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큰 집이 좋아”

2007-05-31 (목)
크게 작게
가족 수는 주는 데 집 사이즈는 쑥
럭서리 하우스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어
새집 평균크기 2,434스퀘어피트나

미국인들의 큰집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다. 빅 사이즈 하우스 붐은 전국적이다. 수도 워싱턴에서부터 애틀랜타, 멀리 서부주 유타, 캘리포니아에 이르기까지 럭서리 빅하우스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연방센서스국에 의하면 베드룸이 4개 이상인 대주택은 2005년 현재 5채 중 하나. 1990년에는 그런 대주택이 6채 중 하나였는데 15년 사이 크게 늘었다. 한 가족당 구성원 수가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건축비용과 에너지 비용도 크게 비싸졌는데도 오히려 웅장한 대주택 수는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나라에서는 큰 것은 좋은 것”이라고 전국 주택 건설업자협회의 고팔 알루왈리아 부회장은 말한다. “자동차가 그렇고 집이 그렇다”.
대주택 비율이 가장 높은 주는 유타. 유타에서는 40%의 주택이 베드룸 4개 이상이다. 유타가 가구당 구성원수가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은 3.07명이란 점이 아마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유타주의 에반스와 발레리 앳슬 부부는 현재 오그덴 교외에 5,700스퀘어피트의 거대한 저택을 짓고 있다. 틴에이저가 된 세명의 자녀가 있는데 “애들을 더 넓은 집에서 살게 하고 싶다”는 것이 이 부부가 큰 집을 짓는 이유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2,100 스퀘어피트로 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는 너무 협소하다는 것. “애들 물건이 더 많아져 더 넓은 거주공간이 필요하게 됐다. 예전 집은 애들이 작았을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애들이 집보다 더 쑥 커버렸다.” 실제로 이들은 거주 공간이 좁아 유료 창고를 렌트해 별로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넣어두고 있다. 앞으로 새집은 베드룸이 4개에 배스룸이 3개반, 3카 거라지나 되니 좁지는 않을 것이다.
유타에 이어 대주택 비율이 높은 주는 메릴랜드, 버지니아, 콜로라도, 미네소타가 꼽힌다. 아칸소주는 베드룸 4개 이상 대주택 비율이 12.6%로 전국에서 가장 적다.
그러나 반드시 가족이 커져 더 큰 집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 이유보다는 대주택이 많이 들어서고 있는 교외지역의 경우는 럭서리 라이프를 추구하는 욕망이 주된 원인이다.
“대주택을 찾는 바이어들은 (호화스런) 라이프스타일을 사고 싶어 한다”고 알루왈리아 부회장은 지적한다.
가족의 사이즈는 미 전국적으로 볼 때 1990년에 비해 작아졌다. 가구당 구성원 수가 2.6명으로 줄어들었는데 반해 새 집의 평균적인 사이즈는 거의 400스퀘어피트나 불어나 2,434스퀘어피트로 커졌다.
“요즘 새 집이 1과 1/2배스룸이라면 팔 수도 없다”고 알루왈리아는 말한다. 두명 가족이라도 2와 1/2짜리 배스룸 주택을 원하기도 한다.
가족은 적아졌어도 엑스트라 룸에 대한 요구는 점점 더하다. 미디어 룸, 코고는 남편을 위한 베드룸 등 각양각색 용도로 더 많은 방이 필요하다. ‘그의 오피스, 그리고 그녀의 오피스’로 따로 방이 있어야 할 정도.
베드룸을 덴으로 개조하는 경우도 늘었지만 대부분의 큰집에는 덴은 이미 있다. 요즘은 미디어 룸 쯤은 있어야 한다. 전자기기 종류가 많지 않던 옛날에는 TV룸으로 불렸던 것이 요즘은 기기 수도 많아지면서 이름도 걸맞게 업그레이드 됐다.
나라별로 비교해 봐도 미국의 사이즈에 대한 욕망은 각별하다. 유엔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주택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국가보다 사이즈가 거의 두배는 크다. 유럽 국가 중에서는 룩셈부르크의 주택이 큰 편인데 그래봐야 미국 주택의 4분의3 사이즈로 작다.
사이즈가 커지고 고급으로 변했으니 과거에 비해 훨씬 비싸졌음은 당연. 중간 평균 가격이 90년에 비해 40%나 뛰어 2005년 중 16만7,500달러로 올랐다.
대주택이 늘어나는 지역은 대부분 대도시 교외 지역. 대주택들이 교외에 속속 들어서면서 도시팽창과 교통 혼잡이 초래되고 있다고 비키 마크햄 환경인구센터 국장은 지적한다.
수도 워싱턴은 미 전국적인 대주택 추세를 잘 보여준다. 버지니아 교외와 메릴랜드를 포함한 워싱턴 메트로 지역의 경우 주택 3채중 한 채 이상이 베드룸 4개 이상인 대주택이다. 워싱턴 시의 경우 12%의 주택만이 대주택인데 비춰보면 교외 큰집 추세는 두드러진다.
환경 차원에서 교외 빅 하우스를 반대하는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더 넓은 땅을 필요로 하고 건축 자재도 더 많이 들어가고 냉난방 에너지도 더 많이 태우게 된다는 것이다.
대주택 추세에 반대하는 마크햄은 “분명 과도한 것이지만 자신의 라이프에 대한 개인의 생각이 다르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요즘 미국인들이 한 세대전에 비해 더 많은 땅과 더 많은 에너지, 더 많은 자원을 고갈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이슈”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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