다양한 야생동물에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은 최근 많은 행동양식 연구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해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의 막스 볼프 교수 등 연구진은 환경에 적응하는 진화적 전략의 일부라고 네이처지 최신호에 실린 연구보고서에서 주장했다.


몸 크기나 나이, 서식지, 성별 등이 모두 같아 구별하기 어려운 동물 개체들이 위험한 상황이나 이로운 기회를 포함, 여러 상황에서 매우 다른 행동을 보인다는 사실은 최근 많은 연구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큰가시고기나 박새 중에서도 어떤 것은 포식자나 경쟁자와 맞서 싸우는가 하면 어떤 것은 몸을 사리고 도망치는 등 ‘개체별로는 고착되고 종 내부에서는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 학자들은 진화적 관점에서 매우 당혹스러운 것이라며 갈피를 잡지 못해 왔다.

일부 학자들은 이런 동물 개체의 개성을 ‘호르몬 차이에 의한 제약’, 또는 생사가 걸린 상황에서 예측 가능한 반응에 수반되는 중요하지 않은 ‘잡음’ 정도로 간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볼프 교수 등 연구진은 동물들의 개성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진화 전략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어린 검은머리물떼새들이 미래를 계획할 때 두 종류의 아주 다른 길, 즉 먹을 것은 별로 없지만 바로 자리잡고 일찍 번식을 시작할 수 있는 저급 서식지와 기다려야 차례가 오는 먹이가 풍부한 고급 서식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들의 연구는 조기 번식을 선택하는 부류는 열악한 서식지에서 잃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참을성이 많은 부류는 위험을 피해 안전과 건강을 꾀하면서 고급 서식지에 자리잡고 번식할 날을 기다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미래의 번식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 놓일수록 개체들은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들은 이처럼 어린 검은머리물떼새들이 일부는 용감하고 일부는 조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은 직면한 상황에 대한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생존과 번식의 기회를 강화하는 일관성 있는 ‘생활사’(생물의 초기 단계에서 자연사까지 계속되는 일련의 변화)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한 가지 행동양식을 고수하는 것이 보상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파리 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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