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일기

2007-05-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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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여름을 회상하며

인도양의 여름이 봄베이(뭄바이) 항구에서 뜨겁게 익어가고 있었다. 인도 대륙의 서안을 따라 가파른 파도를 넘어 스리랑카의 콜롬보를 떠난 지 이틀 만에 다다른 곳.
인도 해군 군악대의 환영 팡파르가 항만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대한민국 세라복의 머플러가 바람에 보기 좋게 휘날렸고 하늘엔 회색 갈매기가 한 가닥 연처럼 한가롭게 날고 있었다.
빈곤과 가난의 상징으로 헐벗은 땅이건만 안으로는 브라만(Brahman)철학과 구도의 명상이 자리 잡은 고대 인더스 문명의 본향이 아닌가.
택시를 타고 도시 한복판 시청 앞 기차역으로 들어서자 광장이 온통 풍물 전시장 같았다. 드럼처럼 생긴 타악기 타블라(Tabla)를 연신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묘한 곡조를 뽑아대던 악사들. 새카맣게 그을린 얼굴에 주홍색으로 물들인 입술을 타고 흘러나온 노랫가락은 열대 지방의 절규처럼 들려왔다. 인도를 빼곡히 막아서고 늘어선 노점상들의 즐비한 행렬도 그러했거니와 짙은 눈썹과 정수리 부위에 핏빛 분칠을 한 채 편안한 자태로 가부좌를 틀고 주문을 외는 노인 점성가에 이르기까지 볼거리도 다양했다.
날파리가 윙윙거리며 끈적끈적한 살갗에 붙어 성가셔도 윤회를 벗어 던지고자 해탈을 향해 가는 힌두교도의 수행심은 지극해 보였다. 눈에 띈 것은 거지들의 구걸 행각이었다. 코를 찌르는 도시 특유의 악취가 바람을 타고 함께 쏟아져 들어와 온전히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었다. 날이 무덥기도 하였지만 웃통을 벗는 것은 예사요, 삶에 찌든 육신은 곳곳에 널빤지처럼 누워서 신음하고 있었다. 생존보다는 연명의 나날을 보내는 그들의 고뇌 속에 내일은 없었으며 미래의 등불은 꺼져 다만 캄캄한 암흑의 터널만 보였다.
그것이 그 당시 필자가 본 인도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인도는 확연히 변모했다. 변화의 단계를 넘어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2030년도에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골드만삭스사가 이미 내놓은 바 있다. 인도의 산업 경제가 11억 인구와 막대한 부존자원을 자산으로 기초과학과 IT 산업을 이끈 결과다. 부동산 시장은 어떠한가. 2006년에 들어 인도의 부동산 가치는 평균 40~50% 이상 상승하였다.
3~4년 내에 약 130억~150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인도 부동산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도 부동산 투자에 따른 수익률은 인근 아시아 국가 부동산 투자 수익률 9~11%에 비해 18~22%로 높게 나타났다.
외국기업의 글로벌 유동성 자금 약 8억~10억 달러가 현재 인도 내에서 투자처를 찾고 있다. 말레이시아, 미국, 싱가포르, 영국, 이스라엘 투자자들도 진출을 노리고 있다. 메릴린치는 인도 부동산부문이 현재 120억 달러에서 2015년 900억 달러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승 추세의 연장이다.
인도는 그렇게 변했다. 이제 그로부터 강산이 수차례 바뀐 지금, LA 윌셔가에 앉아 창밖 멀리 할리웃 뒷산을 바라보며 잠시 명상에 잠긴다. 수도의 길을 꿈꾸었던 전생이 있었다면 이제 무거운 업보의 봇짐을 짊어지고 긴 여행을 떠나야 하리.
그 여정의 끝에 다다르는 날, 이승에서의 모든 애증을 털고 첩첩산중에 소리 없이 묻혀 사는 이름 없는 힌두 스님으로 홀연히 환생될 것을 꿈꾸어 본다. 끝도 없는 망망대해를 바람 따라 떠다니는 나뭇잎처럼 부질없이 왔다 가는 우리네 인생의 덧없음이여. 샌타모니카 산길 따라 봄이 피던 나뭇가지에 사르르- 꽃잎 지는 소리가 들린다.
(213)590-5001
luxtrader@naver.com

김준하 <윈 부동산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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