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속임수’(The Hoax) ★★★★

2007-04-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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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The Hoax) ★★★★

클리포드 어빙(리처드 기어)이 하워드 휴즈의 대형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가짜 휴즈 전기 쓴 클리포드 어빙 세기의 사기극

1971년대 초 가짜 하워드 휴즈 전기를 쓴 작가 클리포드 어빙(76)의 세기의 사기극을 깊고 밀도 짙고 또 재미 있게 묘사한 드라마다. 허구보다 더 괴이한 것이 사실이라고 어빙이 굴지의 출판사 맥그로 힐을 속이고 친구인 딕 서스킨드와 날조된 전기를 쓰면서 일어나는 심리적 갈등과 초조와 공포 그리고 사건들이 마치 서스펜스 스릴러를 보는 것처럼 강렬하게 묘사됐다.
뻔뻔할 정도의 대담성과 이고에 대한 자아 망상적 자신감 그리고 교활성이 (운도 작용했다) 없었다면 도저히 이뤄질 수 없는 일을 해낸 어빙의 사기는 가히 노벨상 감이다. 어빙은 병적인 거짓말쟁이이자 난봉꾼으로 자기를 극진히 사랑하는 아내에게 뛰어난 배우의 명연기처럼 거짓말을 하는 장면은 거의 소름을 끼치게 만든다. 어빙의 회고록이 원전.
1971년. 미국이 온통 반 베트남전 운동과 민권운동으로 격동을 칠 때. 어빙(리처드 기어)은 자기 책 출판이 맥그로 힐의 출판담당 고위간부 안드레아(호프 데이비스)로부터 거절당하자 홧김에 ‘세기의 책’을 쓰겠다고 큰 소리를 친다. 어빙은 잡지 표지에 난 휴즈의 사진을 보고 이 기인의 가짜 자서전을 쓰기로 한다. 그리고 화가인 부인 이디스(마시아 게인 하든)의 화실과 함께 있는 집에서 친구이자 자기 저술의 자료 연구자로 함께 일해 온 딕(알프레드 몰리나)과 집필 작업에 들어간다. 어빙이 휴즈의 가짜 전기를 쓰기로 한 데는 자신이 무엇을 써도 완전히 세상과 절연하고 사는 휴즈가 시비를 걸지 않으리라는 확신도 한 몫 한다.
어빙과 딕은 불법으로 빼낸 자료를 바탕으로 전기를 써 나가는데 이 과정에서 출판사 간부들에게 보인 휴즈의 가짜 서명을 비롯해 온갖 속임수가 무사통과된다. 어빙이 책을 쓰기 전 출판사가 휴즈에게 준 돈은 자그마치 100만달러인데 물론 이 돈은 어빙이 챙긴다. 어빙은 자신의 속임수가 발각될 위기를 맞을 때마다 속임수를 한 단계씩 더 높인다. 어빙의 속임수가 무사통과 될 수 있었던 까닭에는 출판사의 세기의 책에 대한 탐욕이 큰 구실을 한다. 이 영화는 따라서 탐욕과 신뢰와 속임수의 영화라고 하겠다.
영화는 어빙의 사기행각과 함께 당시의 미국의 부패한 정치상황까지 언급하고 있어 플롯이 다소 복잡하고 무겁지만 연출 솜씨가 잽싸 부담이 없다. 매력적이요 흥미만점의 영화로 다크 코미디 톤을 약간 갖췄다. 어빙처럼 머리를 짧게 깎고 어두운 색깔로 염색한 기어가 교활하고 담대한 명연기를 하고 몰리나의 연기도 훌륭하다.
어빙의 책은 출판되기 직전 속임수가 들통이 났는데 그는 사기죄로 2년간 옥살이를 했다. 라세 할스트롬 감독. R. Miramax.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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