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다바인’(Jindabyne) ★★★½(5개 만점)

2007-04-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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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다바인’(Jindabyne) ★★★½(5개 만점)

스튜어트(왼쪽) 일행은 강에서 발견한 사체를 놓아둔채 낚시를 한다.

사체 방치한 도덕 불감증이 갈등으로

가족문제에 살인사건 접합시켜
초자연적 분위기, 슬로템포 드라마

2001년도에 대화가 단절된 어른들의 질식할 것 같은 관계를 여인 실종사건과 연관 지어 만든 뛰어난 호주 영화 ‘란타나’의 감독 레이 로렌스의 6년만의 작품이다. 가족문제와 인간관계의 드라마이자 스릴러 색채를 갖춘 점에서 두 영화가 상당히 닮았다. 무드 짙은 초자연적 분위기를 지닌 영화로 진행 속도가 거북이 걸음인데 영화를 보고 생각하는 것을 기꺼이 수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준수한 작품이다. 가족문제에 관한 멜로물이자 애매모호한 도덕성 그리고 죄의식과 용서와 화해의 영화인데 여기에 살인사건을 접합시켜 특이한 영화를 산출했다. 전반적으로 으스스하고 신비한 톤을 띠었는데 느린 진행 속도는 긴장감과 함께 작품 속 인물들의 내면 상태를 대변하고 있다.
수염이 텁수룩하게 난 남자가 광야의 언덕 위 바위 뒤에 트럭을 세우고 멀리 난 차도를 바라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 호주의 원주민 처녀가 모는 차를 트럭이 뒤따른다. 그리고 트럭운전사가 사체를 강에 유기한다.
산으로 둘러싸인 호주의 뉴 사우스웨일즈의 작은 마을. 이 마을에는 원주민 마을 진다바인을 수몰시켜 만든 호수가 있는데 이 호수가 많은 것을 상징한다. 중심인물은 어린 아들 탐을 둔 전직 레이스 카 드라이버로 지금은 미캐닉인 스튜어트(게이브리얼 번)와 그의 아내 클레어(로라 린니). 그런데 두 부부의 관계는 찢어지기 일보직전의 긴장된 것이다.
스튜어트가 2명의 동네 친구 칼과 로코 그리고 자기 정비소에서 일하는 젊은 빌리와 함께 낚시 캠핑을 가면서 얘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누군가 이들의 산행을 숨어서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스튜어트가 낚시를 하러 강에 들어갔다가 사체를 발견한다. 그러나 네 명은 사체 발견 신고를 미루고 낚시를 한다. 스튜어트는 사체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낚싯줄로 사체의 발을 감은 뒤 바위에 묶어 놓는다. 이 선의(?)의 행동이야말로 도덕 불감증의 극치라고 하겠다.
이들이 귀가 하면서 사체를 놓고 낚시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이로 인해 백인 주민들과 인근 원주민들 간에 증오와 대립의 관계가 폭발점을 향해 비등한다. 이 영화는 인종문제와 사회정치적 문제도 다루고 있다.
영화 후반부는 클레어가 사건의 자초지종을 집요하게 알려고 남편을 추궁하는 것과 함께 클레어의 용서를 구하는 단독 노력으로 진행된다. 클레어는 남편에게 “그 사체가 탐의 것이었더라도 신고를 미뤘겠느냐”고 추궁하는데 이 질문은 도덕의 불분명성을 따지는 것이다. 번과 린니의 다 헤진 듯한 피곤한 연기가 뛰어나고 자연경치가 인물 노릇하는 촬영도 좋다. R. Sony Pictures Classics. 선셋 5(323-848-3500) 모니카(310-394-9741) 리알토(626-388-2122) 타운센터 (818-981-9811) 웨스트팍(800-FANDANGO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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