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룡 태운 노아의 방주 논란

2007-05-2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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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켄터키주 피터스버그에서 지난 27일 문을 연 창조박물관이 구약 성경 속의 대홍수를 다룬 전시품 때문에 언론과 과학자, 신도들로부터 쏟아지는 비난과 조롱을 받고 있다.

창조론을 문자 그대로 신봉하는 기독교 단체 `창세기의 해답’이 2천700만달러를 들여 지은 박물관의 핵심 전시품은 지상의 모든 동물들을 한 쌍씩 실은 실물 크기의 노아의 방주.

박물관 창립자들은 전시품을 통해 약 6천년 전 하나님이 이 세상을 6일에 걸쳐 만들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 목적이며 연간 50만명의 관객이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박물관의 전시품들은 노아의 홍수가 일어난 며칠 사이에 그랜드 캐니언이 형성됐고 공룡들은 다른 육지 동물들과 같은 날 태어나 인간과 같은 시대에 살다가 노아의 방주에 태워졌으며 카인은 누이와 결혼해 이 세상을 사람으로 채웠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구약의 내용을 보여주는 전시장 다음 방에는 대형 공중 유리관에 담긴 화석들이 등장하는데 이에 대해 켄 햄 회장은 대부분의 화석은 대홍수로 인해 생긴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성경에는 화석에 대한 얘기가 없지만 이 전시품은 화석이 생기게 된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다며 관객에게 아직까지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해 성경에 나오는 역사를 실제로 믿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사업이라고 말했다.

200석의 특수효과 극장 화면에는 천사 두 명이 관객을 향해 하나님은 과학을 사랑하신다라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창조 박물관 개관 기념 기자회견이 열리는 동안 하늘에는 거짓말하지 말지어다라는 십계명의 한 구절이 쓰인 배너를 매단 항공기가 선회해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비판자들은 전시물을 본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우주의 역사가 140억 년이란 사실을 배우면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의 로런스 크라우스 교수는 창조박물관의 전시물들은 정교한 자연사 박물관 뺨칠 정도라면서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거짓임을 말해주는 증거들을 오히려 기만에 이용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전국과학교육센터의 유지니 스콧 사무총장은 어린이들이 교사의 수업 내용을 거짓말로 여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해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절반은 인간이 진화의 산물이 아니라 약 1만년 전 하나님이 지금의 형태로 만든 것이라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화당 대통령 후보 10명 가운데 3명은 최근 토론에서 진화를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피터스버그 <美켄터키주> AP.로이터=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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