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과실파리도 자유의지 있다

2007-05-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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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 것 없는 과실파리도 단순히 외부 환경에 반응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자유 의지를 갖고 행동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가 나왔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보도했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의 비욘 브렘스 박사 등 연구진은 이런 연구가 인간 자유의지의 본성과 진화에 관해서도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어쩌면 이를 이용해 행성 탐사 등에 필요한 보다 자주적인 로봇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온라인 학술지 플러스원(PLoS ONE)에 실린 논문에서 주장했다.

연구진은 또 인간의 자유의지를 보다 깊이 이해함으로써 감정이나 사고, 행동 조절에 문제를 겪는 우울증이나 편집성 강박장애, 거식증, 정신분열증, 주의력결핍장애와 같은 다양한 정신질환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곤충을 비롯한 동물들이 때로 외부세계에 대한 반응만으로 행동이 결정되는 매우 복잡한 로봇으로 여겨지는 학계의 통념을 검증하기 위해 노랑초파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이들은 시각을 자극하는 아무런 무늬나 형태도 없는 순백색 방에 과실파리들을 집어넣고 이들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 지를 관찰했다. 파리들의 몸은 작은 구리 고리에 접착됐지만 날갯짓이나 회전 시도는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고 이들의 날갯짓이 과연 학계에서 흔히 말하는 복잡한 두뇌의 무작위적 오류 때문인지를 추적한 것이다.

연구진은 여러 차례의 첨단 컴퓨터 분석을 통해 파리들이 방향을 바꾸는 방식이 우연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파리들에게는 오히려 자발적으로 다양한 행동을 만들어내는 두뇌기능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리들의 행동은 특히 자연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이른바 `레비의 분포’라는 수학적 알고리듬을 나타냈다. 파리들은 이런 패턴에 따라 먹이를 찾으며 신천옹과 원숭이, 사슴 역시 같은 행동 패턴을 보인다. 학자들은 사람들 사이의 이메일과 편지, 돈의 흐름, 그리고 잭슨 폴락의 그림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파리들의 전략이 자발적이며 외부의 단서에 따르는 것이 아님을 밝혀내고 파리들의 행동은 순전한 우연과 순전한 결정론 사이의 중간영역에 위치해 이른바 `자유의지’라는 생물학적 기반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고 이런 기능은 다른 많은 동물들에게도 공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렘스 박사는 장내 기생충처럼 행동을 조금만 바꾸면 죽는 결정론적 생물도 있고 사람처럼 매우 유연하고 비결정론적인 생물도 있다면서 파리는 그 중간 쯤에 위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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