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2007-05-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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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중국 해적 두목 사오 펭(주윤발)이 잭 스패로(자니 뎁)를 겁주며 조롱하고 있다.

전세계 해적 총출동… 그러나 배신의 연속

영국 해군과의 마지막 해전 장관
중국 해적두목 주윤발 연기 압권

캐리비안의 해적들이 다시 돌아와 난리법석을 떠는데 어떻게나 나오는 인물들이 많고 플롯이 구절양장처럼 배배 꼬였는지 솔직히 말해 수많은 해적들이 어떤 목적을 위해 무슨 음모를 꾸미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여하튼 수십 번의 배신이 있다.
특수효과와 스타 파워에 의존한 코미디 칼싸움 해적영화의 내용이 이렇게 복잡할 이유가 나변에 있는가.
그래서 제1편과 2편을 안 본 사람들은 이 영화가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를 모를 것이다. 오락영화로 손색은 없지만 편을 거듭할수록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강요하다시피 해 부담이 간다. 마지막 해적 연합군대 영국 해군간의 장시간에 걸친 폭풍우 속 해전 장면은 확실히 장관이긴 하나 부대자루가 터지도록 약탈한 물건을 쑤셔 넣는 식이어서 감관이 완전히 마비가 된다.
영화의 주인공으로 코미디언 같은 해적선장 잭 스패로의 역이 이번에 많이 약화됐다. 잭의 불구대천의 원수인 해적선장 헥터 바보사가 오히려 주인공 같다. 또 영화에서 중국인 해적선장 사오 펭으로 나오는 주윤발이 화려한 분장과 의상과 연기로 잭을 압도하고 있다.
제2편에서 유령해적선 플라잉 더치맨(바그너의 동명 오페라를 보시도록)의 문어 얼굴을 한 해적선장 데이비 존스(빌 나이)에 의해 저승세계에 갇혀버린 잭을 구출하기 위해 미남 청년 월 터너(올랜도 블룸)와 그의 칼질에 능한 애인 엘리자베스 스완(키라 나이틀리)과 잭의 졸개들이 일단 먼저 싱가포르로 간다.
이들을 인솔하는 자가 마녀 티아 달마(네이오미 해리스)에 의해 죽음에서 부활한 잭의 대적인 해적 바보사(제프리 러쉬). 왕년의 적들인 윌과 바보사는 전략적 화해를 하고 싱가포르에 진을 친 중국 해적두목 사오로부터 잭이 갇힌 세상의 끝으로 안내할 항해지도를 절취하려고 이곳에 왔다.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윌과 엘리자베스와 바보사와 윌과 동맹한 사오는 배를 몰고 얼어붙은 대양과 거대한 폭포를 타고 넘으며 세상의 끝으로 항해를 한다. 이어 데이비 존스의 포로가 된 잭의 근황이 나오는데 옥중에 있는 잭이 마치 마리화나에 취해 환상을 보듯 자신의 꼬마 분신들과 횡설수설 대화를 나눈다.
윌 일행에 의해 구출된 잭은 세상의 해적들을 말끔히 소탕하려는 영국의 동인도 무역회사 사장 커틀러 베켓경과 그의 휘하의 막강한 해군과 대결하기 위해 전 세계 해적 두목 단합대회를 소집한다. 데이비의 심장을 소유하고 있는 커틀러는 이것을 미끼로 가공할 플라잉 더치맨을 동원, 해적선들을 수장시켜 해적들이 연합전선을 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지구의 온 바다를 말아먹는 9명의 국적이 각기 다른 해적두목들이 원탁회의를 열면서 장내가 시끌시끌한데 여기서 잭의 아버지로 역시 해적두목인 티그로 영국의 록그룹 롤링스톤즈의 기타리스트 키스 리처즈가 캐미오로 나온다. 그리고 공동의 목적을 위해 연합한 해적선단대 플라잉 더치맨과 영국 해군 간의 거대한 해상 소용돌이에서의 해전이 벌어진다.
영화가 끝났나 하면 다시 시작되고 또 끝났나 하면 다시 시작되면서 상영시간이 무려 168분. 세트와 의상과 분장과 특수 효과 등이 요란하다. 제4편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끝났다. 고어 버빈스키 감독. PG-13. Disney.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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