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 - 입장 바꿔 생각하기

2007-05-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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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어찌 보면 수 없이 이어지는 관계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생명유지를 위해 기본적으로 먹고 자는 행위를 제하고 나면, 아니 먹고 자는 행위 까지도 따지고 보면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볼 때 관계가 아닌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인간과의 관계, 사물과의 관계, 일과의 관계, 영적인 관계 등이 얽히고설키면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옷감이 짜여지듯 삶이 만들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천을 만들 수 있을까? 곱고 멋진 색깔의 실로 씨줄 날줄을 정성껏 짜면서, 질감도 좋고 보기도 좋고 질기기도 한 천을 만들 수 있듯이, 우리의 삶도 그렇게 신뢰와 정직과 따듯함과 서로를 낫게 여기며 섬기는 마음의 실로 아름다운 삶을 짜낼 수는 없을까?
“그 입장 한번 바꿔 놓고 생각해 봐!” 우리는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서로의 관계 속에서 오해가 빚어졌을 때 하는 말이다. 만약 당신도 그 입장에 서면 그런 말과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거라고. 옳고 그름의 흑백논리도 관계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순리이고 그래서 서로가 상대의 입장에 한번 서 보는 자세는 참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샤핑센타를 팔고 사고, 관리하는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걸리고 힘든 일을 목격하는 데 그것은 바로 주인과 입주자의 관계다. 임대계약서는 서로의 의무와 권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건물주가 영업장소를 빌려주고, 빌려 쓰는 사람으로 부터 돈을 받는 아주 간단한 관계를 풀고 또 풀어 보통 사람으로서는 생각도 못 하고 웬만한 경우에는 일어나지도 않을 상황들까지도 아주 상세하게 깨알 같이 박아 몇 십 페이지를 채우고 있다. 오랜 임대 역사 속에서 일어났던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하고 싶어서일 게다. 사람과 건물과 사업의 관계 속에서 어떤 일인들 안 일어나겠는가?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도 일어나곤 하니까.
건물주와 테넌트의 관계는 서로 협조해야 하는, 그러나 이해가 상반되는 관계다. 주인은 더 받고 싶고 테넌트는 덜 내고 싶다. 다른 조건들도 다 그렇다. 이럴 때 우리는 상식선이라는 것을 얘기한다. 전체적인 경제 상황, 주위 상가들의 임대료 현황, 건물의 위치와 상태, 사업체의 종류와 미래성, 테넌트의 경험과 능력 등등이 임대료 책정의 고려사항들이 된다. 보편 타당성을 지니고 상식적인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렇게 정해진 계약이라면 서로가 지켜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그러면서 한 가지 공통점인 ‘이익’이라는 목표를 향해 서로의 최선을 다 하는 주인과 테넌트의 관계는 좋은 관계다.
이런 꿈을 꾸어 본다. 테넌트들의 성공을 위해 다른 데 보다 싼 임대료를 내라는 건물주, 그 덕분에 이렇게 성공했다며 이제는 시세대로 임대료를 받으라는 입주자. 꿈같은 얘기일까? 그런데 요즘은 가슴 아픈 얘기들이 너무 많다. 가진 돈 다 투자하고 빚 까지 져가며 숨 돌릴 시간 하나 없이 죽을힘을 다 해 일을 해도 비싼 렌트를 견디지 못 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며 문을 닫는 가게들이 여기저기서 생겨난다. 비즈니스를 팔수도 없다.
주인 입장도 힘이 들긴 마찬가지다. 월 페이먼트와 재산세, 보험료, 청소관리비 등 나갈 돈은 뻔한 데 렌트가 안 걷히면 숨이 찬다. 샤핑센터 가격이 워낙 뛰어올라 웬만큼 다운페이먼트하고 샀을 경우, 간신히 유지하는 상태에서 테넌트 하나만 문제가 생겨도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가 관계 속에 있다. 비단 건물주와 입주자의 관계뿐 만이 아니라 가정이라는, 직장이라는, 교회라는 공동체의 연결된 관계 속에 있다. 상대방의 입장에 한번 서 보자. 나만의 욕심을 빼고 상대방을 고려하는 자세, 거짓이 없는 진실한 관계, 상대방의 아픔을 헤아리는 마음, 그래서 서로를 아끼는 관계가 이루어 질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답고 살 맛 나는 삶이 될까?
(323)541-5603

로라 김 <원 프라퍼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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