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장류 공동조상 두뇌 예상보다 훨씬 작아

2007-05-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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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원숭이, 유인원의 공동조상으로 여겨지는 2천900만년 전 영장류 동물의 두뇌 크기가 예상보다 훨씬 작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학자들이 밝혔다.

듀크대학의 엘윈 사이먼스 교수 등 연구진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연구보고서에서 이런 사실은 영장류의 두뇌 크기 진화가 생각보다 나중에 이루어졌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약2천900만년 전 따뜻한 숲에서 살았던 작은 영장류 이집토피테쿠스 제욱시스(Aegyptopithecus zeuxis)의 잘 보존된 두개골을 첨단 마이크로-CT 기법으로 촬영한 결과 두뇌 크기가 놀라울 정도로 작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사이먼스 교수는 이 두뇌는 크기만 작은 것이 아니라 매우 원시적이어서 심지어 원숭이나 유인원의 것으로 보기에도 작을 정도였다면서 따라서 영장류의 두뇌가 커진 속도는 학계에서 지금까지 추정했던 것보다 느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의 암컷 영장류 두개골은 2004년 카이로 남서쪽의 한 채석장에서 발견됐는데 이보다 40년 먼저 같은 지역에서 발견된 같은 종 수컷의 두개골보다 보존상태가 훨씬 좋았다.

연구진은 먼저 발견된 손상된 두개골 자료를 바탕으로 이 영장류의 두뇌가 비교적 클 것으로 추정했지만 실제 분석 결과는 원시적 특성을 유지하고 있는 오늘날의 여우원숭이보다도 두뇌가 작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이 영장류가 살았을 당시 아프리카는 섬이어서 생존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지만 훗날 아시아 대륙과 연결돼 위험한 포식자를 포함한 새로운 동물들이 등장한 뒤에 비로소 두뇌의 크기가 진화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이먼스 교수는 경쟁적인 환경은 좀 더 똑똑한 두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두뇌 용량이 커지는 쪽으로 진화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여명기의 유인원’으로도 불리는 이집토피테쿠스는 치아와 두개골 등이 유인원과 비슷하며 원숭이와 유인원, 사람의 공동 조상과 가까운 것으로 생각된다.

사이먼스 교수는 씹는 힘이 강한 구조와 작은 두뇌의 비례 등으로 미루어 이 동물은 미니 고릴라처럼 생겼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4년 발견된 두개골은 사람의 손아귀에 넉넉히 잡힐 정도로 작으며 1966년 것의 절반도 안 되는데 학자들은 이로 미루어 암컷의 몸무게는 약 2.5㎏, 앞서 수컷의 몸무게는 2배 이상 나갔을 것으로 짐작하고 암수 간의 몸 크기가 이처럼 차이가 나는 것도 고릴라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여우원숭이 비슷한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왔을 것으로 보이는 이 동물의 두뇌 시각령(視覺領)이 큰 것으로 미루어 고등영장류의 특징인 매우 좋은 시력을 갖고 있었을 것이며 안와(眼窩)도 대부분 야행성인 원시 영장류와 달리 낮시간대에 활동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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