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서히 막 올리는 크루즈 여행 시대

2007-04-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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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의 테마여행>

한인사회 1세들의 은퇴물결과 실버붐 타고 호화여객선 인기

크루즈 여행의 장단점


크루즈 여행의 장점은 편안하다는 점이다. 호텔과 식당, 교통수단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일반 관광여행에서는 매일 아침 새벽에 일어나 짐을 싸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크루즈는 한번 짐을 풀면 그만이다. 그리고 밤에 배가 다음 목적지로 가기 때문에 자고나면 눈앞에 다른 도시가 펼쳐진다. 따라서 여러 나라를 구경하는 데는 크루즈처럼 좋은 것이 없다. 예를 들어 지중해 노선은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북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를 10일만에 다 볼 수 있다. 동창들이나 가족끼리 오붓하게 여행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러시아의 세인트 피터스버그 항에서는 밴드(사진)까지 나와 대대적인 환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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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은 최소한 2개월 전에 예약해야 하고 취소하기가 까다롭다는 점이다. 그리고 디너에서 정장하는 날이 두 번(7일 이상 코스) 있기 때문에 파티복을 가져가야 하고 외국인들과 매일 저녁식사를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한국인끼리 그룹여행 한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부부가 여행하면 매일 저녁 똑같은 외국인과 자리를 같이하는 것도 지겨운 일이다. 아침식사는 자유다. 또한 크루즈는 관광지의 밤거리를 볼 수가 없다. 낮 관광만 하기 때문에 반쪽 관광이며 현지 향토음식을 먹을 기회가 없다. 항구에 도착할 때마다 육지에서 버스 타고 관광하는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유럽이나 스칸디나비아 코스의 경우 1인당 1,000달러를 계산해 놓아야 한다. 또 하나의 단점은 크루즈는 두 번만 타면 싫증이 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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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에는 디스코 클래스가 있어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젊은 사람이 별로 안 보이는 것도 크루즈의 특징이다. 대부분 50세 이상이며 ‘크리스탈’과 같은 호화 크루즈일수록 연령이 높아져 승객 평균연령이 60세가 넘는다. 크루즈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수준의 객실을 선택하느냐 인데 처음에는 체면상 대부분 오션 뷰나 발코니 객실을 선택하지만 배를 타보면 선실에서 바다를 내다볼 시간조차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세수하고 7시에 식사하고 8시에는 육지관광을 위해 집합장소로 가야 한다. 관광 마치고 돌아오면 저녁때고 목욕 후 디너에 참석해야 하므로 곧 어둠이 깔려 사실상 발코니에서 바다를 구경할 시간이 없다. 크루즈 여행 자주하는 사람들이 값이 저렴한 인사이드 선실을 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성들끼리 혹은 남자 친구들끼리 배를 탈 경우 코를 골아 다른 사람과 같이 자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은 돈을 조금 더 내면 혼자 선실을 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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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타자마자 제일 먼저 실시되는 것은 비상대피 훈련이다. 크루즈는 안전하며 최근의 그리스 선박 침몰사고는 이례적인 케이스다>

크루즈는 원래 대서양 노선만 있었으나 1950년대 항공기 시대에 밀려 선박회사 대부분이 파산했으며 호화 여객선 퀸 메리호가 롱비치 항으로 퇴역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 후 크루즈 업계는 여객기 여행이 커버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고 서비스를 극대화하여 다시 태어난 것이 오늘의 디럭스 크루즈 여행이다. 크루즈 여행은 좀 비싸기는 하지만 음식은 일류 호텔 수준이고 너무 편안하기 때문에 은퇴자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안성맞춤이다. 한인사회에서도 대부분의 1세들이 항공기 여행은 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크루즈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크루즈는 실버시대와 어울리는 최고의 여행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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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무원의 안내를 받아 기항지 시내 관광에 나서고 있는 관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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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들이 많이 타는 신포니아 여객선. 값은 저렴하지만 미국인들에게는 언어문제로 좀 불편하다. 뒤에 보이는것이 나폴리 언덕의 고급 주택가>

< 이 철 / 이 사 >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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